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가로등 아래서 방귀 찾기

오늘은 지원국에서 기획홍보시스템팀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 장은미 님의 일상에서 깨어있기 입니다. 기획홍보시스템의 모든 회의에 참여하고, 재촉하면 후딱 후딱 해주니 같이 일하는 우리는 좋지만, 저 집은 잘 돌아가나 싶어 회의 그만하고 얼른 집에 가라고 하는 도반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장은미 님의 정일사1 과제가 가족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살펴졌는지 함께 나누어 봅니다.

과제로 삼은 남편

수행과제 : 남편
▲ 수행과제 : 남편

정일사 정진 기간동안 제 과제는 가족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 사무실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정토회 화상 회의를 하는 제게 남편은 "그러려면 내일부터 나오지 마." 라고 합니다. 전 같으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진짜 안나오는데 요즘은 “내가 오늘은 정말 회의를 많이 했네. 죄송해요~” 하고 살랑살랑 웃을 만큼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잘 안 고쳐지는 건 제 일에 빠지면 옆에서 무슨 말을 하든 왔다가든 별 신경을 안쓰는 것입니다.

한 번은 남편이 손님이랑 같이 들어 오길래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인사만 하고 화상회의에 몰두했습니다. 회의 마치고 보니 손님이 저 먹으라고 저녁 도시락을 사두시고 인사도 하셨다는데 제가 대꾸도 안하고 회의만 하고 있었다고 남편이 화가 많이 났습니다. 정신 좀 차리라는 남편의 말에 “죄송합니다” 했더니 남편은 그 죄송하다 소리도 이제 그만 해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정일사 기간에는 지금 옆에 있는 가족, 특히 남편에게 깨어 살피고 배려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습니다.

내 맘에 드는 과제를 내 놓지 않는 남편

역시 과제 : 남편
▲ 역시 과제 : 남편

그런데 과제로 삼고 보니 말은 흘려듣기 일쑤였고, 뭔가 집중해서 하고 있을 때는 그걸 내려놓고 지금 나를 찾는 가족이나 남편에게 바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또 상대방이 이야기 할 때 앞부분만 듣고 ‘이건 말도 안되는데’ 싶으면 그 다음부턴 잘 듣지 않는 버릇도 찾았습니다. 내가 이렇구나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선물을 받아오라는 과제가 내려왔습니다.

남편과 아침에 함께 출근하면서 “나 뭘 고치면 좋겠어요?” 물었더니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귀나 끼지마” 합니다.

‘아! 이건 고칠 수 없는 건데. 그런 거 말고 성격이나 태도 같은 것을 말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 그건 배가 아파서 못고치니까 그런거 말고 다른 건 없어요?” 다시 물으니, “진짜로 방귀나 끼지 말라니까”합니다. “아 진짜 나한테 선물 주는 마음으로 이것만 고치면 정말 좋겠다. 싶은 것 사랑을 담아서 다시 말해봐" 했더니 “너 정토회에서 뭐하려고 하는 거지? 그럼 한 자도 고치지 말고 이게 내 선물이야. 방!귀!나! 끼!지!마!”

내 맘에 드는 과제를 다시 찾아서

수행과제 : 선물이었네
▲ 수행과제 : 선물이었네

남편에게 더 물어도 가망없겠다 싶어 도반들에게 선물을 청했습니다. 한 도반이 '내 선물은요~ 자기 생각에 저 일은 틀렸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생각을 잘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 생각도 일단 수용해 주고 의견을 덧붙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어쩜 이게 내 과제 였는데, 내가 어떤지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더니 정말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반을 통해 내 과제를 들으니 새삼 아침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과 그 때 내 마음, 태도, 행동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먼저 선물 달라 청하고도, 막상 내가 듣고 싶은 답이 아니니 남편이 준 선물은 치우고, 이 도반 저 도반에게 선물달라 했구나. 일과 일상에서 내가 생각하는 정답,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면 이렇게 다 흘려버렸구나. 그런 태도나 행동이 달라 지지 않으니 남편은 내가 죄송하다 할 때 듣기 싫다 했구나.

그 간 가족을 대하던 내 태도와 마음이 살펴지니,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과제를 해낸 나

가로등불 아래에서 헤매이던 내 모습
▲ 가로등불 아래에서 헤매이던 내 모습

정일사 회향 수련에 가서 남편에게 들은 그대로 선물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법문으로 ‘남편이 싫다는데 방귀를 끼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옳다는 업식이 발동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다른 측면에서는 방귀 뀌는 그 순간 몸과 무의식에 깨어있지 못한것이다. 무의식에도 깨어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제 몸에 깨어 방귀가 나오려고 하면 바로 화장실로갑니다. 간혹 실수로 남편 앞에서 방귀를 뀌면 바로 미안하다고합니다. 며칠 전 남편이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고 “이봐, 이봐, 그동안 내가 말할 때는 그렇게 안 고치더니, 정토회에서 말하니까 바로 고치는구만. 그러니까 내가 정토회를 싫어하는거야” 하며 웃습니다. “에이~ 내가 정토회 때문에 고쳤겠어~. 방귀 뀌는 버릇을 고치는게 자기를 존중하는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서 고친거야. 그동안 내가 몰라서 그랬어. 잘 봐줘서 고마워"


장은미 님의 정일사 회향 나누기를 듣고 지갑을 잃어버린 곳에서 찾지 않고, 가로등 불빛 아래 와서 찾는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 났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곳이 너무 어두우니, 밝은 가로등 아래에서 지갑을 찾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네 모습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장은미 님은 가로등 불빛 아래로 왔다, 다행히 지갑을 잃은 곳으로 다시 찾아가서 지갑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찾고 있을까요?

글_장은미(기획홍보시스템국)
편집_서지영(행자의하루편집팀)


  1.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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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미

아, 저도 방귀를 잘뀌는데, 이게 내 몸에 깨어있지 못해서란 걸 배웁니다. 방귀 뀌는 거 거칠수 있다~ ㅎ,,,

2022-01-17 07:54:29

이동렬

정은미 보살님의 행자의 하루 잘 들었습니다.
집중력과 자기 통제력이 대단하시어 자유자제로 사시는 삶을 본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2-15 04:58:33

공덕경

방귀에 대해서도 깨어 있는 정토행자~
많이 배웁니다

2021-12-10 11: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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