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책임을 지고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말하는 도반이 있습니다. 소박하고 환한. 얼굴 보라색 라벤더 꽃을 좋아한다는 사람, 부산 화명법당을 온라인법당 1호로 탄생시키고 김해지회 도반이 된 맹선희님을 소개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아픔

4남매 맏딸인 저는 어린 시절, 자식 사랑이 유별난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시골에서 구두에 원피스를 입고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키가 작고 왜소한 저를 늘 안타까워했던 아버지는 무거운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학교 정문 앞에 맡기고 가곤 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가슴이 따뜻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평소 아는 사이로 결혼생활은 평탄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몸에 힘이 없고 목이 잠겨 목소리가 안 나오고 식은땀이 나고 피곤이 쏟아졌습니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림프샘 이상 소견과 갑상샘 암이라고 했습니다.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8년간 해오던 공부방을 올케에게 맡기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방사성 요오드치료를 받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더니 전신 마비가 왔습니다.

몸 안에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일어난 증상인데 무서웠습니다. 그 후 음식으로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약 처방을 받아 지금껏 약을 먹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도 손과 발이 뻣뻣하고 허리가 아파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겁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살아보려고 더듬거리며 천천히 뒷산 약수터에 가는 것에 도전했습니다. 평소 1시간이면 될 것을 하루 진종일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다

한꺼번에 모든 게 쓰나미처럼 닥쳐왔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즈음 인터넷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어딜까?’하는 궁금함에 정토회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부산 북구 화명동 뜰안채 아파트에 가정 법회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법회를 연다니 어색하고 믿음이 가지 않아 그냥 나왔습니다. 이후 시간이 좀 흘러 다시 찾아갔는데 법당이 없어졌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마침 양산에 법당이 있어 찾아갔는데 지금의 향웅 법사님 아파트 자택에서 가정 법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바라던 불교대학 입학을 두 번 하다

바라던 대로 2014년 양산 불교대학 학생 1번으로 입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허리 협착이 와서 시술하고 입 퇴원이 연속되니 과락생이 되어 졸업을 못 했습니다. 안타까웠지만 건강을 챙겨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하며 건강을 챙기던 어느 날 화명동에 법당이 생긴 걸 알고 단박에 찾아갔습니다. 누구도 권하는 사람 없었지만, 새벽기도를 갔습니다.

화명법당 새벽기도 다닌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가을불교대학을 소개받았습니다. 2016년 가을불교대학에 재입학하고 10월에 〈깨달음의 장〉¹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저 자신을 알았습니다. 저는 모든 게 내 마음에 들어야 하고, 남이 보기에 착한 여자여야 하고, 내 말이 옳다고 우기고 고집을 부리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법당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이만함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내 지금 형편, 내 입장을 알고 토를 안 달게 되니 편안하게 공부가 되고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1호 화명법당을 만들다

경전반 다닐 때는 학생이면서 불교대학 모둠장을 하고 목요일은 경전반 공부를 도반들과 같이했습니다. 졸업 후 봄 불교대학, 가을불교대학 담당을 했고 화명법당 부총무 소임도 맡았습니다. 화명법당은 오랫동안 총무가 없어서 동래정토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 오다가 2019년 9월부터 제가 총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경험이 없는 저지만 모르는 것은 물어가면서 마음이 떠난 도반들도 함께 모아 운영회의도 했습니다. 그리고 도반과 법당행사를 진행하며 도반을 알아가고, 도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도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주변을 넓게 보는 안목이 길러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법당문을 닫고 나서 재계약과 법당 정리를 두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화명법당 불사를 했던 도반들과 같이 온라인으로 만나 여러 차례 회의와 논의를 한 끝에 법당 정리를 결정했습니다. 법당 정리를 하면서 물건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경험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끝까지 법당정리에 수고해주고 함께 해 준 도반이 감사했습니다. 법당 이름은 살려놓고 법당만 없애고 모든 법회나 행사는 온라인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전국에서 온라인 1호 화명법당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11월 6일이 만료 기간인데 그 안에 모든 정리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안타까움은 많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가야 했기에 담담한 마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법당을 원상으로 복구하라고 해서 10월 31일부터 11월 6일까지는 복구 작업을 하고 다음 날 7일 새벽기도가 끝난 후 온라인 화명법당 개원식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도반들이 축하한다고 식혜며 떡이며 화환을 보내 주었고 축포도 쏘아 주었습니다. 저는 힘든 순간마다 총무로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되었고 도반들과 함께 부처님 법을 만났고 그 법을 전하는 일을 함께했던 화명법당을 가슴 깊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어 지금 마음 정말 감사합니다. 그 후로 전국 모든 법당이 온라인법당이 되고 저는 양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요동치지 않고 잔잔해진 내 마음 알게 되다

20년, 온라인 개인 법당으로 바뀌면서 남편과 갈등이 생겼습니다. 새벽 5시 일어나 아침기도를 하고 나누기를 하고 화상에서 나누기 끝나면 회의나 행사를 했습니다. 남편이 그것을 보고 발끈 화를 냈습니다. “뭐 하노? 그렇게 앉아서” 아파서 집안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새벽부터 기도하고 회의하고 하는 이런 행동이 남편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에도 핸드폰 미트 화면과 이야기한다고 쳐다보지 않는 저에게 화를 냈습니다.

무조건 ‘여보 죄송합니다’ 하면서 그냥 고개를 숙였습니다. ‘남편에 대한 배려가 부족 했구나‘ 반성하며 출퇴근 시간은 빵긋 웃으며 인사를 했는데 그렇게 해보니 나도 좋고 남편도 좋았습니다. 남편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먼저 받아주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 “예”하고 받을 때 나도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상황마다 깨어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핸드폰으로 나누기하기 어려우니 노트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남편도 조금 이해가 되는지 아들이 쓰던 노트북을 꺼내어 작동되게 손을 봐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적당히 좀 해라”라고 했습니다. 퉁명스러운 그 말투 속에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아, 내가 이 사람한테 배려받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저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내 몸에도 변화가 오고 차츰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매일 기도를 하니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걸 남편도 알게 되었고 예전처럼 부부 사이도 화목해졌습니다.

때론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한길로 간다.

이사 오면서 평수도 줄이고 짐도 많이 버렸습니다. 무거운 쓰레기를 많이도 이고 살았습니다. 그동안의 많은 과정이 제가 공부를 헛되게 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 느껴졌고 생활 속 체험을 통해 제가 지금 잘 쓰이고 있고 쓰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에게는 정토회와의 인연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지금은 경남 2반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주어진 소임 가볍게 행하며 매일 수행 정진으로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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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이겨내며 오직 한길, 이 불법에 의지한 것만이 최선이라고 인터뷰 내내 말하는 그녀에게서 마음의 평온함을 보았습니다. 이런 분도 있구나! 같이 가는 방향이 바른 길임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