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목포법당
수행의 거름이 된 흙 퇴비화 실험

음식물 쓰레기 흙 퇴비화 실험은 흙에서 나온 것들을 흙으로 돌려보내자는 뜻에서 시작했습니다. 흙 퇴비화 실험단 1기에 목포법당의 양은재 님을 포함해서 여섯 명의 도반이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상을 변화시키고, 번거로움조차 수행으로 삼은 도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양은재 : 전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모두 동물들의 사료로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아주 일부만 사료로 쓰이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또한, 나머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생기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음식을 남겨서 버린 행동으로 지구를 오염시켰음을 반성합니다.

이경선 : 실내에서 냄새나지 않게 발효시키려면 생 식물류만을 퇴비로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생 식물류 외의 다양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음식물 쓰레기를 한꺼번에 퇴비로 만들었습니다. 게 껍질과 닭 뼈를 작게 잘라서 다른 음식물과 섞어 발효시킵니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2주 동안 실내에서 1차로 발효시키고, 실외에 땅을 파서 발효조 역할을 하는 통을 묻어서 2차로 발효시켰습니다. 땅이 온도를 유지해주어 발효가 잘되고, 냄새도 안 나서 좋습니다.

이황복 : 생활 쓰레기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흙 퇴비화 실험에서,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감소시킬 수 있는 원리를 배웠습니다. 흙 퇴비화를 제대로 실천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50% 이상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정순 : 음식물 쓰레기가 흙(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김현미 :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며 봤던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과정에서는 벌레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번 흙 퇴비화 실험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에 벌레가 생기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또한, 법당에서 지렁이에게 먹이로 음식물을 주던 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일상 속 변화를 이끌다

양은재 : 아이들과 함께 음식쓰레기를 줄이면서, 더불어 다른 환경실천도 더욱 신경 써서 할 수 있어서 교육적인 면에서 좋았습니다. 조금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경선 : 될 수 있는 한 쓰레기가 적게 나오도록, 요리에 사용하는 음식 재료를 처리했습니다. 또한, 요리한 음식은 모두 섭취해서, 버리는 것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음식물을 버려야 할 때는, 물에 헹구어 염분을 제거해서 퇴비로 만들었습니다.

이황복 : 생활 속 쓰레기에 대한 개념을 나름대로 정립했습니다. 불필요한 수도와 전기 사용을 줄이고, 물품 구매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또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모든 쓰레기 분리수거도 실천했습니다.

최정순 : 흙 퇴비화를 직접 해본 후,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바뀌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잔반 줄일 방법을 찾았고, 냉장고의 식재료를 털어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쉽게 되기를 바라는 욕심을 내려놓다

양은재님
▲ 양은재님

양은재 : 흙 퇴비화 실험 자체보다도 흙 퇴비화 팀을 이끄는 것이 수행 거리였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에 학생으로만 참석했던 저는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영상을 트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팀을 이끌고 회의 진행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괜히 소임을 맡았나’하고 후회하는 마음도 잠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배움의 기회로 삼고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배워갔습니다. 처음 화상 모임을 했을 때, 정토회 활동 경력이 많은 도반 앞에서 진행한다는 부담감으로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실수가 잦았지만, 이번 경험이 새로운 소임 봉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경선님
▲ 이경선님

이경선 : 음식물 흙 퇴비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대충 적당한 환경이 아니라, 계산된 적절한 환경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많은 효소를 사용한다고 발효가 빨리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음식물 양에 따라서 적절히 발효제를 사용했습니다. 많이 만들고 싶은 제 욕심만큼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넣는 것이 최적의 퇴비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순조로운 퇴비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습니다.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헹구고 자른 후, 1차 발효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후숙시키기 위해 땅을 파서 묻고 2차로 발효시킵니다. 번거롭고 귀찮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고 뿌듯했습니다. 오늘도 음식물 퇴비화, 그냥 합니다.

이황복님
▲ 이황복님

이황복 : 어린 손자, 손녀가 있어서 아이들 눈을 피해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 실험을 하다 보니 귀찮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하루하루 수행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했습니다. 흙 퇴비화를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불결하다는 생각이 점차 옅어졌습니다. 또한, 퇴비화 일이 점점 더 쉽고 친숙해졌습니다.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다”라는 말씀을 체험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최정순님
▲ 최정순님

최정순 : 처음에는 생선 뼈나 내장을 따로 분리하는 과정이 꺼려지고 번거로웠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썩은 고구마 꽁지는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두 달이 넘은 지금은, 조금 말랑해져서 퇴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번거롭다 느꼈던 번뇌도, 썩은 고구마 꽁지도 모두 변했습니다.

김현미님
▲ 김현미님

김현미 : 쉽게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작은 덩어리의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잘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찮아서 잘게 자르지 않은 큰 덩어리의 것은 발효제를 많이 넣어도 퇴비로 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귀찮은 마음에 필수 과정을 대충하고 나서, 퇴비화가 되지 않으니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분별심을 내곤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김은미님
▲ 김은미님

김은미 : 습관적으로 늘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와서 퇴비화가 어려웠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해서 혼자서 하다 보니 쓰레기가 많이 줄지 않았고, 여전히 퇴비화가 미흡합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환경실천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고, 음식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텃밭으로 가는 흙 퇴비

두 달 동안의 흙 퇴비화 실험을 끝낸 도반들은 다른 후속 실험을 이어갈 준비를 합니다. 도반들이 직접 만든 퇴비로 미륵사 한쪽에 텃밭을 가꿔보면 좋겠다고 법사님이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으로 텃밭 팀을 꾸렸고, 앞으로 미륵사 텃밭의 흙을 고르고 여러 작물을 심을 계획입니다. 우리가 먹고 남은 부산물들이 흙으로 돌아가 다시 먹거리로 만들어지겠지요. 그 자연의 순환 과정은,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음을 언어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도시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는 게 쉽지 않은데 인근에 좋은 공간이 생겨 행복하다면서, 여섯 명의 도반들이 한결같이 웃습니다.

미륵사 한쪽에 텃밭을 가꾸는 도반들
▲ 미륵사 한쪽에 텃밭을 가꾸는 도반들


여섯 명의 도반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든 생생한 이야기에 반성과 동시에 희망을 품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많은 도반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삼아, 자신이 만든 퇴비로 텃밭을 가꾸는 주말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롭고 설렙니다. 음식물 쓰레기 흙 퇴비화가 전국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갈 그 날까지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글_이미라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목포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 서초법당)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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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쓰레기 줄이기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3-14 09:07:21

김희선

음식쓰레기를 흙으로 돌려주는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배웁니다.
함께 하면서 나누니 이치를 확연히 알 수 있어 또 다른 수행담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2021-03-11 08:49:04

나부터

말씀 감사합니다.

2021-03-11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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