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아태유럽지회
우리가 전법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1년여 동안의 긴 교육을 마치고 지난 1월 8일 수료식을 한 신규 전법활동가들이 있습니다. 해외지부 일반회원 23명으로 시작한 전법활동가교육은 아태유럽지회에서는 지역별로 각 한 명씩 총 3명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이제 진행자로 전법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도반들의 당찬 포부와 수행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활동가 단체 사진(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숙희, 김지은, 노금행 희망리포터, 이혜경)
▲ 활동가 단체 사진(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숙희, 김지은, 노금행 희망리포터, 이혜경)

필리핀 전법모둠, 도숙희 님

남편 따라 만난 불법이 씨앗이 되어

2017년, 남편이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을 데리고 먼저 마닐라 법당을 찾았습니다. 천주교 신자지만 결혼 후 성당을 나가지 않던 저도 함께 정토법당에 갔습니다. 처음 접하는 불교라 잘 모르지만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았고, 도반들에게서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배척하지 말고 일단 공부하면서 알아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궁금증이 더해져 남편보다 먼저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막상 공부해보니, 복을 비는 종교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신선한 법문에 감탄하고 존경심이 솟아났습니다.

인도에서 세운 원

2020년 1월, 함께 가야 제맛이라는 분위기를 타면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인도성지순례에 참가했습니다. 2600년 전 부처님이 가셨던 그 길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마음 깊은 곳 느껴지는 불심과 알 수 없는 감정에 울컥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누가 지어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해탈하였기에, 열심히 수행정진하면 발끝은 구경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 결심했습니다. 정토회에 끝까지 남아 봉사를 하겠다고.

인도성지순례에서 도숙희 님
▲ 인도성지순례에서 도숙희 님

지인들은 제 꼬락서니를 모르니 그저 착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 옳다는 생각이 강해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까다로운 아내요 엄마였습니다. 그래서 늘 화가 나면 무서운 사람이었고,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불안도 많았습니다. 최소인원 3명이 충족되지 않아 들을 수 없었던 경전반 수업을 마침내 들으니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란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제는 현재에 집중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올 때 알아차리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습니다.

같이 걸어주는 안내자가 되겠습니다

불법과 인연을 맺게 해 준 남편은 저보다 일 년 뒤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온라인으로 경전반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일반회원으로 꾸준히 수행법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문턱을 넘게 해 준 사람은 남편이지만, 지금은 제가 더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여러 소임을 거쳐 현재 해외지부와 아태유럽지회 천일결사 꼭지, 마닐라법당 회계를 맡고 있습니다. 정토회 소유인 마닐라 법당은 온라인으로 전환된 후에도 법당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시예불도 빠지지 않고 매주 1회 이상 담당하고 있습니다.

권유가 들어오면 고민 없이 무조건 해 보자는 성격 탓에 전법활동가 교육을 마쳤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알고 순간 놓치더라도 다시 돌이키며, 혹여 놓쳤더라도 다음 날 아침 정진을 통해 참회합니다. 살피고 하루를 맑게 시작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을 만난 덕임을 알아 전법하는 삶으로 나아갑니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가겠습니다. 불교대 도반들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안내자가 되어 편안함을 주는 전법활동가가 되겠습니다.

마닐라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앞줄 맨 오른쪽)
▲ 마닐라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앞줄 맨 오른쪽)

시드니 전법 모둠, 김지은 님

궁금함을 가슴에 안고 출발

우연히 2012년 텔레비전에 출연한 스님을 본 후, 즉문즉설 유튜브 동영상과 스님의 하루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에서 설하는 내용의 근본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 2019년 3월 시드니 법당을 찾았습니다. 가슴에 커다란 덩어리 하나씩 얹은 채 돌고 돌아 오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호기심에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아이들이 손이 덜 갈 만큼 자라 시간 여유가 생기니, 인생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어졌습니다. 법당에서 처음 접한 나누기는 신선했습니다. 법회에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300배 정진에도 동참해 태어나 처음 절도 했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파 농담으로 이제 법당에 못 나오겠다고 투정을 부리니, 절하다 생긴 통증은 절로 풀라는 도반의 조언으로 다음 날 바로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김지은 님
▲ 김지은 님

어느덧 천일을 향해

그 후 9-9차 입재식에 참여하여 단 하루도 정진을 거르지 않고 천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섯 형제의 중간이라 튀지 않고 상대에게 잘 맞추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기도하며 들여다보니 나라는 존재가 대단한 줄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절을 하며 자신을 낮추겠다는 명심문 덕분에 어느덧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옵니다. 불교대학에서는 그렇게 궁금했던 불교의 근본 사상을 배울 수 있어 좋았고, 경전대학에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삶을 배우며 전율을 느꼈습니다. 유튜브 즉문즉설을 통해 빙산의 일각을 보았고, 불교대와 경전반에서 빙산 전체를 보니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이전보다 마음은 더 편해졌고 고마워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나 자신을 바꿀 힘이 생기고 있습니다

회향하는 마음이 샘물처럼 솟구쳐 은혜 갚은 두꺼비 심정으로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2021년 2월 경전대학 졸업 후 일요정기법회는 시간이 맞지 않아 주중에 받을 수 있는 발심행자 교육을 끈으로 여기고 붙들었습니다. 6개월 과정 종료 후 바로 발심행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정회원제도가 폐지되어 전법활동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했습니다. 1회 교육생이라 프로그램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통해 정토회의 이념을 잘 이해하게 되었고 특히 통일의병교육 후에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생겼습니다.

1년간 불교대, 경전대 돕는이를 한 경험도 좋았습니다. 놓쳤던 법문을 마음껏 들으며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름과 역할만 돕는이었을 뿐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든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 되겠다는 삼귀의 구절은 실천에 옮기기 어렵게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 그 참뜻을 알았고, 보시와 봉사는 결국 나와 남을 모두 구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수행의 끈을 놓지 않고 변화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계를 만나 출렁거릴 때 수행으로 얻은 묵직한 무게추가 중심을 잡아줍니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려는 계산기도 덜 두드리며 편한 엄마와 아내가 됩니다. 아직 변변한 원이 없는 제가 부족한가 걱정도 되지만, 지난번 법회에서 괜찮다고 하신 스님의 법문으로 안도했습니다. 전법활동가 수료식에서 스님이 잡아주신 ‘착실한 회원이 아니라 부족한 법사’라는 관점을 가지고, 책임감은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법을 전하겠습니다. 나를 바꿀 힘이 생긴다는 3년의 정진을 지나 세상을 바꿀 힘이 생긴다는 새로운 만일을 바라보는 저는 묵묵히 나아가는 전법활동가입니다.

독일 전법 모둠, 이혜경 님

어린 도반들이 끌어주었으니

사람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지만, 옆에서 누가 시키면 잘하려고 합니다. 정회원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도반이 권유해서 발심행자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처음 4명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모두 그만두고 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진행자와 함께 교육을 마쳤습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정회원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통보받았을 때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법활동가 교육으로 명칭이 바뀌고 코로나로 집에 있는 상황을 이용해 다시 교육에 들어갔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도반과 폭넓은 주제가 담긴 교육을 통해 오랜 외국 생활로 잊고 살았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전법활동가 수료식 당일에는 또 발을 빼고 싶어졌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는 도반의 말에 힘이 났습니다.

이혜경 님
▲ 이혜경 님

은빛 머리 휘날리며 가볍게

경전대학과 불교대학 돕는이를 연달아 두 번 하면서, 크롬조차 모르던 제가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을 도와주었습니다. 제 역할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학생들 나누기에 집중을 못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돕는이 소임에 자신이 붙어 언제든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일흔 살 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는 도반들의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습니다. 불법을 만나 삶이 바뀌고 은빛 머리 휘날리며 회향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어 고마울 뿐입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어쩔 수 없이 활동하지 못하는 연로한 도반들에게도 용기 내어 시작해보라는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볍게 가는 전법활동가가 되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선배 도반들의 축하와 응원으로 마무리합니다.

“도숙희 님은 각종 법당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누구보다 책임감이 있고 꾸준히 수행해왔기에 든든하고 믿음이 갑니다.”
윤보연(아태유럽지회 불교대학 진행자)

“성실, 실천력,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모두를 감동하게 했던 김지은 님과 함께하니 기대됩니다. 전법행자가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조은정(아태유럽지회 불교대학 진행자)

“수업 때마다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이혜경 님의 진심 어린 나누기를 들으며 저도 저렇게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되리라 다짐했습니다. 덕분에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임을 배울 수 있어 고맙습니다."
박동주(아태유럽지회 불교대학 진행자)

글_노금행 희망리포터(해외지부 아태유럽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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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세계는 하나,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지구라는 삶의 터전에서 모자이크붓다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도반님들, 응원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2022-03-14 07:15:11

고명주

지은님 숙희님 여기서 만나뵙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 두분의 좋은 에너지 맘껏 나눔 받았습니다 .^--^

두 분 사랑합니다. ^--^

2022-03-11 07:31:45

정 명

해외 도반님을 보면 더 반갑고 소중한 느낌이 듭니다
필리핀, 독일, 시드니 각각의 지역에서
전법의 꽃을 활짝 피우게 될 세 도반님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잘 전해주신 제작팀에게 감사드립니다

2022-03-08 07: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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