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진주법당
깜깜한 동굴 속 한줄기 빛 정토회

정토불교대학, 행복학교1, 다시 정토회.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떤 소임이 주어져도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척척 해내는 진주법당 이년옥 님의 동굴 탈출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타지마할에서
▲ 인도성지순례 중 타지마할에서

무섭고 무거운 짐. 어머니

저는 종갓집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집안에는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씨받이를 들여서라도 종손을 얻으려 했습니다. 아버지가 거부해서 그리하진 못했지만, 어머니에게는 고스란히 상처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상처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집안 재산을 당신 명의로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아버지와 다퉜습니다. 어린 딸들에게도 모진 소리를 하는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한없이 자상했지만, 아내에게는 권위적이고 완고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무서워서 많이 울었습니다.

진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같은 과 선배와 결혼했습니다. 어머니가 늘 신랑감으로 좋다던 나이 차이 많은 차남이었습니다. 첫째를 낳고 고성과 진주로 장거리를 오가며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했습니다. 힘겨워 점점 지쳤습니다. 모임을 좋아해 밖으로만 도는 신랑에게 불만이 쌓였습니다. 다투는 날이 많아지고, 어느새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어머니를 닮아갔습니다.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아 힘들어할 때, 유일한 의지처였던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더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저한테 아들 노릇 해야 한다던 어머니는 그때부터 저를 인생의 기둥으로 삼고 저희 아이들 육아에 매진했습니다. 직장생활과 세 아이 육아를 하는 힘겨운 상황이라 어머니가 한없이 고마워야 하는데도, 어릴 때 받은 상처 때문인지 그저 감당할 무거운 짐으로만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고마워하고 때로는 적당히 체념하며 힘겹게 살았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사진
▲ 불교대학 졸업 사진

갈라진 마음 밭의 단비. 정토회

2014년 여름, 마음속 찌꺼기를 비우기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찾던 중, 인터넷에서 <깨달음의 장2>이라는 정토회 수련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불교대학 학생만 신청이 가능하여 정토불교대학을 먼저 등록했습니다. 첫 법문에서 ‘무명(無明)’에 대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 치며 했던 수련과 명상. 또 지식으로만 알던 불교가 정토회를 만나 실천적 불교, 수행적 불교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스님 법문은 가물어 갈라진 마음 밭에 단비가 되었고, 깜깜한 동굴에 빛이 되었습니다.

어릴 땐 웃고 싶어도 어머니가 힘들어해서 웃을 수 없었습니다. 잘 살고 싶어 한 결혼은 마음이 떠난 남편을 보며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괴로움 속에 살면서 아이들만은 상처 없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어리석은 엄마였습니다. 갈비뼈를 다쳤을 때도 수행을 멈추지 않으니 서서히 긴 세월 동안 괴롭혔던 존재들이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입만 열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독을 품는 딸을 보며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대로 기준을 정해 놓고 따라주지 않는다고, 숨 막히게 목을 조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대를 이해하는 지혜를 수행하며 얻었습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서야 제가 어리석게도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상대에게 돌렸구나를 알았습니다. 매일 아침 정진 때 감사기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저항도 올라왔지만, 그냥 매일 아침 숙이고 또 숙였습니다. 그렇게 4년 정도 기도하면서 엄마를 보듬어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의지처가 없으셨구나’를 이해하니 진정한 참회가 되었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깨닫는 순간 희열을 느꼈습니다. 도반과 나누기하며 남편에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천일결사3백일기도에 입재하여 7년째 수행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역사기행(블라디보스톡 혁명광장)
▲ 동북아역사기행(블라디보스톡 혁명광장)

남편 마음 헤아리고 얻은 자유. 봉사의 삶

경전반 모둠장부터 가을불교대학 진행자로 봉사했던 3년이 가장 치열했습니다. 특히, ‘2016년 불교대학 진행자를 위한 문경 나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큰 변화가 왔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수술로 입원 중이었지만 간병인에게 부탁하고 문경을 다녀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화를 내며 고함쳤고, 순간 집안 분위기는 얼음장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물러나면 계속 눈치 보며 활동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다’ 결심하고 문경으로 갔습니다.

내내 불편했고, 그 불편함을 스님께 질문했습니다. 친절한 설명대로 집으로 돌아와 남편 마음을 충분히 위로하고 제 일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 남편은 봉사활동에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2년 6개월 동안 행복학교 1진행을 마음껏 했습니다. 빔프로젝터, 노트북, 행복학교 현수막 등 무거운 짐을 지고 들고, 혈액원, 북카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등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갔습니다. 매 순간 감동했습니다. 세상 불행은 다 가진 듯 죽고 싶었던 저는 다시 태어나 덤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침 정진으로 에너지를 얻고, 법문의 밥을 먹으며, 신나게 전법 활동합니다. 봉사로 가득한 인생의 주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JTS 거리 캠페인
▲ JTS 거리 캠페인

행복한 모습이 최고의 전법

자유롭고 행복해진 만큼 가볍게 전법 활동합니다. 행복학교 홍보, 정토불교대학 홍보, JTS 모금활동 등 초반에 올라오던 부끄러움은 극복했습니다. ‘전법 중에 최고 힘든 것이 가족 전법’이라고 하듯이, 가족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학생이 된 아들이 정토회 청년법회에 스스로 참여했습니다. 수행과 봉사로 행복한 저를 지켜만 보더니,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인 전법활동가가 되었습니다. 법당 도반이 아들을 칭찬할 때마다 뿌듯합니다. 최고의 전법은, 제가 행복하고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임을 아들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부처님 법, 인생의 길잡이가 된 법륜스님과 정토회 도반을 만난 인연은 생의 가장 큰 복입니다. 모래알 만큼 많은 일체중생을 모두 구제한 뒤 비로소 부처가 되겠다는 원을 세우신 지장보살님. 그 마음까지는 따라가지 못해도 생이 다하는 날까지 이 법을 전하는 수행자로서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습니다.

통일의병 대회(앞 줄 가운데 주인공)
▲ 통일의병 대회(앞 줄 가운데 주인공)


컴퓨터 해결사로 봉사 중인 아들 유지호 님과 이 봉사, 저 봉사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이 있어 진주법당은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어도 걱정이 없습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 누군가에게 동굴의 빛이 되어 줄 이년옥 님을 기대합니다.

아들과 함께 불교대학 조별활동(중간 줄 왼쪽 첫번째 아들, 오른쪽 옆 주인공)
▲ 아들과 함께 불교대학 조별활동(중간 줄 왼쪽 첫번째 아들, 오른쪽 옆 주인공)

글_유미화 희망리포터(진주정토회 진주법당)
편집_도경화(달서정토회 구미법당)


  1. 행복학교 행복해지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적 의식이나 프로그램을 배제하고, 법륜스님의 행복 메시지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함께 하는 곳.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12강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음.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2.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3.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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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가족 전법을 이루셨군요. 가장 소중한 아드님이 엄마를 보고 스스로 전법활동가로 활동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4-22 07:57:37

차지은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나의 하루 하루가 행복과 감사로 물들때
주변사람과 가족들에게도 부처님의 법을 실천으로 전하는거라는 믿음을 갖고 매일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이년옥님의 이야기에 감명받고 또 저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감사합니다!

2021-04-22 06:38:21

강현화

보살님 수행담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살님의 큰 용기와 실천하시는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드님과 나란히 온라인 진행 후 사진을 보니 정말 부럽네요. 행복하십시오 ^^

2021-04-21 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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