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오산법당
태양처럼 빛나는 수행자

오산법당의 태양이라 불리는 분이 계십니다.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 이른바 3척을 못해 지금까지 오산법당 총무 소임을 맡아 할 수 있었다는 이영숙 님, 먼저 수행하고, 먼저 활동하며 오산법당 활동가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이영숙 님의 태양과 같은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진원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척’하지 않는 사람

이영숙 님
▲ 이영숙 님

없는 게 있는 척, 모르는 게 아는 척, 못난 게 잘난 척을 하면 안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우리에게 늘 말했습니다. 2남 4녀 중 막내딸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3척 하지 않으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았습니다. ‘척’하지 않는 성격은 지금 총무 소임을 하며 많은 덕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잘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바로 뉘우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포장하지 않는 성격은 다른 법당 총무들이 참으로 부러워합니다. 저도 어머니에게 참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주가 법문이 아니었나요?

저는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집안이 불교를 믿어서 어렸을 때부터 절이 익숙했습니다. 일하고 쉬는 날이나 퇴근하고 시간이 있으면 절에 가서 봉사를 했습니다. 당시 제가 다녔던 절의 큰스님은 사주를 워낙 잘 보기로 유명했습니다. 법문하는 중간에도 사주 이야기를 함께 하곤 해서 사주가 곧 법문인 줄 알았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절에서 기도했는데, 그때《반야심경1》을 읽고, 법문 듣고, 도반들과 점심 먹으며 떠들면 그게 기도의 전부였습니다.

정초 정회원의 날 공양 담당자 소임 때
▲ 정초 정회원의 날 공양 담당자 소임 때

석가모니가 누구인지 불교가 무엇인지는 말할 것도 없고, 부처님이 네팔 사람이라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봉사하던 중,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독교는 성경책 하나만 있으면 하나님에 대해서 다 알 수 있는데 불교는 무슨 책을 읽으면 부처님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물어봐도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그 후 거짓말처럼 법당 한쪽에 있는 책장에서 초록색 표지에 감싸져 있던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팔상성도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전생, 마야부인의 태에 들 때부터 시작해서 성도하고 전법하며 입멸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그때 처음 알았고 부처님이 진실로 위대한 분인 줄 알았습니다.

좋고 또 좋은데 뭔가 2%가 부족했습니다

그 뒤 다니고 있던 절에서 군말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올바른 법을 가르쳐 주는 스승을 찾아다녔습니다. 안성으로 가는 쪽에 있는 절이었는데 한 달에 한 번 법문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나마 법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법문이 사주인 줄 알았던 저에게 경전에 대한 가르침은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기쁜 마음에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고 법문 듣는 것도 좋아하니, 당연히 절에 있는 스님도 저를 좋게 봐주어서 중요한 업무를 맡아 10년가량 봉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절에 있는 스님도 정진하라고 했고, 부처님도 ‘세월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진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물음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여러 스님을 찾아다니며 법문도 듣고, 직접 108배를 하거나 《금강경2》을 수지 독송 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힘들기만 할 뿐이었고 정진 방법에 대한 갈피는 전혀 잡지 못하고 헤매었습니다.

보물을 찾은 것 같은 마음

2018년 불교대학 담당자 갈무리 (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
▲ 2018년 불교대학 담당자 갈무리 (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

여러 스님을 찾던 도중 오산 시청에 법륜스님이 즉문즉설을 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척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참석을 못 했습니다. 그 아쉬움으로 인터넷을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스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법문을 들었습니다. 질문자에게 사이다처럼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고, 꾸준히 스님의 법문을 들었던 게 인연이 되어 수원에 있는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문경에서 수련중 공양물을 가지러 갈 때의 기쁨은 환희 그 자체였습니다. 문경 수련원이 대한민국의 허파와 같다는 느낌을 그때 받았습니다. 〈깨달음의 장3〉에서 환희로움을 맛보고 바로 불교대학 특강이 있어 문경수련원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날 새벽 〈백일출가〉를 하는 수행자에게서 수행법요집 한 권을 받았는데 그 수행법요집 안에 있는 수행문을 보고 다시 한 번 환희심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들었던 흩어진 내용들이 수행문이라는 문장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마치 보물을 얻은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 받았던 수행법요집을 신줏단지 모시듯 집으로 가지고 와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학생들과 함께(오른쪽에서 세 번째)
▲ 불교대학 졸업식 학생들과 함께(오른쪽에서 세 번째)

신도에서 수행자가 되기까지

수련을 하면서 '한 가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있었습니다. 공양을 만들어 주는 바라지들의 맛있는 음식을 받고 저는 은혜를 꼭 갚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바라지를 지원하였고, 함께 봉사하는 담당자가 바라지 팀장을 맡아서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서 바라지 팀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라지 할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이 음식을 먹고 깨달음을 얻어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니,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이 음식을 먹고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니 문경에 바라지 하러 가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고, 마치 소풍 가는 것 같았습니다.

문경 공양 바라지(앞 줄 왼쪽 첫 번째)
▲ 문경 공양 바라지(앞 줄 왼쪽 첫 번째)

저는 여러 절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보통 다른 절을 다니다가 정토회에 오면 많이들 힘들어합니다. 이것저것 해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인데, 과거 신자에서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정토회가 제게는 은인과 다름없습니다. 신자에서 수행자가 된 것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어떤 금은보화를 가져다주어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저에게는 귀하다 말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데, 저는 이런 소임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정토회에 감사합니다. 이런 놀이터에서 일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좋습니다. 저를 신자에서 수행자로 만들어 준 정토회와 앞으로 쭉 함께하겠습니다.

9-10차 입재식(앞 줄 오른쪽 첫 번째)
▲ 9-10차 입재식(앞 줄 오른쪽 첫 번째)


오산법당에 처음 온 후부터 가장 먼저 정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영숙 님.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와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길을 잃어 헤매는 이에게 길을 알려주듯 정진은 이영숙 님에게 빠져서는 안 될 나침반과 같았습니다. 태양과 같은 에너지는 모두 정진에서 나온다는 이영숙 님의 말처럼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그 힘으로 주변 이웃에게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수행자가 되기를 발원해 봅니다.

글_조학수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 오산법당)
편집_장순복(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1. 반야심경대승경전의 하나 

  2. 금강경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3.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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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워낙 큰 그릇이었군요. 어떤 금은보화보다 더 귀한 정토회라는 말씀에 뭉쿨합니다.

2021-05-08 08:20:24

박신영

영숙님의 나누기 잘 보았습니다 정토회를 만난것이 복이다 라는 생각과 법륜스님을 만난것이 정말 행운인것 같습니다

2021-01-13 06:19:50

공덕품

찾아온 복을 복인줄 모르는데
스스로 법을 찾아 정진하시는 모습이 역시 자발적 수행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2021-01-13 0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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