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어느 멋찐 분
JTS안산다문화센터

JTS 안산 다문화센터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안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월광 법사님이 원장으로 있는 이 곳에서는 정해진 일 보다는,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합니다. 인연이 되는 일들을 수행자의 마음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분 한분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다문화 센터. 그곳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김병선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다급한 전화

시흥법당을 정리하며 나온 연꽃을 JTS 안산 다문화센터에 갖다 주며 월광법사님을 만났습니다. 조그만 체구의 법사님이 바삐 움직입니다. 일거리가 많은 듯하여 뭐라도 한 가지 돕고 싶어 ‘차량 봉사, 김병선,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한 환자가 있다는 법사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달받은 주소지로 가보니 덩치 큰 남자가 잠시 서 있을 힘도 없어 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 김톨스토이(가명) 님이었습니다. 며칠째 물만 먹어도 토해서 갈증이 심한데도 물을 먹지 못하고, 물로 입만 자주 적시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김톨스토이 님을 태우고 안산에서 수원에 있는 유승박 내과로 급히 갔습니다.

유승박 내과 원장님과 톨스토이님
▲ 유승박 내과 원장님과 톨스토이님

무료진료

유승박 원장님은 법사님의 지인으로 꾸준히 다문화가족들을 무료로 진료해주고 있었습니다. 법사님이 이미 통화를 해둔 상태라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검사에 수액주사를 놓고 결과까지 빠르게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김톨스토이 님의 당뇨 수치가 500이 넘었습니다. 오는 길에 스마트 폰의 번역기로 김톨스토이 님에게 진료 내역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당뇨 쇼크이니 각별히 식사 조절해서 체중을 줄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다행히 김톨스토이 님은 긍정적이었고, 제법 대화도 잘 통했습니다.

다음날 병원으로 다시 오라는 유승박 원장님의 연락을 받고 급히 갔습니다. 김톨스토이 님은 어제보다는 조금 웃는 얼굴을 했지만, 탈수상태가 심했습니다. 원장님은 수액과 영양제를 더 투여하였습니다. 당뇨 수치가 400으로 조금씩 내려가지만, 아직 위험하니 다음 날에도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다문화 가족들 병원 진료 안내 봉사중인 왼쪽에서 세 번째 김병선 님
▲ 다문화 가족들 병원 진료 안내 봉사중인 왼쪽에서 세 번째 김병선 님

회복

그 이후로도 원장님은 김톨스토이 님의 당뇨 수치가 290에서 100으로 내려오기까지 계속 약을 바꿔가며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환자를 정성으로 살피며 친절하게 진료해주어 정말 고마운 마음이고, 매번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5개월쯤 치료받고, 다시 혈액 검사를 했습니다. 당뇨 수치가 정상이 됐다고 한 달 후 오라고 했습니다. 한 달 후 결과는 혈압, 당뇨, 고지혈 모두 정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 넘어 산

김톨스토이 님은 지난 2년간 일했던 회사가 부도나서 월급도 못 받고 사장은 외국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래서 의료보험료도 못 내고 있고, 비자 연장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비자 신청하러 같이 가주겠다고 하고, 의료보험료는 분납으로 낼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건강해진 톨스토이 님
▲ 건강해진 톨스토이 님

200만원이 넘는 의료보험료를 최장 19개월 분납으로 신청하고, 이제 비자 연장신청이 남았습니다. 비자 연장신청서에는 직장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직업이 없으니 제 마음이 왠지 조급했습니다. 내 고향 섬 염전으로 보낼까, 도배하는 조카한테 보낼까, 여기저기 연락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당뇨 치료를 계속 받으려면 가까운 곳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직업인력사무소를 검색했습니다.

산 넘어 행복

한 군데가 뜨길래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산 다문화센타 자원봉사자인데요, 외국인 일자리 한 개 있나요?” 물었습니다. 비자 유형이 뭐냐고 묻고, 눈치 빠른 김톨스토이 님이 F4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다행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퇴근하는 조건에 월급은 240만원입니다. 내일 바로 오라고 주소를 문자로 보내 주었습니다.

군서초등학교 손소독제 나눔 봉사중인 왼쪽에서 두 번째 김병선 님
▲ 군서초등학교 손소독제 나눔 봉사중인 왼쪽에서 두 번째 김병선 님

얼떨결에 김톨스토이 님은 취직하고, 비자 연장신청도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방세 218만원을 현금으로 내야 비자 연장 신청접수가 된다고 했습니다. 출근한 지 겨우 3일밖에 안 된 상황이었지만 회사 사장님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바로 제 통장으로 돈을 부쳐주었습니다.

미얀마 물품 지원 봉사중인 왼쪽에서 두 번째 김병선 님
▲ 미얀마 물품 지원 봉사중인 왼쪽에서 두 번째 김병선 님

세상에는 고마운 분들도 많고, 정말 감사할 일들이 많습니다. 지금 김톨스토이 님은 “사장님 멋있어요” 하며 사장님 카톡 이미지 사진도 보여주며 일도 힘들지 않다고 행복해합니다.


정토회 만난 지, 15년이 넘어갑니다. 도반들과 회의하다 보면 분별심도 많이 나고,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정토회를 떠나지 않고 있나'를 생각해봤습니다. 오늘 같은 소중한 도반들의 봉사 이야기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두 가지의 삶이 놓여있습니다.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떼먹고 달아난 사장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 함께 사는 삶입니다. 김병선 님의 함께 사는 삶을 지지하며, 저도 그처럼 살기를 발원합니다.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글_김병선(광명지회)
편집_행자의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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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안

훌륭한 삶을사시네요 힘드실텐데 감사드립니다 마음만 있고 실전 못 하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자 용기내서 할수 있는 봉사에 도전해보십시다

2022-05-07 22:41:03

길상화

나무 관세음보살
멋지십니다

2022-01-12 13:36:51

danbee

따뜻한 이야기 정말 감동입니다. 이렇게 세상은 살 만하네요^^

2021-12-14 1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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