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옥교법당
새벽기도는 내가 살길이다

옥교법당의 새벽을 한결같은 기도로 열어주는 한 부부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도반으로 평생을 같이하고 싶다는 최임자, 정영식 부부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새벽기도 중인 최임자 님
▲ 새벽기도 중인 최임자 님

최임자 님

제가 살던 고향은 경주 사천왕사지 바로 옆 마을입니다. 현재 마을은 공원이 되었지만 사천왕사지는 저의 어릴 적 놀이터였습니다. 저는 그때 부터 정토회와 인연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석남사 부처님 닮은 남자

저는 부유한 농가에서 오빠 둘, 남동생 하나인 집안의 고명딸로 태어나 평탄하게 자랐습니다. 울산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울산의 한 백화점 옷가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가 장사를 하면 팔자가 세진다며 두 오빠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올 때는 옷을 팔아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좋아하는 책도 볼 수 있는 옷 장사가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옷가게 하는 친구 어머니를 돕는다는 거짓말로 오빠를 설득하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지원으로 백화점에 작은 가게를 열었습니다.

서른 중반쯤에 32평 아파트를 가진 잘나가는 장사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돈을 너무 잘 버니 어지간한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돈이 있으니 마음 맞는 사람만 만나자'는 마음으로 37살에 선을 보았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언양 석남사 부처님 같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저는 석남사 부처님을 닮은 남편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 해 큰 딸을 가졌고 연년생 아들을 낳았습니다.

인생은 롤러코스터

딸은 시댁에서 아들은 올케가 봐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세네 살 때쯤 가게가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쓰는 돈이면 직접 키워야겠다 싶어 가게를 정리하고 집안 살림을 맡았습니다. 1년 후 남편이 IMF로 명퇴를 했고, 저는 아이들을 맡기고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10년간 가게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위해 쓴 돈이 모여 빚이 7천만 원이나 쌓였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남편은 운영하던 체육관 대신 직장을 구했고 저도 제 가게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린 아이들과 절과 산을 다녔던 시절
▲ 어린 아이들과 절과 산을 다녔던 시절

일 잘하는 가게 동생과 더불어 장사도 잘되었습니다. 5년 후 빚도 다 갚고, 차도 2대나 샀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쇼핑몰의 방침에 따라 가게가 구석진 매장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손님이 줄어든 구석진 매장으로 옮긴 후, 일주일 만에 일 잘하던 그 동생이 쇼핑몰 측 권유로 자기 매장을 차려 나가버렸습니다. 도와주던 동생 없이 혼자 매장 일을 다 하려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갱년기가 겹쳐서 호르몬 처방까지 받으며 견뎠습니다.

그 와중에 거사님의 퇴직으로 오롯이 제가 모든 경제적 책임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불안하고 힘든 마음이었습니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저는 당시 현실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오직 내가 매달릴 곳은 부처님밖에 없다'고 생각라하고 무작정 젊어서부터 인연이 있던 언양 석남사까지 새벽 3시에 일어나 달려갔습니다. 스님들 새벽예불 이후 법당에서 6시까지 300배, 600배씩 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석남사에서 15일을 하고 그 후부터 집 가까운 절에서 매일 2년 동안 기도를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만난 스님, 새벽기도

그 무렵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만났고, 법문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후 매일 매장에서 스님 법문을 듣고 새벽기도로 마음을 다잡으며, 약도 먹고 하니 불안했던 제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습니다.

어느 날 스님 동영상 아래에 나온 불교대학 모집 광고를 보았습니다. 평소 품고 있던 체계적인 불교 공부에 대한 갈망으로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깨달음의 장〉에 가서는 눈물만 흘리고 왔습니다. 불교대학은 무거동 울산정토회에서 시작했고 경전반은 2016년 새로 생긴 옥교법당에서 하였습니다.

기도, 나를 살게 하는 힘
▲ 기도, 나를 살게 하는 힘

'부처님께 참회하고 기도하고 힘과 용기를 얻어야 내가 살 수 있겠다'는 신념이 2016년 옥교법당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새벽기도를 하는 제 마음입니다. 제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하기 위한 기도였습니다. 지금까지 기도하며 눈물이 흐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저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힘을 얻기 위해 기도를 했습니다. 마음의 안정도 찾고 삶의 중심도 잡고 기도를 하다 보니 제 몸이 좋아졌습니다. 법당에서 기도한 후 집 근처 태화강 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걷습니다. 기도는 저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넓고 큰 마음 갖은 나의 가족

저는 평생을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게를 할 때 남편이 전적으로 애들을 돌보았습니다. 시간도 없었지만 저는 애들에게 이런저런 간섭도 안 하고 키웠습니다. 단지 부모님이 열심히 사니 애들도 스스로 자기 생활 잘해주는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는 시간 날 때마다 애들이 중학교 2학년까지 산이고 절이고 많이 데리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절에 가자고 하면 따라나서지 않습니다. '너무 많이 가서 내 마음이 생기면 가지 지금은 가자 소리 하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지금 딸은 대학 졸업해서 관세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아들은 철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화하다 보면 자식들이 저보다 더 큰마음을 가진 것 같습니다. 남편을 만날 때 부처님 같아 보였고 지금 아들과 딸은 저보다 더 넓고 큰 사람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정영식, 최임자 부부
▲ 부처님 오신날 정영식, 최임자 부부

저는 우리 남편 만나 도반으로서 같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제 평생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도반으로서 동행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같이 절에 가고, 같이 수행하고 평생을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의견이 달라도 제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면 제 말을 잘 들어주고 금방 제자리로 돌아와 줍니다. 그것이 수행의 힘이 아닐까요?

아침기도를 꾸준히 하다 보니 제 인생이 자리가 잡혀갑니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조금씩 익어가는 수행자가 되어 인생의 주인으로, 자리이타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정영식 님

새벽기도 중인 정영식 님
▲ 새벽기도 중인 정영식 님

젊을 때부터 저는 전통무술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무술 수행을 하면서도 '정신적 수행을 어떻게 하는 것 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저는 불교 청년회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불교는 마음 찾는 길이라는데 도대체 그 마음을 어떻게 찾을 건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정토회가 어떤 곳인가

5~6년전 저는 집사람 덕분에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해외 근무를 마치고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정토회에 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토회를 쓰는 불교 단체는 여러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전 그중에 하나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혼자 일어나 절을 하며 중얼중얼하는 걸 보곤 요즘 유행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났습니다. 집사람이 중얼거린 수행문이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수행문을 읽어 보니 제가 생각하고 있던 불교의 가치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정토회가 어떤 곳인가'하는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옥교법당에서 정영식 님
▲ 옥교법당에서 정영식 님

저는 평소 개인적으로 명상을 했습니다. 정토회 명상교육이 좋다는 집사람의 말에 명상하기 위해 불교대학부터 입학했습니다. 2016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깨달음의 장〉도 가고, 〈명상수련〉도 다녀왔습니다. 〈깨달음의 장〉은 마음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니며 불교 경전과 교리를 공부하였습니다.

새벽 기도며, 명상이며 부부가 함께하는 수행을 통해 얻게 된 알아차림은 저희 부부에게는 아주 좋은 공부입니다. 서로와의 관계 속에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를 빨리 깨우치게 되어 참 좋습니다. 집사람과 마음 편하게 수행하며 남은 인생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인터뷰 도중 연신 눈물을 닦으시는 최임자 님의 모습에서 지난날 힘들고 불안했던 순간들이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아내와 엄마로서 또 남편과 아빠로서 살며 짊어졌을 책임감을 이겨내고, 이제는 평생 수행하며 살겠다는 부부의 다짐 속에 '새하얀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 손을 꼭잡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함께 수행정진하며 괴로움없이 깃털같이 가벼운 삶을 사시길 기원해 봅니다.

글_김봉재 (울산정토회 옥교법당)
편집_박성희 (홍보국 행자의 하루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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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스님 법문 보다 우연히 찾아 왔습니다~! 이런 저런 사연이 너무나 와닫습니다 저도 가까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불교 인연도 조금 있구요 SNS로 인연이 되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2021-01-23 18:31:25

이원진

17년 전의 저의 심리적 데쟈뷰 보는듯 감동이었습니다. 불법의 힘, 정토회의 역할, 도반의 중요성을 다시금 새깁니다. 축하드리고 고맙습니다.

2021-01-21 09:39:15

이영숙

두분 참 멋지십니다.!!
저의 바램도 남편과 함께 자리이타의 삶을 사는 정토행자 되기를 발원 한답니다.
정진 '만이 살길이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는거 저도 200% 공감 합니다.
두분 앞으로도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응원 합니다.👍

2021-01-19 08: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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