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포항지회
거기 평양지부는 잘 돌아가나요?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 온다는 것을 이치를 오롯이 깨우쳤다는 이나경 님. 소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고마움을 배웠고 이제는 선배 도반들에 받은 만큼 세상에 도움을 줄 수있는 원을 세운 수행자로 살아가겠다고 합니다. 이나경 님의 좌충우돌 깨우치는 과정을 들어보겠습니다.

남편에게 맞추기 힘들다

저의 정토회 인연은 행복학교부터 입니다 . 2014년 결혼하여 포항에 살고 있습니다. 남들은 육아가 힘들다는데, 저는 아기를 키우는것은 하나도 힘들지 않으나 남편과 맞춰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행복학교 석굴암 탐방
▲ 행복학교 석굴암 탐방

'남자는 돈만 벌어오면 된다'는 아버지 세대의 가부장적인 생각을 가진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오히려 가족을 귀찮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으로 곧장 들어오지 않고, 술을 마시며 새벽 1시나 3시, 본인이 내키는 시간에 들어왔습니다. 그럴수록 부부싸움의 횟수도 늘어갔습니다. 아들이 조금 커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제게 약간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시기에 친정엄마가 '법륜스님의 하루'를 공유해 주었고 저는 행복학교1를 신청했습니다.

왜 내 문제지?

2017년 8월, 행복학교 첫 모임에 머리띠도 하고 화장도 하고 최대한 괜찮은 척 참석했지만, 마음은 켜켜이 쌓인 괴로움으로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행복학교에서 보내는 한 주에 두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표정이 굳어있지만 끝날 때는 표정이 풀리고 미소 지으며 나올수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웃을 일이 많지 않았는데 스님 강의영상을 보면서 맞다 맞다 맞장구 치며 좋아하며 웃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행복학교를 그만 두고 싶었던 위기도 한 차례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내 문제라고 하는데 왜 내 문제일까, 왜 내가 문제지…?' 이 한생각이 풀리지 않은 숙제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문제가 아니고 상대가 문제 인 것 같은데, 왜 내 문제라고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법륜스님께 직접 질문도 했습니다. "남편이 탁구도 치고 술도 마시는데 이제는 색소폰까지 불려고 해요"라는 제 고민에 스님은 한마디로 “남편은 아무 문제없다!" 라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남북문제, 환경문제, 얼마나 큰 문제들이 많은데… 내 일 좀 도와라 " 말씀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 말씀이 전혀 귀에 들어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남편 진짜 이상한데... 술 마시고 늦게와서 폭언하며 손도 올리고. 이걸 다 시시콜콜 이야기할 수도 없고..’ 억울한 마음이 더 커 스님 말씀도 잘라가며 대들기 바빴습니다.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다

추석 가족 모임 때 남편과 친정 식구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득 “남편은 아무 문제 없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으로 스님이 하셨던 말씀이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니 마음 속 응어리가 갑자기 눈 녹듯 녹아 내리는 듯 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유연해지면서 남편을 향한 짜증과 화가 덜해졌습니다.

남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컸던 저를 남편이 맞춰 주기 힘들었겠다.'라는 오히려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법을 만나고 조금씩 변화하는 저를 보니 더욱 수업이 재밌어졌습니다. 다섯살 아들을 데리고 법당을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수업 들으라고 도반들이 아이를 봐주셨지만 수업 내내 저를 찾아대는 아들과 밥 차리러 오라는 남편 성화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빠지는 날 없이 불교대학을 개근으로 졸업하고 경전대학도 입학했습니다.

즉문즉설 강연 안내 봉사중인 이나경 님
▲ 즉문즉설 강연 안내 봉사중인 이나경 님

집착과 무관심 사이 중도를 찾다

《금강경2 》수업 중 상을 짓는다는 부분에서 과거 제 모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남편이 탁구를 치고 온 그 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아들을 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불량스러워 보이던지 남편에게 차갑게 쏘아붙였습니다. 옷 차림새가 점잖지 않고 보기 싫다는 상을 적용했던 겁니다. ‘그냥 아이를 안은 아빠의 모습으로만 보면 되는데 ... 내가 상을 지었구나, 겉모습에 치중 했구나!’ 하며 과거의 저를 돌아봤습니다.

경전대학 졸업 후 정일사3 기간 중 묘당 법사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제가 남편에게 집착하고 욕심을 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집착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편을 대하다보니 무시와 무관심으로 잘못 이어졌습니다. 무시와 무관심도 정답이 아닌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묘당 법사님은 “중도”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중도를 찾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지만 '나의 행동 ,말, 생각을 바르게 하다보면 중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욕하지 않고 바른 말을 하고, 편안하게 말하고, 아이의 아빠로서 대우해주면서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면 중도의 길을 갈수 있을 것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남편과 저는 그저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고 사랑을 먼저 주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었을 뿐임을 알았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겠구나… 나랑 동일시 여기지 말아야 겠구나!' 사물의 이면을 보고 이치를 알아야 한다는 스님 말씀도 생각이 나면서 순간 가슴이 뻥 뚫렸습니다.

이제 이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2021년 3월에는 불교대학 주간 진행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수업 사이트 접속에 어려움이 있는 도반을 방문해서 도와 주고, 전화로 상담해주는 온라인 114 소임도 함께 병행하던 터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또 수행 기간도 짧고 나누기의 깊이가 얕다는 자격지심도 있었습니다. 한 마음 내려놓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 결심하니 처음의 부담감과 어려움이 많이 줄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간담회때 솔직히 내어놓으니 경험 많은 선배 도반들이 많이 도와 주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가볍게 하고 가볍게 내어 놓자.'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탈락자나 결석자 없이 불교대학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9월 불교대학에서는 돕는이 소임을 맡았습니다. 진행자 소임을 할 때는 돕는이가 띄워주는 화면만 보고 멘트를 읽어 나가면서 진행을 했는데, 돕는이를 맡아 진행순서에 맞춰 화면을 띄우니 너무도 바빴습니다. 진행자와 돕는이, 누구 하나 더 중요한게 아니고 서로 돕고 소통하며 배려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며 포항지회 줌(Zoom, 화상회의 사이트) 관리 소임도 맡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컴퓨터 관련 문의가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답변 중입니다. 제가 따로 해결해 드리는 것은 없지만 전화할 곳이 있고 물어 볼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성심 성의껏 답변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들과 함께 참여한 광화문 평화시위
▲ 아들과 함께 참여한 광화문 평화시위

“내 일 좀 도와라” 하셨던 스님 말씀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전법발원문에 쓰여진 '30년전 한 수행자의 발원이 나에게 이어지듯' 저도 발원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제가 살고 있는 포항시 용흥동의 모둠장이 되는 것이고 둘째는 2차 만일결사4가 마무리 되기 전에 함경도 지부장이 되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평화를 이루어 “거기 평양 지부는 잘 돌아가나요? ”, "북한 날씨 진짜 춥네요.” 하면서 서로 농담도 던지며 소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발원이 꼭 이루어지도록 이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우리동네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인터뷰 하는 동안 이나경 님의 밝고 활기찬 에너지에서 마음의 풍경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빼곡한 봉사 일정들도 가볍게 받아들이고 재밌게 활동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그녀의 계절도 이제는 따뜻한 봄날입니다.

글_정도현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포항지회)
편집_박문구(서울제주지부 서대문지회)


  1. 행복학교 법륜스님 행복학교는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고 진행자와 참가자가 행복을 배우고 연습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체험의 장'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2. 금강경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3.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4. 만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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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너무 멋져요!

2023-09-06 09:12:47

이미숙

깨장 동기 도반 이나경님을 정토행자의 하루에서 보니 더 반갑네요 수행담 잘봤습니다
긍정적 에너지로 봉사 소임하시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행복한수행자의 길 항상 응원드립니다

2022-02-26 20:52:53

조은주

함경도지부장님 미리 축하드려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아자아자~~^^

2022-02-18 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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