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괜히 수행자가 아니네~!

오늘은 행정처 홍보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도반의 수행담입니다. 화나고, 짜증나고 괴로웠던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살피며, 어떻게 되돌리고 알아차렸는지. 오늘 하루는 또 어떤 점을 찍으며 수행의 길을 가고 있는지. 일상 생활 속 깨어있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인생을 편안하게 사는 연습 -안은선-

홍보국 행사팀 도반들과 즐거운 한 때(왼쪽 첫번째 안은선님)
▲ 홍보국 행사팀 도반들과 즐거운 한 때(왼쪽 첫번째 안은선님)

나의 밑마음을 보다

“너는 늘 출발선에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같아, 너의 성급함을 조금 릴렉스 해봐.”

얼마전 함께 일하는 동료가 해준 이야기에 크게 분별심이 일어났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니가 일을 그렇게 다급하게 주니깐 그렇지!’라고 상대방을 탓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그래, 기다리고 여유있게 하는 연습을 해볼게.”라고 말했습니다.

수행자라는 생각에 탁 쏴주지는 못하겠고 받아들이는 척했지만 마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일저일에 나를 밀어넣고 재촉하며 빨리빨리 해치워버리고 다른 일하며 여러가지 일을 빼곡히해나갈 때 내가 가치있다고 느끼는 밑바닥의 마음이 건드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정일사때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아무 문제 없습니다. 잘 살고 있습니다.’는 명심문을 받았지만, 순간순간 애쓰고 일을 할 때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저에게 릴렉스와 성급함이란 단어는 잘못살고 있다 꾸짖는 듯이 해석되니 부글거리는 분별심을 마주해야했습니다.

정진을 하며 아침마다 상대를 향해 분별하는 마음을 며칠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천천히 여유있게 하라는데 왜 화를 내지’ 정신이 들었습니다. ‘나는 잘못살고 있다’라는 내가 내린 오해석, 이상한 의미붙인 내 한 생각에 사로잡혀 꽁해있던 마음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비춰주는 눈의 안경, 귀에 필터를 알아차리며 오늘도 편안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벚꽃 나무 아래에서 즐거운 한때
▲ 벚꽃 나무 아래에서 즐거운 한때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듯 기도해온 4,000일 -차종호-

출연작 속 차종호님의 배우로서의 모습
▲ 출연작 속 차종호님의 배우로서의 모습

욱~!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재주인지라, 다양한 일들을 병행해서 밥벌이를 하며 살아온지도 십 수년, 요즘은 냉난방기설치 일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 배우로서 무대에 설 기회를 선택받기 전까지 늘 대기가 기본인 무명배우가 고정 직장을 구하겠다는 선택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또 놀고 먹으며 마냥 기다리기만 할수도 없는 일, 어떤 기술이라도 익혀 시간을 내 필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써보자는 계산에서 그나마 큰 마음먹고 배우는 중이다.

보통 자재를 챙겨서 현장으로 출발하는 시간들이 일반직장인들 출근시간 이전이어야 교통이 원활하니 우리는 이른 새벽에 움직인다. 새벽같이 자재를 싣고 이번엔 회사에 있는 네팀 모두가 한 현장으로 갔다. 경기도 소재의 한 관공소였는데 사전에 우리회사 실장과 그쪽 담당자가 만나 기계 설치위치며 일 방식등을 확인받고 도착한 터였다. 새벽기도를 마치며 수행자로의 삶을 다짐하고 시작했건만 도착하자마자 작업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짜증을 부리는 한 꼰대아저씨를 보고는 ‘욱’ 하는 업식이 올라왔다.

그 사람은 관공소 관리실 책임자였는데, 작업공간을 미리 확보해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장비가 들어설 곳에 가구들이며 직원들이 업무까지 보고 있었다.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써가며 작업을 하고 있던 차에 자기 직원들에게 짜증을 부리며 현장 정리를 시키더니, 대뜸 우리 작업자들에게도 ‘같이 좀 치워요~그 참!’ 하며 짜증을 냈다. ‘잉?’ 도와달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이요, 가만히 있어도 그들이 자리를 정리하면 같이 도와 줄 마음이었는데 ... 그리고는 우리 작업자들을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미리 확인하고 장비설치를 시작했던 장소는 오만 짜증을 다 부리며 자기가 원하는 위치로 다시 바꾸라고 했고, 사전에 업무조율했던 그 부하직원은 어쩔 줄 몰라했다.

홍보국 도반과 함께(왼쪽 첫번째 차종호님)
▲ 홍보국 도반과 함께(왼쪽 첫번째 차종호님)

참자, 참자, 또 참자

장비의 위치에 맞춰 자재도 준비해서 먼 거리를 온 탓에 자재도 갑자기 부족해졌다. 작업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우리 작업자들의 얼굴도 굳어갔다. 말투와 태도에서 묻어나오는 오만함과 불손함에 ‘녹음을 하고 한번 드리 받을까?’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올라왔다. 아니 무슨 공무원이 이렇게 갑질을 해댄단 말인가? 나한테 한 마디만 해라’하고 벼르고 있던 차에 우리 회사 책임자인 실장님 얼굴을 보니 문득 ‘괜히 내가 드리 받아 난처해지는건 실장님이고 회사이겠구나... 나야 배우러 다니는 마음이라지만, 그들에겐 생계요, 이 일이 꿈이요, 쌓아 온 업적일지도 모르는데...’ 마음이 내려놔 졌다.

내 업식을 바라보다

그간 업식대로 했다가 ‘나도, 남도’ 상처입힌 경험이 많기에 마음이 먼저 브레이크를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그 관공서 책임자는 퇴근시간까지 잔소리를해대며 간섭했고, 우리는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 올 수 있었다. 순간 화와 짜증을 만났지만 돌이킬 수 있어 좋았고, 그 마음을 보고 그런 나를 나무라기보다 ‘너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네, 니 업식에 안올라 오면 그게 더 이상하지’ 공감하고 인정해주니 남는 앙금도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몸은 피곤했지만 동료에게 ‘오늘은 회사돈으로 밥도 두끼나 해결하고, 야근해서 수당도 벌었고, 꼰대 만나 피곤한 현장경험도 하게 돼서 좋지 않았냐?’ 했더니 그도 그냥 웃었다.

콩나물 시루에 물 붓듯이 하루를 거르지 않고 한 기도가 이제 4000일도 넘겼다. 물을 붓는 족족 다 빠져 ‘이게 무슨 소용이겠나’ 싶은 콩나물시루에서도 이내 콩나물이 자라듯, 돌아보면 나도 가끔은 멈출 줄 알게 되었고, 순간 넘어졌다가도 돌이켜 일어설 줄 알게 되었고, 이상 속에 나를 놓아두고 현실의 나를 괴롭히기 보다, 있는 이대로의 나에게 공감해주고 인정해줄 주를 알게 되었다. 사는 날까지 연습 중인게다. 남들보기엔 ‘저런 사람도 수행자인가?’ 싶겠지만, 나름 이게 많이 변한 ‘나’ 인거는 분명하고, 계속 연습하며 살아갈 것이기에 수행자인것도 사실인걸로 해두겠다.

홍보국 영상컨텐츠팀의 차종호님
▲ 홍보국 영상컨텐츠팀의 차종호님


괴로움을 괴로움인줄 알고, 자신을 돌아보는 도반들의 모습에서 오늘도 배웁니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수행자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매일 나아가는 것이 수행자란 말씀이 생활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좀 더 세세하게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볍고 개운한 나누기에 제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글_안은선, 차종호(홍보국 행사팀, 영상콘텐츠팀)
편집_서지영(홍보국 행자의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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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배우짱

ㅋㅋㅋ 차종호님 멋져요. 새로운 기술을 익히시고 계시네~ 멋진 배우, 멋진 수행자~~

2021-04-16 07:15:03

자재왕

잔소리 해댄 꼰대님이 스승입니다. 사천 일 해오신 수행자다우십니다.

2021-04-14 07:04:21

박신영

수행은 넘어질때 벌떡 일어나는 힘입니다 도반님의 나누기에 공감합니다 . 저도 부지런히 100 200 3000 일 쭉 해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4-13 05: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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