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김해지회
나를 향한 내면여행 - 인도성지순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법륜스님의 안내를 따라, 2020년 1월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온 김해지회 조미경님의 소회담을 소개합니다. 우리도 한번 조미경님을 따라 온라인 인도성지순례를 떠나볼까요?

내면여행 - 나를 위한 긴 여행

<나눔의 장> 수련 신청을 하려고 정토회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인도 성지순례 팝업창을 보았다. 동생이 늘 퇴직하면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러려면 3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혼자라도 가려고 서둘러 신청했다. 조금 무리를 하여 여행경비를 입금하고 나니 400명 모집에 500명이 넘게 신청하였다고 한다. 마산법당과 해운대법당에서 1,2차 사전교육을 마치고 미리 인도성지에 대해 지정한 책을 몇 권을 읽었다.

사르나트대탑 앞에서 법륜스님과
▲ 사르나트대탑 앞에서 법륜스님과

드디어 2020년 1월에 18일간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평소 통풍 약, 조울증 약을 먹는데다 무릎이 안 좋다는 것을 사전교육에서 알렸더니 법사님께서 걱정하셨다. 걱정은 했지만, 다행히도 탈 없이 잘 다녀왔다. 나를 위한 '내면여행'이었다.

우리 조는 울산 정토회 소속 도반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부산공항에서 일본항공 비행기를 타고 나리다 공항에서 환승했고, 다시 인도 델리공항으로 가서 인도 국내선으로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는 우리들은 소위 말하는 4대 불교성지인 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와 깨달음의 성지인 보드가야, 최초의 설법하신 사르나트, 부처님이 열반하신 쿠시나가르를 찾았다. 그 외에 10대 불교성지로 더해지는 최초의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기르와 쉬라바스티, 바이샬리, 상카시아, 전정각산과 카필라바스투 등을 방문하였다.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성지순례중인 주인공
▲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성지순례중인 주인공

환영 속에서 일어난 마음

인도 어디에 가나 아이들이 우리 손을 잡아 주고 끌어올려주며 환영을 한다. 그런데도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찡그리는 모습을 보인 경우가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스님은 “여러분은 잘났다고 거절하고 찌푸리는데 어디 가서 이런 대접 받을 수 있나요?”라고 했다. 스님의 말씀에 “박시시”(팁) 하는 아이들의 눈길을 다시 한번 보았다. 그들의 눈은 우리를 환영하는, 호의가 가득한 눈이다.

수자타아카데미 개교기념행사
▲ 수자타아카데미 개교기념행사

우리는 다음 일정으로 스님이 20여 년 전에 둥게스와리에 세운 학교인 수자타 아카데미로 향했다. 학생들의 환영을 받으며 때마침 벌어지는 개교기념 행사를 즐겼다.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곳에 세워진 학교인데, 규모가 상당하고 학생들도 많았다. 그 교실들에서 우리는 2박을 했다. 전정각산 앞에서 만난 소녀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참을 손잡고 다닌 내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자신의 삶에 대한 투정인 듯하다. 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인도에 기둥이 되기를 바란다.

석가족이 준비하여 준 음식
▲ 석가족이 준비하여 준 음식

우리와 같은 모습

북부 인도 도시들을 버스로 지나가는데, 1950,60년대 내 어릴 때 동네가 생각났다. 길가의 어린이, 어른들은 우리 관광차들을 구경거리로 보고 때로 손을 흔들기도 한다, 나도 역시나 재미있어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침 시간 책가방을 맨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는 것도 보인다. 꽤 똘망똘망하게 생겼다. 아이들에게서 인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청결에 문제가 있다. 가게 쓰레기를 싸리 빗자루로 거리로 쓸어버리고, 개울로 쓸어버려 개울에 쓰레기가 가득하다. 내 집 앞 청소는 내가 하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하는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초가집을 스레트 집으로 바꾸고 마을길도 넓힌 ‘새마을운동’이 생각난다. 이 나라도 그런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네팔 국경을 넘으며, 네팔방문의 해라서 환영 받음 (맨 오른쪽이 나)
▲ 네팔 국경을 넘으며, 네팔방문의 해라서 환영 받음 (맨 오른쪽이 나)

혼란과 질서

여기서는 소똥을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어 벽에 붙이거나 쌓아두고 말려서 난방, 취사 등 연료로 쓴다. 가난한 주민들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거리에는 럭셔리한 차, 6인용 릭샤, 2인용 자전거 차, 우마차 등 온갖 종류의 차들이 있다. 이런 것으로 보아 인도가 계급사회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거리에는 소, 양, 염소, 돼지, 개, 토끼, 닭, 원숭이 등 동물이 많이 돌아다녀 차도와 인도의 구분 없이 뒤섞여 살아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생활양식이 무질서하긴 해도 짐승과 인간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 있는 삶이지 않을까. 소를 먹이고 똥을 연료로 쓰며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는 여유. 그것이 그들이 짐승과 섞여 사는 것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아닐지.

칠엽굴 앞에서 느낀 부처님의 지혜

칠엽굴 앞에서 스님의 법문 들으며
▲ 칠엽굴 앞에서 스님의 법문 들으며

예전에 한 수행자가 부처님께 물었다.
“정말 강가강(갠지즈강)에 몸을 담그면 천상에 가나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말이 맞으면 강가강에 사는 물고기가 제일 먼저 하늘나라에 가겠구나.”
수행자는“네, 알겠습니다.”하고 물러갔다.

많은 논의와 모순된 논의 가운데 판단이 어려운 젊은 수행자를 단숨에 깨닫게 하신 부처님의 지혜를 느꼈다.

한 소년
▲ 한 소년

부처님의 가르침을 잠시 생각해 본다. 생산 활동은 노동이고, 소비활동은 놀이이다. 노동과 놀이 사이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면 소비적 놀이를 할 필요가 없고, 소비적 놀이를 안 하게 되면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 수행은 생산 활동할 때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한다. 고추를 따면서 동작을 알아차리면 노동과 수행의 통일이 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수행이고,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일이다. 봉사활동, 평화운동, 모금활동은 일과 수행의 통일이다,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일상이 수행이 된다. 집착해서 추구하면 번뇌 망상이다. 생각은 늘 일어나지만 흘려보내고 집착하지 않으면 수행이다.

불경 독송 중
▲ 불경 독송 중

부처님의 가르침에 다가가는 길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부처님이 고행하신 길을 걸으며 그 옛날에도 이렇게 힘들게 수행하셨는데, 너무도 편하게 부족함이 없이 사는 우리가 불평불만 하는 현실에 부끄러웠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가지려고 하던 것이 참회된다. 경전을 읽으면서 순례를 하며 다녔던 그 길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수행도 잘된다. 그래서 이 여행의 의미가 크다. 인도 불가촉천민의 삶과 지금 나의 생활을 돌아보며 깨달았다. 시신을 화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지는 그 상황에 너무도 마음이 아팠고, 앞으로의 내 삶은 지금부터 욕심내지 않고 오롯이 깨어 있으면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먹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제 때 치료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풍족한 현실에 감사하며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다녀와서부터는 목욕탕에서 세신사의 힘을 빌지 않고 스스로 씻는다. 이 작은 실천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다가가는 길이리라.

글_조미경(경남지부/김해지회)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수원지회)

전체댓글 15

0/200

큰바다

고맙습니다.

2021-11-11 10:27:40

보산등

성지순례때 많이 뵌듯 합니다. 그때를 기억할 수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2021-09-21 23:02:37

청정화

몇번째의 수업이면서, 늘 기록하고 정성들여 불대.경전 수업 하시던 모습이 선하네요^^
긴시간동안 빠짐없이 이끌어 주심에 늘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뭘까? 오랫만에 정토회에 들어와서
반가운 님의 순례기행문 내가 다녀온듯 잘 읽고 갑니다...그리고 다들 보고 싶어요 ^^

2021-08-11 17:50:24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김해지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