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대문법당
내 삶의 원동력은 “찐” 수행!

사업도 수행자로, 가정생활도 수행자로, 봉사도 수행자로, 무엇이든 수행자로서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며 함박 웃는 도반을 만났습니다. 바로 수행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동대문 법당의 조영선 님입니다. 불교대학 담당과 수요 법회를 5년째 이끄는 조영선 님의 ‘찐’ 수행담을 나누겠습니다.

시나브로 다가온 삶의 위기

저는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나 자랐고, 전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후, 주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종교에 관심이 많아서, 초등학교 때 스스로 혼자 교회를 찾아가 성경 공부를 했고, 중학교 때부터 결혼 전까지 14년 정도 원불교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직장생활로 바빠서, 그저 법회에 참여하고 설법을 듣는 수준이던 신앙생활과는 멀어졌습니다.

IMF에 실직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서울 약령시장에서 한약상 일을 배워 전주에 한약 도매상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업 준비를 위해 전주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서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준비와 혼자 지내는 서울 생활로 생각이 많아졌고, 쉰다섯 살이 되어 지난 삶을 되돌아보니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팟캐스트가 유행했는데 우연히 법륜스님의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설법은 제가 그때까지 들었던 다른 설교나 법문과는 너무 달랐고, 사례별로 하나씩 명쾌하게 짚어 깊은 감명과 위안을 얻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법문 팟캐스트를 1년 정도를 계속 들었습니다.

나비장터에서 사회자로 봉사 중
▲ 나비장터에서 사회자로 봉사 중

그러던 중, 서울에 혼자 오래 있어 외로웠는지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사업이 계속 커지고 직원도 늘어났고 낮에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괜찮았지만, 밤에는 외로움을 주체하기 어려웠고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술친구를 찾고, 술로 위로받는 생활을 1년 동안 지속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법륜 스님의 팟캐스트는 계속 들었습니다.

더는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저의 상황을 얘기했고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급작스럽게 서울 생활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ROTC(학생 군사 교육단)를 제대한 작은 아들이 주식을 하다가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아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내와 저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아들 문제와 그 밖의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술에 의존하는 생활을 여전히 지속했습니다.

삶의 전환점을 맞다

마음이 울적하고 괴로울 때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금방 기분은 좋아졌지만,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내가 계속 이렇게 살면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 법문을 듣기만 하면 안 되겠다. 그래, 직접 정토회에 찾아가 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성동 법당을 찾아갔는데, 성동 법당이 그 당시에는 처음 생긴 법당이라 참 작고 볼품없었습니다. 너무 작고 초라한 규모에 아내는 이런 곳을 어찌 믿고 다니냐고 했지만 저는 “형식이나 겉모습은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배우냐에 따라서 큰 법당이 될 수도 있고 정 맘에 안 들면 큰 법당으로 옮기면 돼.”라고 아내를 설득해서 함께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 역시도 법당에 대한 분별심으로 마음을 크게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부부가 같이 불교대학에 다니는 동안 아내가 먼저 〈깨달음의 장1〉에 다녀왔습니다. 아내의 강력한 추천에 저도 그해 8월에 〈깨달음의 장〉에 갔습니다. 〈깨달음의 장〉은 저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전에 종교에 관심이 많아 제가 스스로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과 위안은 일시적이었고 삶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 한계를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의 장〉은 제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아내와 함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아내와 함께

저는 정토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깨달음의 장〉이 굉장히 과학적이고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확신하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든 법륜스님과 정토회를 존경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다른 고가의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봤지만, 단지 참여할 때뿐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의 장〉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깨달음의 장〉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아침 기도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울증과 술에 대한 의존도 다 끊어내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환하고 밝아진 제 얼굴을 보고 좋은 한약을 많이 먹어 얼굴이 좋아졌냐고 묻지만, 저는 모든 것이 수행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해 11월에 〈명상 수련〉까지 다녀오면서 본격적으로 명상도 시작했습니다. 아직 〈나눔의 장2〉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나눔의 장〉에 다녀오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수행 덕분에 일이 술술

수행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회사에 오면 직원과 고객도 편안히 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침 5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회사에 나오면 종일 기운이 맑고 판단력이 좋습니다. 일이 많아 힘들어도 정리가 잘 되고, 옛날보다 일을 2배 더해도 피곤함이 덜합니다. 사업하는 사람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신속하게 판단을 잘해야 하는데, 수행 덕분에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맑은 기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본래 성질이 급해서 무슨 일이든 밀어붙여서 빨리 성과를 내야 직성이 풀렸고, 화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을 힘들게 했고 참회도 많이 했습니다. 한 번은 회사에 꼭 필요한 직원이 술을 좋아해서 실수를 저질렀고, 제가 그 직원에게 화내고 짜증 내서 그 직원이 회사에서 나갔습니다. 회사의 핵심 구성원이자 전문가인 직원이 나가니 사업 손실이 컸고, 그 직원도 8개월 정도 실직 상태여서 어느 사람에게도 좋은 결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직원을 만나, “내가 화를 내서 미안하다. 내가 낸 화로 너도 불행해졌고 나도 네가 필요하다. 내가 이제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다시 같이 잘해 보자.”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 직원은 다시 복직해서 지금 굉장히 잘 지냅니다.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하던 그 직원이 없어서 약 1억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그 일로 인해 화를 내면 이익은 없고 손해만 있다는 것을 깨우쳤고,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감정이 일어나면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수행을 반복하니 3년 정도는 거의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JTS봉사 중(왼쪽에서 네번째)
▲ JTS봉사 중(왼쪽에서 네번째)

관계도 술술

수행한 후, 작은아들을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수행 차원으로 생각하면서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채로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따로 살아와서 그런지, 아이들 결혼 시키고 둘만 남으니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예를 들어, 다 사용한 컵을 왜 씻지 않고 싱크대에 놓아두었나, 같은 사소한 일로 싸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아내에게 갱년기가 찾아왔음을 알았습니다.

아내와 싸운 후 참회 기도를 했지만, ‘왜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지 못할까?’라며 분별심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내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아내가 친구들과 남원 여행을 갈 때, 자청해서 여행안내자를 했습니다. 그렇게 아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아서, 같이 있으면 싸울 테니 제가 집을 나가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정일사3 회향 때 법사님께 이 문제에 대한 상담을 받았고, 제가 너무 제 위주로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비 분별하는 마음으로 아내를 가르치려 했던 저 자신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참회하면서 저 자신이 변해야겠다고 결심했더니, 신기하게도 아내가 편안해졌고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환경이 변한 것도 아니었는데, 아내는 저의 마음을 알아주기 시작했고 아내와의 갈등이 해소되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수행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고비를 넘기며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후, 새로 생긴 동대문 법당에서 수요 법회 담당을 시작했고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 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역할을 주면 ‘네 하고 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정토회의 봉사활동은 다 보람 있고 좋았지만, 작년에는 고비가 있었습니다. 3년 동안 수요 법회를 담당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인원이 늘지 않는 것이 고민스러웠습니다. 주로 저와 아내 외에 몇 명만이 법회에 참여했고, 저 혼자 법회를 진행하는 날에는 많은 내적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제가 수행 법회 담당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누군가가 자리를 채워주리란 생각으로 참고 견뎠습니다. 다행히도 다음 해에 인원이 조금 늘어났고 그 고비를 넘겼습니다.

온라인 회의에서(아래 줄 왼쪽에서 첫번째)
▲ 온라인 회의에서(아래 줄 왼쪽에서 첫번째)

또한, 수행 법회를 담당하면서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동시에 담당했습니다. 일주일에 2번씩 봉사에 시간을 내야 했고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 봉사를 놓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마음을 극복하면서 하나씩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봉사했던 경험이 수행하는 기회였고, 저에게 큰 힘이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편한 것을 찾고, 일이 먼저고, 봉사는 그냥 하는 것으로 여겼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확실히 가질 때, 회사 일도 자연스럽게 잘 풀린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눈을 뜨면 ‘나는 수행자다.’

결국은 수행자의 삶이 첫째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나는 수행자다.’라는 것을 상기합니다. 모든 것을 수행자로서 생각하면, 괴로움이 와도 알아차리고 관점을 돌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행자의 관점을 놓으면, 편한 것을 찾으려 하고 꾀를 부립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깨어서 수행자의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감정이 올라오면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수행을 반복하니 고민도 점점 적어집니다.

제가 아침 수행을 불규칙으로 했었는데 수행은 꾸준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 작년 9월부터는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수행합니다. 가족여행을 갈 때도 호텔에 기도 공간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차에 기도 방석을 싣고 다니며 새벽 5시에 호텔의 조용한 공간을 확보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법당에 갈 수 없어 저의 집 방 하나를 완전히 비운 후, 불상이 있는 작은 법당이자 기도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침 기도와 명상을 합니다. 한 시간 동안 아침 기도를 온전히 하면 하루가 편안하고 아침 기도를 하지 않은 날은 에너지 손실과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 손해라는 것을 알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 수행을 합니다.

수행을 통해 제 감정을 바로 알아차려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고집부리거나 짜증 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하면서 늙어간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계속 수행하면,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도 좀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수행하면서 알게 된 행복입니다.

불교대학 동기들과 함께(오른쪽에서 첫번째)
▲ 불교대학 동기들과 함께(오른쪽에서 첫번째)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덕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법륜스님과 함께 기도하고 법문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고, 일요일에는 명상하는 기회를 얻어서 감사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실시간으로 법문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온라인 법문으로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 노력하는 스님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닮고, 꾸준히 수행하고 공부해서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정토회의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원을 세웁니다.


아침 수행으로 하루가 편안하고 수행의 덕으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조영선 님의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나태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았고 다시 힘차게 수행하고 싶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바쁘지만 마음과 진짜 수행담을 내어놓은 동대문 법당의 큰 버팀목인 조영선 님, 고맙습니다.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글_오미영_희망리포터(송파정토회_동대문법당)
편집_성지연(서초정토회_서초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3. 정일사 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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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희

조영선거사님
깊고 넓으신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동대문 법당의 도반들께 귀감이 되시고
저 역시도 불대부터 천일결사자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어 수행정진 잘 하고 있습니다.
거사님 감사합니다.

2020-12-03 19:03:09

박신영

영선님의 수행담에 감동합니다 아침수행은 안하면 나에게 손해가 온다는 말씀 기억하여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2-02 06:21:44

이난숙

수행안하면 손해.. 공감합니다
소중한 수행담 고맙습니다

2020-12-01 17: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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