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참 잘 망했어요

오늘은 똑! 부러지려다 뚝! 부러져서 불법을 만난 편집자의 '21년 여름 6박 7일 명상수련' 소감문입니다. 역시나 이번 명상도 똑 부러지게 잘하고 싶었지만, 망했다며 자책과 후회를 하다 다시 그 망함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가볍게 나누어보려 합니다.

망했다


개인 법당에서의 여름 온라인 명상
▲ 개인 법당에서의 여름 온라인 명상

오프라인 10일 명상을 포함하여 이번이 6번째 명상 참가이다. 이쯤이면 나도 명상다운(?) 명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4회 정도까지는 옆구리 담, 귀통증, 갈비뼈 통증 등 온몸이 돌아가며 아파서 도무지 명상을 한 건지 주리를 튼 건지 알 수 없었고, 지난 5번째 명상에서야 겨우 몸의 통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6박 7일의 명상을 마치고 '망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계율과 시간을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명상 소감은 편안했고, 뭐를 느꼈고 들 하는데, 나는 망했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합리화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다. 더불어 명상 과정 중 알게 된 나의 수행과제도 무겁고 알고 싶지도, 해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확연하게 알게 된 것 하나

망하길 참 잘했어요
▲ 망하길 참 잘했어요

이런 무거운 마음이 며칠 간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니 '나는 잘하고, 못하고에 엄청나게 매여 있구나'란 것 하나는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육과 음악을 잘하지 못했는데, 못 하는 게 너무 싫어서 체육과 음악 시간엔 어떻게 해서든 빠지려고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잘하고 못하는 것에 집착할 거면 기왕 잘하는 것에 집착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명상하는 것도 얼마며, 6박 7일씩 명상에 참여한 것도 얼마냐. 이렇게나 산만하고, 의지도 약하고, 제 멋대로인데 이만큼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냐,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돌렸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조급하고 성질이 난 마음 상태로 급하게 차를 몰고 다니다 골목길 초입에 주차된 외제차를 긁었다. ‘우두둑~’ 소리에 멈춰 보니 상대 차의 뒷 범퍼를 긁었다. ‘주행 중인 차를 안 박은 게 얼마냐’, ‘사람 안 다친 게 얼마냐’ 이렇게 돌이키고 나서 차량을 살펴보니, 차량 주의 전화번호도 없고, 블랙박스도 안 켜져있다. 친구와 통화를 했더니 튀라고 한다. 아주 잠깐! ‘정말 그럴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인근 가게에 들어가 메모지와 펜을 빌려서 차를 긁게 되어 미안하다고 연락처를 남겼다.

새로운 계산 방법



공돈 25만원
▲ 공돈 25만원

지난해에도 외제차를 긁고 보험료가 많이 할증이 된 터라, 올해도 보험처리하면 할증이 많이 될 것이었다. 수리비와 보험 할증 금액 등을 이리저리 알아보니 50만원 정도에 합의하면 아주 다행일 것 같았다. 그리 마음을 먹고 차량주와 통화를 했다. 

“수리 비용은 조금 알아보셨을까요?” 물어보니
 “그냥 갈 수도 있었을텐데, 메모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칠만 하면 될 거 같은데 25만원만 주세요.” 한다.

 안 나갈 돈이 나간 것이 아니라, 50만원이 나갈 것이 었는데 25만원이 나가니 25만원이란 공돈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JTS에 기부를 했다. 이 과정에서도 기부 금액 선택 단위가 5만원, 10만원, 20만원...이런 식이어서 20만원, 5만원 이렇게 2번에 걸쳐서 기부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때 또 ‘20만원만 할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이미 이 돈은 내 돈이 아니었기에 모두 기부를 하였다.

왼손이 한 일은 오른손도 알게 하자!

기부를 하고 주변에 자랑 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그 돈을 기부를 했다고. 이때 나는 나를 스스로 수용하게 된 느낌이었다. 예전의 나는 내가 한결 같고 모순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를 긁고 잠시 ‘튈까? 생각한 나’, 기부를 하면서 ‘조금만 할까? 생각한 나’, 기부를 하고 ‘주변에 자랑하는 나’ 이런 어떤 모순되거나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오면 해결을 하지 못해서 '내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아무런 결정도 행동도 하지 못하고 얼음이 되고는 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가볍게 이런 마음들을 넘길 수 있다. 이렇게 수행담에 자랑도 대대적으로 하면서 말이다. 

잠시 튈까? 생각한 나도 나이고, 기부금을 조금만 할까? 생각한 나도 나이고, 자랑하는 나도 나이지만, 메모를 남기고, 기부를 하는 나도 나란 것을 인정하며 나는 나를 지극히, 가장, 몹시 사랑하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


넘어지지 않고 한번 시작하면 아쌀하게 잘 해낼 수 있을거라고 매번 착각합니다. 동시에 넘어진 기억으로 매번 자신 없어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해보면서 넘어져도 괜찮은 것을 알아갑니다. 해보지 않고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서 확연하게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짐에 감사합니다. 추석 명상을 얼른 또 신청해야 겠습니다.

글_편집_정토행자의 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35

0/200

서영수

튈까? 하셨다는 솔직한 말씀에 참 공감이되네요ㅎㅎㅎ

2021-11-30 18:09:16

윤정숙

생생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글 이 실감 나네요
저도 뺑소니 찾아주셔서 합의한 돈 경미하여 기부 하고 넘어간적이 생각납니다. 뺑소니 한 사람에게 돈을안받으면 정의 실현이 안닌 것 같아 받았지만 수리는 그닥 꼭 필요치 않아 내게 들어 오지 않을돈으로 여기고 흔쾌히 불사를 했었지요 잘읽고 잘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2021-09-24 08:46:02

이무희

이런 나와 저런 나도 나 임을 수용하고 인정해주는것
알아차림과 수행공덕인것같습니다
이런 나만 있고 저런 나는 없어야한다는 것에 표현해주신 얼음상태로 앞으로 나아가는게 주저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가볍게 알아차리는 연습해보겠습니다

2021-08-29 15: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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