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창원지회
아빠! 미안해 .... 딸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눈물

희망리포터의 첫소임을 본인의 수행담으로 담담하게 풀어 주신 배병갑 님. 딸을 먼저 떠나보내며 불법의 인연을 만나기까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불교대학 홍보를 하는 모습 맨오른쪽 배병갑님
▲ 불교대학 홍보를 하는 모습 맨오른쪽 배병갑님

간절함으로 찾은 부처님

불교와 첫 인연은 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님이 절에 가고 싶어 하실 때마다 절 문 앞 까지만 모셔다 드렸던 일이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일찍 사업을 시작했던 저는 절에 아내와 함께 가서 그저 사업 잘되게 해 달라고 빌고 자식 잘되게 해달라고 비는 기도를 하면서 작은 보시를 하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제가 부처님을 다시 찾게 된 것은 딸아이 때문이었습니다. 2009년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딸이 3년 만에 갑자기 악성 림프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던터라 딸의 소식에 무척 당황하여 집 주변 사찰부터 찾았습니다.

다행히 일 년여의 치료 끝에 딸은 완치 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일 년 만에 병이 재발 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딸은 또 다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재발이 되고 나니 병원에서의 치료는 더 어려워져 골수 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형제 중에서 조직적 합성 항원형(HLA)이 일치하는 형제로 부터 골수 이식을 받으면 제일 좋다고 했지만 불행히 아들과 딸은 항원형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골수 기증을 하겠다는 지원자 중에서 딸과 일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몇몇 사람을 선정해 검사를 해 보았지만, 그마저도 딸과 일치하는 지원자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치율이 50%밖에 되지 않는 부모 중에서 한사람이 이식을 해주는 것이 남았습니다. 저는 과거의 병력이 있어서 하지를 못했고 아내가 대신 이식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우려한 이식 후유증으로 딸은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바람앞에 등잔불 같은 딸을 바라보며

중환자실을 계속 오가며 바람 앞의 등잔불 같은 딸을 지켜보면서 제가 오직 할수 있는것은 부처님께 간절한 기도 뿐이었습니다. 부처님을 향해 참회의 백팔배를 하니 갑자기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났습니다. 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들이 하나 하나 어찌 그리도 많이 주마등처럼 떠 오르던지... 부처님께 간절히 빌었습니다. “제게 남아 있는 생명의 시한이나마 거두어 딸에게 줄 수 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으니 제발 그렇게라도 해주세요”. 간절함으로 참회 기도를 하며, 지난 과거로부터 쌓아 온 업(業)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딸과의 인연이 부처님과의 인연으로

딸의 암은 다시 재발했습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염원 하였지만 이제는 체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 곁에 머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는지 병상에 누워있던 딸이 제게 말했습니다. “아빠! 미안해” 그때 저는 딸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미안해 하지 마라, 미안할 게 하나도 없어. 아빠는 지금 오히려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네가 아프지 않았다면 지금도 이 아빠는 지금까지 잘 못 살아 온 것조차 모른 채 살고 있었을꺼야. 오히려 아빠는 너로 인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으니 너야말로 아빠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큰 가치를 선물하는 효도를 한 거아" 천주교 신자였던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하느님이 우리 잘난 딸이 탐이 나시는 모양이다. 여기 이 세상보다는 하늘나라에서 네가 더 필요로 하니 그래서 너를 더 빨리 부르시는 것 같다.” 그렇게 딸을 떠나 보냈습니다.

JTS 거리모금하면서 왼쪽분
▲ JTS 거리모금하면서 왼쪽분

기도가 기도로 통하다

딸의 빠른 쾌유를 위해 화운사에서 철야기도를 했었는데 그 당시 의례를 맡은 스님이 기도 후에 새벽 하산하는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거사님! 이 책은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법륜 스님이 쓰신 책입니다.” 라며 책을 한 권 건네 주었습니다. 그 책은 《기도》 였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많은 감명을 받아 유튜브를 통해 즉문즉설, 경전강의 등 스님의 많은 영상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정토회에 찾아갔고 불교대학을 시작으로 경전반, <깨달음의 장1>, 지금의 온라인 개인법당까지 스님의 수많은 가르침을 받으면서 제 마음을 치유하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식을 마치고 앞줄오른쪽 네번째
▲ 천일결사 입재식을 마치고 앞줄오른쪽 네번째

딸이 맺어준 귀한 불법 인연의 끈

감히 생사를 뛰어넘는 해탈을 논할 수는 없으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그 엄청난 아픔도 그나마 견뎌 낼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 연기법의 가르침은 생멸(生滅)을 바라보는 저의 개인적 시각과 대인 관계와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사회적 모든 관점을 많이도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맺어준 이 귀한 불법의 인연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저의 수행이 물러서지 않도록 소중하게 기억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탐진치 삼독의 그물망을 빠져나오지 못 한 채 여전한 중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러 도반들과 함께 수행자의 대열에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늦은 나이에 불법을 만났지만 도반들과 함께 앞서진 못해도  뒤에서 밀어주면서 이 대열에 끝까지 함께하는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자식을 먼저 앞세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어렵지만, 그 어려운 고통속에서 수행자로서의 마음을 다 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배병갑 님을 응원합니다

글_배병갑 희망리포터 (경남지부 창원지회)
편집_박문구 (서울제주지부 마포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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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

딸의 회생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을 거사님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도 사랑하는 여동생이 말기암이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딸님으로 이어진 불법 잘 지켜나가시길 기원합니다^^

2021-07-28 11:39:28

김환희

화운사도 궁금하네요.

2021-07-27 06:57:10

박정혜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고 있는 도반의 수행담이 다시 들어도 눈물이나고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불법 만나 자식을 보낸 그 어려움을 넘어가고 전법하시는 거사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1-07-26 11: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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