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대중법사님 이야기
향존법사님 두 번째 이야기
아내의 안부를 묻기까지 10년

이혼하고 애 셋 키우며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말로는 행복하다 말했지만 아이 엄마에 대한 미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절을 하니 어느 순간 미운 마음이 사라지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습니다. 100일 동안 웃는 사진을 찍으니 인상이 변했다는 향존법사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경주 남산 순례 숲속 너른터 정비 봉사 후
▲ 경주 남산 순례 숲속 너른터 정비 봉사 후

어려움 중에도 바르게 자라난 아이들

기르는 자가 엄마라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아이들 밥 챙겨주고, 저도 직장으로 출근해서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퇴근해서 아이들 밥 챙겨주고, 매일 법당으로 출근하며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인도 갈 때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낸 보시금으로 인도 몇천 명이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돈은 주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안 줬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마음이 없었고, 제가 사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해서 바르게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는 불만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물어보면 간섭 안 해서 좋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합니다.

목발로 다니는 큰애에게 “사람들이 너를 쳐다보면 어떤 생각이 드니?” 물어보니, “아무 생각 안 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눈이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게 된다. 모두 똑바로 서서 걸어가는데, 노인이 허리를 꾸부정하게 해서 걸어가면 눈이 저절로 간다. 네가 장애인이라 쳐다본다는 생각은 안 하면 좋겠다. 너도 노인, 몸이 불편한 사람, 뚱뚱한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이 가지? 그러니 사람들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장애를 가졌어도 그대로 봐주고,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미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라면 이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수행자라고 여겼습니다. 이런 경험을 안 했다면, 장애아를 가진 도반이 괴로워할 때 공감하며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도 경험해봐서 그 심정을 이해하기에 할 말이 있습니다. 수행자이기에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성지순례를 갔을 때, 마이크를 잡고 “이혼했습니다” 하면 자다가도 눈을 뜹니다.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어합니다. 여러 경험이 법사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임진각 만 배 정진 대구법당 도반들과 함께
▲ 임진각 만 배 정진 대구법당 도반들과 함께

절하면서 얻어진 것

3년 정도 매일 300배를 했습니다. 혼자 하기 힘들면, 도반과 같이 100일씩 했습니다. 이혼 후 행복하다 생각하면서도 아내를 향해서 ‘네가 잘되는가 보자’ 이런 밑 마음이 있었습니다. 미운 마음을 삭이기 위해 절을 했는데, 조금씩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 짬 날 때마다 봉사할 마음도 내게 되었습니다.

절을 많이 한 편인데, 2년 차 만 배를 할 때는 인생의 굴곡처럼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3천 배쯤 하니 허리가 너무 아파 못할 것 같았습니다. 6천 배쯤 하니 발바닥이 아파 서 있기 힘들었습니다. 8천 배쯤 하니 손바닥을 바닥에 대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습니다. 9천 배 정도 하니 미친 듯이 ‘내가 왜 이렇게 절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만 배를 마치는 순간, 모든 고통이 어디로 가고, 그렇게 하기 싫던 마음은 어디 갔는지 싹 사라지고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때, 항상한 것이 없다는 말이 이런 것인 줄을 알았습니다.

임진각에서 만배 할 때, 가장 추울 때는 영하 30도였습니다. 방석 없이 신발 벗고 양말 두세 겹 껴 신고 절하는데, 손발이 붙었는지 떨어졌는지도 모릅니다. 8.15광복 기념 만 배 때도 죽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추울 때보다 더울 때가 더 힘듭니다. 그런 고비들을 넘겨보니 일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힘든 일도 모두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아 가볍게 툭 넘깁니다.

이혼 4년 후 아이 엄마가 잘못했다며 다시 결합하자 했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움과 원망이 마음 한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늘 그렇진 않지만 문득문득 그런 생각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어느 날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만나자고 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아이들이 엄마를 만나면 예전에는 ‘뭘 또 가나?’ 했는데, 엄마 안부도 물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만약에 기도와 절을 안 했으면,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지금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희망세상만들기 서명 및 캠페인
▲ 희망세상만들기 서명 및 캠페인

원칙은 나에게만

지금은 저에게만 원칙을 적용하고 상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내가 하니까 너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고, 일하면서 분별이 날 때도 있어 기준에 맞는 사람과 일하려 했습니다. 저는 늘 ‘그 사람은 이것 때문에 안되고, 저 사람은 저것 때문에 안돼’라며 사람을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한 한 선배 도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 그거 하나만은 진짜 최고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국 회의 가서도 ’전병찬 거사는 항상 최고다’라고 했는데 저는 가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선배 도반과 갈등이 깊어진 것을 유수스님이 알아서, 그 도반에게는 ‘제발 전병찬 거사 이야기 좀 들어라’ 하고, 저한테는 ‘선배 도반 좀 잘 봐줘라’라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대구 담당 보수 법사님과 상담하니 300배를 100일 동안 해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정도로는 안 되니 500배를 100일 동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3일마다 마음 나누기를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하루에 500배 하기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십 며칠 째까지는 늘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46일째쯤 절을 하는데, ‘왜 나는 늘 선배 도반의 못 하는 것만 바라보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선배 도반 잘하는 것은 뭐지? 장점은 뭐지?’ 이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싹 스쳐 지나갔습니다. 생각하니 제 단점이 그 선배의 장점이었습니다. 돌이키고 나니 진짜 수행자는 그 도반이었습니다. 제 관점이 정말 잘못된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장점 중심으로 사람을 보니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대구정토회 대표가 되고, 결사행자, 법사까지 된 것이 그런 경험 덕분이라 지금은 그 도반이 제일 고맙습니다.

대구법당 정초순회법회 후
▲ 대구법당 정초순회법회 후

명심문 한가지로 100일씩 기도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잘 안되는 것이나 자각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것을 명심문으로 하여 100일씩 집중해서 수행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해나간 것이 이렇게 발전하는 데 많이 도움 됐습니다.

암에 걸려 얼굴이 어둡고 우울한 도반과는 매일 웃는 사진을 주고받았습니다. 웃는 사진 한 장을 보내기 위해 열 번 정도는 웃습니다. 그렇게 100일 정도 했더니 인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정토회나, 직장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웃는 인상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향존 법사님 세 번째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인터뷰 진행_김혜경
인터뷰 지원(영상, 녹화)_김혜경
글, 편집_최미영, 도경화, 권영숙
도움주신이_이정선, 백금록, 박우경, 김승희, 박정임, 전은정

전체댓글 53

0/200

오순자

향존법사님 👏👏👏
저도 40대때 만배 해봤습니다
성도재일 전날부터 성도재일 온날을 보내면서 했습니다
10000배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수 없이 기뻤습니다
이제는 천배도 겨우 하는 중생이 되었지만
정토회를 만나 노후가 너무 행복합니다

2022-12-26 16:45:09

김복분

향존법사님 고맙습니다

2022-11-21 09:23:24

퐁퐁

법사님 이야기를 읽는데 왜 눈물이 날까요
닮고 싶습니다

2022-05-13 07: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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