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덕양지회
내 안의 보석을 보다

코로나 방역 4단계, 사적 모임도 2인으로 제한되는 상황이었지만 김평숙 님의 이야기를 피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심학산 아래 초등학교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능소화 같은 주황색 옷을 입고 나타난 김평숙 님은 가볍고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조용하고 먼저 나서지 않는 스타일의 김평숙 님과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그 조용함 안에 꽉 들어찬 자존감이 완벽하게 빛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JTS 모금활동 중인 주인공 (왼쪽)
▲ JTS 모금활동 중인 주인공 (왼쪽)

시어머니를 구박하던 나

2015년 전봇대에 붙은 정토회 불교대학 안내 전단지를 보고 파주 정토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 제 고민은 시어머니였습니다. 저는 스스로 좋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니한테 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생각해도 정말 못돼 처먹은 사람이었습니다. 시어머니한테 막 소리도 지르고 시어머니가 싫어서 근처에 오는 것조차 피했습니다. 마치 제가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 같은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습니다. 그런 자신을 보면서 원인을 알고 싶어서 심리학 공부에 빠졌습니다. 여러 가지 심리학책을 보다가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방식으로 상호교류를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왜곡된 방식으로 상호교류를 하며 심리적 게임을 통해 관계를 더 심하게 왜곡시키게 된다고 했습니다.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늘 심리적 게임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대화하다 보면 꼭 화를 내고 끝났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사랑을 구하지만, 사랑을 주지 않으니 미움이라도 받아야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으로 상대와 관계에 대해 해석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갈등을 해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하고 출근길 40분, 퇴근길 40분 걸어 다니며 듣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1시간씩 들으며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불교대학 전단지를 보고 정토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들어와 수업을 들으니 스님이 밤길을 밝혀주는 등불 같았습니다. 관점을 똑바로 잡아주시니 제 업식을 제대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의 업식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의 업식도 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엄청 좋아서 수다 떨며 나물을 다듬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초파일 연등을 달며 도반들과(제일 앞)
▲ 초파일 연등을 달며 도반들과(제일 앞)

나를 괴롭히는 나를 보게 된 불교대학

저는 3남 3녀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위로 언니, 오빠들이 많이 있었지만 사랑받고 자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형제 많은 집안의 흔한 딸이었습니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가족들도 무뚝뚝했고 나이 차이가 많아서 자랄 때 이미 다른 형제자매들은 다 성장해서 자기 사는데 바빠 막내인 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사람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거리를 유지해야 관계가 지속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평숙 님
▲ 김평숙 님

왜 그렇게 저 스스로를 인색하게 보았는지 모르겠는데 내내 그런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제가 잘나면 피해를 볼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했는데 그것마저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소심한 성격에 달리 할 게 없어서 앉아서 공부만 한 거지요”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이면에는 또 자신을 무척 잘났다고 보는 관점도 있었습니다. 노력 별로 안 해도 시험 잘 보고, 애쓰지 않고 대학도 쉽게 들어가고. 그래서 ‘난 뭐든 하면 잘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를 과대평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는 대단한 사람인데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또 주변에 베푸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베푸는 마음이 안 생길까, 나는 왜 정이 없을까, 인정머리가 없구나’, 이런 식으로 자신을 항상 남과 비교하며 비난했습니다.

이 내면의 목소리가 불교대학을 나오고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없어졌습니다. 잘난 나와 못난 나, 거리를 두는 나와 정 없는 나. 이 모두 저 자신이고, 어찌 보면 같은 나 아니겠는가? 하는 자각을 했습니다.

태종대를 가면 자갈밭이 있는데 파도가 들어와서 빠져나갈 때 그 자갈밭이 와글와글 엄청 시끄럽습니다. 마치 머리 속이 항상 그 자갈밭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어졌습니다. 머리 속이 조용해졌어요. 그래서 지금 많이 행복합니다. 이제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게 되어 편안합니다.

불교대학 홍보
▲ 불교대학 홍보

이해를 통해 생겨난 믿음

저는 정토회에 오기 전에 주위의 권고로 교회에 다녀본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성경 공부 겸 영어 공부겸 생각해서 다녔습니다. 그러다 성경 구절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면 돌아오는 대답은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해가 되어야 믿을 수 있을 텐데 믿어야 이해된다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았습니다. 그런 성향이다 보니 정토회에서 불법을 만나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수행으로서의 불교’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잘 없었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 법문을 들어보면 초지일관 진리의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늘 솔선수범하셨습니다. 이렇게 존경할만한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는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은 수행의 끈

직장을 먼 거리를 출퇴근하게 되어 새벽 정진을 중단했었습니다. 1시간 출근길에 졸음운전을 하게 되고 체력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올 7월 집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아침 정진을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 중에서 어느 것에도 특별히 방점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꼽으라면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일반회원이지만 그래도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봉사도 꾸준히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활동하고 수행을 하면서 내 안의 비판적인 나를 버리고 나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 자신은 두메산골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예쁘게 피어있는 꽃 같습니다. “산책하다 보면 꽃이나 나뭇잎, 작은 풀 하나하나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거든요. 세상 사람들은 잘 모르죠. 그래도 그 아름다움이 어디 가는 건 아니거든요. 저도 저 자체로 완벽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임진각에서 통일기도를 마치고
▲ 임진각에서 통일기도를 마치고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보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갖 세상사에 남과 비교하고 자신을 비난하고 미워하고, 그렇게 슬퍼하며 자기 안의 보석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토행자는 그 보석이 자신 안에 있음을 알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김평숙 님은 자신 안의 빛나는 보석을 본 수행자였습니다.

글_임현주(덕양정토회 희망리포터)
편집_한숙(서초 정토회)_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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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애

평숙 도반님 반가워요^^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훨씬 가벼워진 모습 보기 좋았어요~~

2021-11-26 22:10:41

선주왕 김선옥

평숙님 수행담 진작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보네요.
언제나 솔직담백하게 감동 주시며 사람을 편안하게하는 힘이 있는 분이지요.
아침수행 다시 시작하셨다니 반갑네요
그동안 회계소임 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2021-10-18 10:01:02

무량원노복희

자신만의 보석을 찾아내신 평숙님 축하드려요^^
꾸준히 도반으로 함께 갈 수 있어 감사합니다.

2021-10-06 15: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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