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대중법사님 이야기
향존법사님 첫 번째 이야기
이혼했습니다

오늘은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담당법사인 향존법사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죽을 때까지 지도 법사님 따라 수행, 보시, 봉사를 발원한 향존법사님. 당신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함께 가는 것이 가장 큰 서원이라고 합니다. 법사님이 말하는 이 길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 길을 걷게 됐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법사수계식 때 가족들과
▲ 법사수계식 때 가족들과

부부 갈등

98년 큰 누나의 권유로 불교대학 입학으로 6개월 정도 다니면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온 이후부터였습니다. 결혼하고 첫애를 낳았는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것이 부부갈등의 주원인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인연이 있었기에 비교적 편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중학생 때는 제일 친한 친구가 정신장애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관절에 문제가 있어 보행이 불편한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었습니다. 대학교 때는 소아마비 친구에게 늘 어깨를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엄마는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편히 생각하는 제게 불평불만을 가졌습니다. 딸의 어린이집을 정하면서도 갈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따라 절에 많이 다녔기에 당연히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내려 했으나 장애아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교회유치원은 받아준다고 해서 그곳에 보냈고, 아이들 엄마도 교회를 다니게 됐습니다. 불교 신자인 제 침대 위에 성경책이 놓이자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부터 누님이 <깨달음의 장>과 스님의 법문 테이프 듣기를 권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부싸움이 심해지고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니 제 발로 <깨달음의 장>을 찾아갔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제가 종교에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게 가장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에 타자마자 스님의 법문 테이프를 틀었습니다. 이전에는 흘려들었던 것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그 중 ‘불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문을 들어야 한다’라는 말씀이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법당에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다음 주부터 법당에 나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안 빠지고 나갑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알라원에서 아이들과
▲ 필리핀 민다나오 알라원에서 아이들과

혼내는 사람이 들어주는 사람으로

정토회 오기 전에는 제 기준에서 벗어나면 잘못이라 생각하여 즉시 지적을 하거나 혼냈습니다. 직장에서도 제가 맡은 일은 잘했지만 까칠하고 별난 사람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랫사람에게는 “주머니에서 손 빼고 걸어라. 손 빼고 인사해라”라고 했습니다. 윗사람께는 모른 척 넘어가도 될 것을 콕 집어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수행은 제게 그런 사람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수행 후 가장 많이 변한 점은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대화 중간에 “그게 아니고”라고 끊으니까 항상 결론이 좋지 않았습니다. 부서 간 부딪칠 일이 있어도 제가 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자존심 세우고, 상대 말을 들어주면 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끝까지 듣고 수용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이혼

아이들 엄마한테도 제 기준에 맞추라고 했습니다. 시집을 왔으면 시댁에 잘해야 하고, 남편 뜻에 따라야 하니, 시댁에 가자고 하는데 안 간다고 하면 화냈습니다. 교회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 엄마에게 못 가게하고,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교회에 찾아가 사람들 보는데 불러내어 성경책을 집어 던지기도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 갔다 와서는 교회에 가라 하고 저도 가끔 같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했던 행동들로 인한 과보를 그때부터 받았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법당에 못 가게 하며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싸움이 깊어져 거의 <깨달음의 장>에 가기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 엄마가 정말 화가 나서 저에게 과일칼을 들이댔는데 그 칼을 막내아들이 잡으며 “엄마 그러지 마라” 하는 순간 이혼을 결심하고 법당에 가서 절했습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실컷 울고 집에 가서 이혼하자 했습니다. 아내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는지 잘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각자의 길을 가보자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7개월 후 2005년 5월 말에 이혼했습니다. 이혼 전에는 ‘이혼했다는 말을 어떻게 듣나, 아이 셋을 어떻게 키우나, 몸이 불편한 딸은 어떻게 키우나?’ 늘 주변의 시선과 남자의 체면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이혼하고 나니 ‘이혼한 게 사실이고, 아이 셋 키우는 게 사실이다. 사람들이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왜 부끄러워할까? 아이를 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잘하는 일인데 왜 부끄럽다고 생각할까?' 입장 정리가 되었고, 오히려 이혼은 좀 더 수행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JTS 거리모금
▲ 크리스마스 JTS 거리모금

이혼 후, 깊어진 수행

이혼 당시 아이들은 5학년, 3학년, 2학년이었습니다. 딸 머리 땋는 연습도 하고 식사도 챙겼습니다. 부부싸움 중에 한두 번 밥을 안 챙겨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아침기도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굶겨서 학교에 보낸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이 기도를 빠지지 않고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님들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와서 청소와 반찬을 해주었습니다. 밥과 된장찌개, 참치찌개, 계란후라이 같이 간단한 것은 직접 했습니다.

큰딸은 1년에 한 번씩 뼈 이식수술을 했습니다. 다리치료에 돈이 많이 들고 어려우니 허벅지 부분을 절단하고 의족 하는 게 낫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수의 한 병원에서 가능성이 50:50인데 후회 안 하려면 한번 해보라고 해서 수술했습니다. 아이가 여섯 살 때부터 1년에 한두 번씩 수술하면서 열다섯 번 수술하고 열여섯 번째 절단했습니다. 거의 일 년에 한 번씩 수술한 셈입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아이들 모두 사춘기 없이 컸습니다.

사춘기 때는 하고 싶은 거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아이들에게 공부보다는 많이 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직장, 법당봉사, 수행하는 일만 충실히 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면 맛있는 거 사주었습니다. 아들이 영어학원 보내 달라 했을 때는 한국 사람이 한국말만 잘하면 된다고 안 보냈습니다. 아이들을 간섭 없이 키워 그런지 셋 다 알아서 스스로 잘했습니다.

아버지 존경합니다

매일 기도한 지 4년 정도 되었을 때, 5학년 아들이 “아버지 정말 존경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왜?”라고 물으니 “어떻게 그렇게 하루도 안 빠지고 아침마다 기도하세요?” 이렇게 말하는데 그때 좀 뭉클했습니다.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 이후에도 가끔 농담 삼아 “아버지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 있어요? 투자한 게 뭐에요? 학원을 하나 보내줬어요? 책을 많이 사줬어요?” 하며 따집니다.

“야 이놈아, 학원 보내고 책 사줄 돈으로 북한에 굶어 죽는 동포 도왔지, 필리핀과 인도 어려운 아이들한테 학용품 보냈지. 다 너희들을 위해서 했지 아버지를 위해서 했을까?” 하며 오히려 큰소리칩니다. 아버지가 이런 활동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법사님이라고 부릅니다. 가끔은 “아이고, 법사가 그래서 됩니까”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아이들하고는 사이가 좋아 친구처럼 지냅니다. 아들 친구들도 뭐든지 잘해주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아버지가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합니다. 큰딸 친구들도 집에 놀러 오면 간식 사 먹으라 하고 편하게 대해 줬더니, 직장생활 하며 번 돈으로 제 생일선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학교준공식 후
▲ 필리핀 민다나오 학교준공식 후


다음주 금요일 향존 법사님 두번째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인터뷰 진행_김혜경
인터뷰 지원(영상, 녹화)_김혜경
글, 편집_최미영, 도경화, 권영숙
도움주신이_이정선, 백금록, 박우경, 김승희, 박정임, 전은정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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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희

수행에 게으름을 피우던 제게 큰 감명과 가르침을 주시는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2-11-21 11:33:12

장형원

모처럼 마음 뭉클하게 잘 들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2022-04-28 20:15:53

김찬우

법사님을 알게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저에게 많은 의지가 됩니다 건강하십시오

2022-04-15 13: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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