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중랑법당
나는 일취월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지만 봄은 왔습니다. 지난 2월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식 발원문에 “나는 일취월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하신 중랑법당의 보배 이문숙 님. 새내기라 부담스럽다고 망설였지만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기꺼이 마음 내 주신 여장부! 이문숙 님의 수행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행자의 하루 주인공 이문숙 님
▲ 행자의 하루 주인공 이문숙 님

저는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법 없이도 세상 살 수 있는 아버지 밑에서 8남매의 막내딸로 큰 어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씨 집성촌으로 이루어진 동네 어귀에 원불교 교당이 있었습니다. 원불교가 뭔지도 자세히 몰랐지만, 방학이 되면 으레 친구들과 매일 교당에 가서 한자를 배우곤 했습니다. 이때부터 불교라는 단어가 나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저는 오랜 시간 불자로서 이 절 저 절을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세상 밖 스님들이 대권 싸움으로 사회에 이슈가 되던 해에 사찰 행사로 동국대에서 즉문즉설을 하시는 법륜스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할 권리에 대한 말씀은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4고 8고 중 머리(생각)로만 알고 있었던 애별리고, 원증회고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법륜스님을 처음 뵌 날 내 가슴에 작은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때 스님께서〈깨달음의 장〉1’에 다녀오기를 권하셨고, 나는 “네”하고 대답했습니다. 법륜스님께서 나에게 내 주신 숙제 같았습니다. 나는 뚫린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여러 번 〈깨달음의 장〉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워낙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번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면 〈깨달음의 장〉에 참가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문경수련원 담당자의 말을 듣고 지역 정토회 전화번호를 받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불교 교리 공부보다는 〈깨달음의 장〉에 가기 위해서였는데, 이 인연으로 불자로서의 삶이 정토회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홍보 중
▲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홍보 중

나를 보다

처음 본 중랑법당의 모습은 내가 다니던 사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화려함이 없는 단조로운 불단과 영가단, 뭔가 허전한 것 같았지만 나를 숙연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정토법당에는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나는 일명 ‘안다병’에 걸린 환자였습니다. 도반들은 수업에 열심이었지만, 나는 다 아는 내용이라 생각하며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찾기 위해 하루빨리 〈깨달음의 장〉에 갈 수 있기만을 바랬습니다. 여러 도반님의 도움으로 조금 일찍 〈깨달음의 장〉에 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화가 많은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특강수련 때(뒷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경전반 특강수련 때(뒷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나를 알고 나를 변화시키는 수업

아버지는 남에게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가정은 등한시하고 밖으로만 나다녔기 때문에 그 많던 집안일과 농사일은 전부 어머니 차지였습니다.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니 그 힘듦을 막내인 나에게 하소연하며 그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어느새 어머니를 닮아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는 명분까지 만들며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화를 많이 냈습니다. 비로소 모든 것을 핑계 삼아 화내는 내 꼬라지가 보였습니다. 참회했습니다. 참회의 눈물로 내려놓는 법을 배웠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자유로운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한 번씩 내려놓지 못해 나와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탕 했네”하며 금세 알아차리고 화를 키우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을 가볍게 받아들이자 하니 가벼워지고 편안해집니다. 남편은 개과천선했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그 놀림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이후로는 불교대학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구나”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을 넓혔고, 부모님의 습관이나 닮은 점 찾기를 통해 내가 제일 싫어했던 아버지를 내가 가장 많이 닮은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와 닮음을 인정하고 아버지와 나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수행 연습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게 하고, 실천함으로써 나를 변화시키는 참 중요한 수업이었습니다. 수행 연습에 이어 천일결사2에 입재하고 지금까지 108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활동(앞 줄 왼쪽 첫 번째)
▲ JTS 거리모금활동(앞 줄 왼쪽 첫 번째)

공부하고 체험하며 단단해져가는 나

몇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던 나는 ‘가볍게 살자’를 마음으로 외치며 법당에서 제일 가까운 하나의 사업장만 남기고 다 정리했습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사업장 특성상 3월부터 성수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매장을 비울 수가 없어 시간 내서 법당에 가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가을 학기에 경전반에 들어갈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봄 불교대학을 같이 졸업한 도반들과 함께하고 싶어 봄 경전반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첫 수업에서 해탈과 열반은 나의 실생활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절을 다니면서 배웠던 경전 내용에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얹으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가 되었습니다. 가을로 미루지 않고 봄 경전반에 바로 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작은 소임들이 나에게 주어졌습니다. 삼보수호비 입력, 법당 행복한 회의3 진행자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소임에 감사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경전반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진주 조개를 주웠습니다.

봄 경전반 학생이면서 온라인 경전반 스텝 소임을 맡게 되어 노트북을 준비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들어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매일 가게 일을 해가며, 경전 공부도 하면서 스텝까지 일주일이 빠듯했습니다. 학생으로, 스텝으로, 이쪽저쪽 다니면서 지도법사님의 법문도 듣고, 도반들의 나누기를 통해 내가 놓친 부분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반별 활동, 조별 활동, 체험 속에서 모두 한 마음이 되었을 때 빛이 나는 것을 알게 되고, 소임이 복이 되는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더 넓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내가 되어감을 느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식 날(앞 줄 왼쪽 중랑깃발 드신 분)
▲ 천일결사 입재식 날(앞 줄 왼쪽 중랑깃발 드신 분)

지금 내가 사는 곳이 정토

어느 날 오후 제 고객이 케이크를 손에 들고 매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손에 든 치즈케이크를 나에게 건네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본인 성격이 까탈스러워 어디를 가도 항상 부딪치는데 여기서도 성격대로 굴었음에도 사장님은 화 한번 안 내신다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그리고 경전반에서 배운 것을 지식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을 고객을 통해 평가받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해 주는 고객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모두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화엄경에 있는 ‘정토란 이미 완성된 국토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보살이 활동하는 국토’라는 글과 ‘지장보살에게는 지옥이 정토이고 우리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정토이다.’라는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나에게는 이제 한 가지 이루고 싶은 원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다 바뀌면서 내 개인 법당을 가지게 됐으니, 나와 가장 가까운 인연인 가족을 도반으로 정토 세계에 함께 가고 싶습니다. 이 원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매일 매일 정진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법당 철거 후 도반들과(오른쪽 첫 번째)
▲ 법당 철거 후 도반들과(오른쪽 첫 번째)


가장 바쁜 시기에 행자 이야기 주인공을 하게 되어서 마음에 짐이 되었을 이문숙 님. 또 이 와중에 시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가야 했는데도 짬을 내어 약속을 지켜주었습니다. 큰일에도 대범하게 일 처리를 하시며 정토행자 이야기를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김복희(희망리포터 중랑법당)
편집_이정선(진주정토회 진주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3. 전문가가 아니라도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된 회의방식.
    진행자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독점되지 않고 참여자가 모두 참여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회의를 마치면 따뜻하고 든든한 도반애가 생기며 함께 하기로 한 일의 주인이된다.  

전체댓글 14

0/200

자재왕

이문숙님, 훌륭하십니다. 응원의 박수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01-16 17:22:03

박승희

이문숙 보살님의 꾸준한 수행담 감사드려요~ ^^ 모둠장님 우리 함께 꾸준히 수행해 나가보아요~ ^^γ

2021-04-13 10:36:55

자재왕

고객이 케익을 들고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만큼 편안하신 인품의 이문숙님처럼 저도 닮아보려 합니다. 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04-06 06:33:04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중랑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