정토행자의 하루

국제지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국제지부 콘텐츠팀 나누기 2-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국제지부 콘텐츠팀원들은 직접 만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또 시차 때문에 온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매우 힘듭니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외로움과 싸우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봉사자들. 2차 만일 세계 전법의 초석을 쌓아가고 있는 도반들의 진솔한 나누기를 함께 합니다.

‘알아차림’의 순간을 만나다

시미즈 히로에 일본어 담당

콘텐츠팀에서 일을 시작했던 당시에는 보람보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모든 일들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몰라 고민했고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번역에 대한 기술부터 시작해 수많은 자료들의 내용 파악, 컴퓨터를 구사하는 노하우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시미즈 히로에 님
▲ 시미즈 히로에 님

또 일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함께 일하는 도반들이 의욕을 잃지 않게 어떻게 챙기고 소통해야 할지 처음에는 눈 앞에 있는 일들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일에 익숙해지면서 어려움보다 기쁨이 점점 커졌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지원업무이지만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번역한 유튜브 영상의 ‘구독자수’와 ‘좋아요’를 볼 때,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법문을 듣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입니다. 짧은 영상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봉사자들의 노고가 있음을 생각하면 감회가 깊습니다. 마음과 시간을 내어 열정적으로 봉사해 주시는 도반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모자이크 붓다의 힘을 실감합니다.

봉사가 저에게 수행의 계기가 되어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2월, 콘텐츠팀이 국제지부를 대표해 정토행자상 포교상을 받았을 때는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함께하는 모든 도반들, 여러 면에서 협력해 주신 많은 분들, 마른 황무지에 씨앗을 뿌려 콘텐츠팀의 기반을 만들어 오신 선배 도반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날 것의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

성미연 태국어 담당

성미연 님
▲ 성미연 님

우울증 초기 증상이 나타나 지난 여름, 4박 5일 명상 수련에 참여했었습니다. 명상하면서 생각을 멈추니 스트레스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무기력하게 살고 싶지 않아 명상 수련이 끝나는 것이 싫고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일이 많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일이 많다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잘해서 인정받고 우쭐대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앞으로도 제 욕심대로 될 가능성이 적어 보이니 기분이 가라앉았던 겁니다.

포럼 제작하는 소임이 저에겐 스트레스였습니다. 포럼을 오픈하면서 받는 질문이나 제안이 저에 대한 지적으로 느껴져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얼마나 인정받고 싶어 하고, 욕먹기는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소임을 놓을까도 고민했지만 이젠 욕심이 아니라 원을 세워 소임에 임해보고 싶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양계홍 중국어 담당

양계홍 님
▲ 양계홍 님

번역 봉사를 할 때 잘 새겨듣지 않아 요구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스스로 컴퓨터를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업무를 소화하며 멘붕이 오기도 했습니다. 살펴보니 잘하고 싶은 욕구에서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잘하려는 마음은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온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처음엔 ‘중국어 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기’라는 담당자 업무 내용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리면서 제가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없어도 도반들은 자기 맡은 소임을 잘하니, 저는 그냥 제 소임을 하면 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며 살려고 했던 저의 업식도 보게 됩니다. 오만함을 내려놓고 부지런히 묻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이 소임이 저를 성장하게 해주는 좋은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이제는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다시 배우겠다는 마음을 내니 두렵지 않습니다. 풀을 뜯는 소처럼 꾀를 부리지 않고 ‘자리이타’ 라는 목표로 향해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프랑스어 수행법회’ 첫 발을 내딛다

권정화 프랑스어 담당

권정화 님
▲ 권정화 님

코로나 이후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소임으로 국제지부 업무를 선택했을 때는 프랑스인 전법을 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현지인 전법을 위해 번역 봉사팀을 꾸리고, 희망편지, 즉문즉설을 번역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일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팀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마음을 낸 도반에게 어떤 일감을 어느 정도 배정하면 좋을지, 회의를 얼마나 자주 하면 부담스럽지 않을지도 몰라 다른 언어 담당 도반들이 하는 걸 보면서 따라 했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프랑스어 콘텐츠를 만들고, 프랑스 친구들에게 희망편지를 보내고, 스님과 정토회 소개도 몇 번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별 반응이 없으면 눈치 보면서 바로 그만두었습니다. 올해 3월부터 프랑스어 기획법회를 매달 진행하면서 한번 왔던 손님이 다시 오지 않을 때는 상실감도 맛보며 몇 달이 흘렀습니다. 모두 제가 조급해서 그런 감정을 느낀 것임을 돌이켜 알았습니다. 그리고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꼈습니다. 프랑스어 봉사자들과 국제지부 많은 분들께서 격려와 위로로 저를 도와주셨기에 프랑스어 기획법회와 일요 명상 프랑스어 나누기가 가능했고,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어 수행법회를 시험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거북이 걸음처럼 느긋하게 그러나 꾸준히 모자이크 붓다 들과 함께 이 길을 나아가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월간정토 2022.11 (사백 열두 번째)에 실린 기사를 발췌하였습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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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연

늘 응원합니다.
2차 만일의 주역들의 진솔한 나누기가 저에게 큰 울림과 살핌으로 돌아옵니다^^
힘내요 힘~~~ 팍팍!!

2022-11-19 13:15:10

배미령

황무지를 개척하는 분들이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스님과함께 정토회 안에 계신 우리 도반님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입니다.

2022-11-16 11:23:08

보리

모두 수고가 많으십니다. 모든 어려움이 수행 과정이라는 것을 실천하시고 계시군요. 감사합니다!!!

2022-11-16 1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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