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대구지회
제 꼬락서니를 알고 공개 다짐합니다

구미지회 희망리포터인 저는 이번 기사를 배정받고 '오, 여유가 있네' 하며 느긋하게 있었습니다. 기사 날짜가 눈앞으로 다가와서야 인터뷰도 하지 않은 저의 게으름에 당황했습니다. 발등에 불을 끄듯 급하게 부족한 저의 수행담으로 대체하면서 게으르고 늘 넘어지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성지순례
▲ 성지순례

귀촌 생활의 환상

2016년 제 나이 35살에 귀촌 생활의 환상에 젖어 문경으로 이사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물 좋고 공기 좋은 문경에 와서 자연과 함께 느긋하게 살면 행복할 거라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인터넷에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대강 둘러보고 곧바로 계약했습니다. 계약 이후 처음과 달리 자주 말이 바뀌는 집주인 때문에 돈도 돈이지만 ‘어떻게 저럴 수 있나?’ 하는 배신감에 힘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한 후 1년간은 별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변한 동네 주민 텃세와 집주인의 갈등으로 귀촌 생활이 버거웠습니다. 아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무지하게 귀촌을 강행한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저에게 하소연 섞인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철없는 저는 그런 아내를 위로해 주기는커녕 나는 잘못이 없다고 방어하기 급급했습니다. 아무 연고 없는 곳으로 이사 와서 기댈 곳 없는 아내는 저에 대해 마음을 조금씩 닫았고 결국 서로 이혼까지 생각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앞줄 오른쪽 첫 번째
▲ 불교대학 졸업 앞줄 오른쪽 첫 번째

불교대학 입학하다

귀촌 3년 차 아내는 여기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다른 지역으로 가버렸고 저 혼자 남게 됐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제 마음에 아내에 대한 미움은 없었습니다. 아내와 떨어지니 잔소리와 비난을 듣지 않아 오히려 편했습니다. 몸이 멀어지고 나서야 서로 정신이 들었는지 아내와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갔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정토회 홈페이지 들어가서 어떤 단체인지 한번 봐달라고 했습니다. 처음 듣는 생소한 단체였기에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홈페이지 들어가서 대충 확인하고 아내에게 이상한 단체라고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아내는 법륜스님 즉문즉설이 재미있으니 유튜브에 들어가서 한번 들어 보라고 저에게 자주 권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뭐 그런 걸 들어’ 하면서 자기나 많이 들으라고 철벽 방어했습니다. 그러나 멈추지 않은 아내의 권유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영상을 보았고 저 역시 법륜스님 팬이 됐습니다. 계속 듣다 보니 불법과 법륜스님이 궁금했습니다. 하고 싶고 궁금한 것은 작심삼일로 끝날지언정 불같이 달려드는 성격에 곧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성도재일 철야정진 후 (오른쪽 첫 번째)
▲ 성도재일 철야정진 후 (오른쪽 첫 번째)

새벽 정진을 하다

제가 직진하는 성격이지만 내성적이라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수업 시간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꾸준히 불교대학 공부를 하며 불교대학 사회와 나누기 진행을 맡아 다른 사람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하기 싫고 못 하겠다는 거부감이 강했는데 시킨 데로 그냥 했습니다. 어눌한 저의 말투 때문에 창피하고 실수도 많았지만 ‘내가 여기서 하지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하겠나?’ 하며 했습니다. 여전히 겉으로는 말을 잘 못 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편해지고 예전의 불안감이 서서히 없어졌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를 하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백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과 피곤함에 ‘한다고 했으니 일어나서 하긴 하는데 기도 빨리 끝내고 다시 누워버리겠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하기 싫은 마음은 점점 없어졌고 지금은 운동 삼아 그냥 합니다.

불교대학 개근으로 졸업 후 봉사하고 있지만 내게 변화가 생겼는지 공부가 되긴 하는지 스스로 늘 긴가민가합니다. 여전히 직장 안에서 동료들과 다투고 마음에 안 들면 1년에 2~3번 직장을 옮겨 다닙니다. 아내와 다투고 며칠 동안 전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3년이 조금 넘는 동안 저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침 정진 후 다시 눕지 않고 규칙적으로 청소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여전히 예전 그대로라는 것을 알게 된 동기가 있었습니다.

꼬락서니를 알다

이번 만인 전법에 소극적이었지만 한 명은 전법 하자 생각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홍보물을 보내고 조용한 시간에 맞춰 정토회와 불교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동료와 다투는 저를 전법 하려던 동료가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 순간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수준이 낮은 사람이구나. 이 수준에 나보다 더 수준 높은 사람을 전법 하려고 했구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때 비로소 제 꼬락서니를 있는 그대로 봤습니다. 그동안 동료가 불편했겠구나. 3년 공부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을 기대했던 저에게 시큰둥했던 아내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종일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제 수준과 꼬락서니를 알고 나니 앞으로 성장할 일만 남아 희망적입니다.

연탄배달 후 (왼쪽 첫 번째)
▲ 연탄배달 후 (왼쪽 첫 번째)


저는 생방송 불교대학에 재입학 했습니다. 재입학의 다짐 3가지를 공개합니다.

  1. 아내를 부처님으로 모시겠습니다
  2. 직장에서 봉사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3. 내 집은 개인 법당으로 항상 청결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글_정태남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편집_임명자(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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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거사님~
늦었지만 글을 보니 참 반갑네요
도반으로 늘 응원합니다
화이팅♡

2023-01-22 07:56:40

김은주

수행을 하는 모습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5-11 12:21:05

신수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4-22 14: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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