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지회
늦게 된 자가 먼저 되다

1948년에 태어난 오성록 님은 올해 74세입니다. 하지만 2000년에 태어난 스무 살의 청년처럼 정토회에서 열정적으로 배우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성록 님이 봉사는 물론 법당 안팎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해 온 것을 직접 본 노원 법당의 도반들은 존경스럽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오랜 시간 수행한 도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자신이 복이 많다면서 오성록 님은 환하게 웃습니다. 보는 이의 마음마저 밝게 만드는 그 웃음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6.25 전쟁과 함께 한 어린 시절

저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서 1948년, 두 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6.25 전쟁과 함께 한 저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습니다. 동네 이웃의 부주의로 인한 화마가 마을 절반을 휩쓸었고, 대가족이었던 친가가 소유한 집 세 채가 모두 불타버렸습니다. 그래서, 타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친가 쪽으로 전근을 왔습니다.

JTS 거리모금
▲ JTS 거리모금

그 무렵에 지리산의 비극이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국군의 정찰기와 토벌대가 요란하게 활동했고, 밤에는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온 빨치산이 동네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습니다. 말 한 번 잘못하면 곧바로 총살을 당했기 때문에, 민간인들은 살기 위해 양쪽에 협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사회주의와 연관되었다는 명목으로 아버지와 삼촌 둘은 국군 토벌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세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는 화병으로 자리에 누웠고 어머니 또한 그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도 하지 못하는 나이였던 형과 저는 어머니를 따라 울기만 했습니다. 진학할 나이가 되었을 때, 형 대신 제가 학업을 접었고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러나, 형은 동생의 고생에 무관심했고, 명절이면 어머니에게 새 옷과 양말을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제가 희생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큰 상처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 형제의 재산을 맡고 있던 작은아버지가 작은 밭을 받는 조건으로 형에게 27000평 임야 전부를 준 것입니다. 형이 그 돈으로 준비 없이 사업을 벌였다가 빚만 잔뜩 졌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작은아버지와 크게 싸웠고, 진학까지 포기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학구열이 이끌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득해서 고향을 떠나 상경했습니다. 신부가 되고 싶었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했습니다. 택시 회사에 근무하며 쉬는 날엔 종로에 있는 검정고시학원에 다녔습니다. 모든 과정을 어렵게 완주하여 드디어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수업(맨 오른쪽)
▲ 정토불교대학 수업(맨 오른쪽)

그러한 저의 학구열이 저를 정토회로 이끌었습니다. 제가 정토회를 알게 된 계기는 책 한 권이었습니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법륜스님의 책 《행복》, 첫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법구경 한 구절이 저를 흔들었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씀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 법륜스님의 유튜브 즉문즉설을 시청하며 스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졌고, 2018년 가을 노원 법당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결정한 일이었기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스님과의 악수 때문이 아니라, 수업 한 강 한 강이 소중해져서 자연스럽게 모든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한계를 넓히다

노원 법당에 처음 왔을 때 받은 느낌은 친절함이었습니다. 노원 법당 정토불교대학 담당자의 한결같은 친절함과 깊은 불심에 감동했습니다. 하지만 영가 모시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백중1 법회를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불법 공부를 하면 할수록 백중과 천도재의 문화적 측면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오른쪽)
▲ 부처님 오신 날(오른쪽)

또한, 법당에서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공양간2이었습니다. 제 또래의 남자들은 대개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데, 법당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공양간에 드나들었습니다. 신혼부부라면 법당의 공양간을 꼭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청결한 관리가 눈에 띄었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장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토회의 공양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동네 주민센터에서 “음식 남기지 않기”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주민자치위원회 분과위원들부터 솔선수범하고, 또 다른 가정에서도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하여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이웃을 향한 이와 같은 배려와 노력이 사회에 평화를 가져오고, 우리나라의 통일에 이바지한다고 믿습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가운데)
▲ 정토불교대학 홍보(가운데)

새로이 태어나다

젊었을 적 형과의 갈등은 칼로 물 베기처럼 사라졌고 끈끈한 형제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지병이 있는 형을 혼자 두고 형수와 조카가 외출한 사이, 형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형님의 장례식장에서 소리 없는 눈물을 서럽게 흘렸습니다. 그 후, 형수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 “삼촌, 언제 나에게 돈을 주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갚을 생각이 없는 사람과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형수와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정토회를 만나고 그런 제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지켜왔던 원칙이 무너지고, 그 원칙을 뛰어넘는 진실을 깨우쳤습니다. ‘나는 내가 바라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나는 오히려 갚을 것이 많다.’라고 깨달았습니다. 이어서, 형수에 대한 미움과 서운함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형수와 조카들을 불러 외식할 만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또한, 형수가 건강하기를 항상 기원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100일 프로세스 60일 정진 홍보
▲ 100일 프로세스 60일 정진 홍보

수행으로 천국을 경험하다

이것은 3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이며 그 힘의 원천은 꾸준한 아침기도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정토경전대학 중반부터 시작한 천일결사3 기도를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 4박 5일 명상 수련에 참여한 이후로는, 3시 50분에 일어나 40분씩 명상을 하고 5시부터 천일결사 기도를 합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일찍 일어나기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자신에게 반문하면서 물러나는 마음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건강상의 문제로 명상 시간을 30분으로 축소했지만, 곧 나을 거라는 말을 병원에서 들어서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저의 일주일 일정은 정토회 일로 매우 빡빡합니다. 월요일은 전법활동가 교육, 수요일은 정토사회문화회관 봉사, 금요일은 즉문즉설 듣기와 유수스님과 함께 하는 정토사회문화회관 봉사자들과의 100일 정진, 토요일은 토요천일결사기도 참석, 일요일에는 일요명상에 참여합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의 봉사 소임은 제가 보유한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이 필요한 시설 관련 업무입니다.

이 소임을 위해서는 1급 자격증을 따야 해서 1급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나에게 주는 소임 앞에서 실력 없다는 핑계를 대지 않겠다.’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오는 소임이 행복학교4 진행자 또는 전법활동가이건 상관없이, 부족한 부분은 차근차근 배우고 채우면서 소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모둠별 새벽 5시 예불(맨 왼쪽)
▲ 모둠별 새벽 5시 예불(맨 왼쪽)

수행을 통해 행복을 경험하면서,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가 천국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수행자로서 수다원과(須陀洹果)에 이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깨달은 자의 네 종류의 하나인 수다원은 처음 깨달은 이, 지혜의 눈을 처음 연 사람을 말합니다.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되풀이하지만, 넘어진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 다시 일어나는 단계입니다. 제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괴로움에 빠지지 않고, 부처님의 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수다원과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오성록 님이 나아가는 길은 확실합니다. 행여 도중에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수행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도반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오성록 님은 이미 국어국문과를 졸업했고 내년에는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할 예정입니다. 배움에 대한 깊은 갈망으로 치열하게 공부했고 결국 불법을 만났습니다. 오성록 님은 느지막이 불법을 만났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새로이 거듭나는 청년, 오성록 님이 마냥 싱그럽습니다.

글_남궁천진(노원지회 희망리포터)
편집_성지연(강원경기동부지부 경기광주지회)


  1. 백중 불교 7대 행사의 하나. 돌아가신 조상님을 생각하며 천도재를 지냄. 

  2. 공양간 수행과 생명공경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정토법당 대중들의 안정적인 식생활을 보장하는 곳. 공양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수행으로, 정토회 공양간은 생태적이고 소박한 밥상을 지향함. 공양간 봉사자들은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과 환경을 살릴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  

  3.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4. 행복학교 행복해지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적 의식이나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법륜스님의 행복 메시지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함께 하는 곳.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12강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음.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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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존경 스럽습니다 본받고싶습니다 장애가있는데 100일기도 가능할까요???

2024-04-13 13:25:46

소명

노인의 진심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감사는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싶습니다. 리포터의 글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잘 담아오셨습니다.

2023-09-06 12:10:23

평화

본받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23-01-18 13: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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