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해운대법당
저는 충분히 사랑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식 날 얼굴 표정에 소름 끼쳤다. 같이 사는 남편이 불쌍하다” “정토불교대학 안 왔으면 우짤 뻔 했노?” 경전반 졸업 후 도반에게 들었던 상대방의 소감 나누기입니다. 밝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몰랐다는 조희열님. 지금은 밝은 미소와 행복한 표정으로 바뀐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두북에서 밭일 봉사 중인 조희열님
▲ 두북에서 밭일 봉사 중인 조희열님

10년 만에 다시 찾은 정토회

2004년 어느 날 해운대법당 왔다가 바닥에 붙은 번호표를 보고 어릴 때 다녔던 동네교회의 모습이 떠오르며 이상한 곳인 줄 알고 발길을 끊었습니다. 2014년 봄 버스 안에서 현수막을 보고 전화를 하니 “내일 입학식이니까 꼭 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하는 한마디에 다시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마치고 2015년도에 불교대학 모둠장으로 봉사 소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불교대학과 경전반 지원으로 활동하였고, 2018년도에는 해운대정토회 경전팀장 소임을 거쳐 지금은 해운대 정토회 지원팀 법회지원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또 주말마다 두북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가을불교대학 졸업식(둘째 줄 왼쪽 첫 번째 희열님)
▲ 2017년 7월 가을불교대학 졸업식(둘째 줄 왼쪽 첫 번째 희열님)

남편에 대한 서운함

대학 1학년때 만나 짝사랑한 남편을 대학원 옆방 조교로 다시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남편은 집안에서 반대했지만 결국 만난 지 7개월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남편은 일본으로 다시 공부하러 가고 저는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떨어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컴퓨터학원 운영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6년 만에 돌아온 남편과 함께 같이 살 전원주택을 설계하고 지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남편은 부산으로 통근하며 삼랑진에서 혼자 살게 되었고 남편은 평소 등산이나 여행을 갈 때도 가족보다는 친구하고 다니며 우리는 주말부부로 지냈습니다.

2019년 두북 봉사 때 딸아이와 함께
▲ 2019년 두북 봉사 때 딸아이와 함께

학원이 바빠서 주말에 못 만나게 되면 남편은 삼랑진에서 친구들과 지냈고, 가족들과의 여행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혼자만의 힘든 결혼생활은 계속 되었습니다. 등산이랑 여행도 저하고만 같이 지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남편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기 힘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절과 친숙해서 집 근처 절에 갔더니 참회의 기도를 하라고 하셔서 법복을 사고 기도를 하며 엄청 울었습니다. 딸아이가 중2학년 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살할 것 같은 아이로 지목되었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급한 마음에 슬리퍼 차림으로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친구가 없는 아이, 내가 아이를 어떻게 했기에...

쉬운 불법을 만나다

불교와 계속되는 인연으로 절에서 법문을 들어왔지만, 들어도 답답하고 어려워서 쉽게 설명해주는 법문을 듣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간절했습니다. 불교 공부가 하고 싶어서 입학한 정토회 입학식날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고 스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느끼며 쉽게 이해되는 법문은 남편과 아이에 대한 집착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했습니다. 2015년 5월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오고 제 얼굴 표정은 더 밝아졌습니다.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서 오히려 섭섭해 하는 아이는 공부도 스스로 하며 대학입학원서도 혼자 결정하는 자립심 강한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JTS 거리모금
▲ JTS 거리모금

많은 추억을 남기고 떠난 남편

남편은 2016년 대연법당 봄불대에 입학해서 경전반까지 다니던 중 2018년 1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경전반 졸업식은 참석하지 못한 채 3월 부처님 곁으로 떠났습니다. 제가 남편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나?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서 저에게 했던 첫마디 “이제 희열이 못 안아줘서 어떡하지?” 지금 돌아보니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도 자꾸 더 달라고 요구했던 제 모습을 수행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주말에 삼랑진에 가면 그냥 먹기만 하면 되는 과일과 채소를 키워놓고 있었는데 그때는 그 사랑을 몰랐습니다. 2017년 삼랑진에서 가족들이 있는 양산으로 이사한 후 남편과 함께 보낸 많은 시간들은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다정하고 행복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 캠핑과 여행... 축구 기자가 꿈인 딸아이를 위해 20일간 유럽여행 등... 남편에게 정말 많이 받았는데 감사함을 몰랐던 시간들. 저에게 선물이었던 남편. 제 인생의 보물은 이제 다시는 찍을 수 없는 가족과의 여행사진입니다. 수행으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되고 떠나보낼 수 있었던 지금 마음은 편안합니다.

남편과 함께 JTS거리모금
▲ 남편과 함께 JTS거리모금

소임은 나의 거울

남편을 보내고 힘든 생활 중에 경전팀장 소임을 하면서 제가 많이 바라는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모두 잘 따라주겠지.’ 제 마음대로 하려는 마음과 득보려는 마음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2019년 정초법회 날 법당을 그만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반에게 가볍게 해달라고 소임을 부탁하면서 ‘가볍다’는 말에 오해가 생겨 도반의 쓴 소리에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소임을 맡은 도반이 법당에 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지 못한 저를 보며 제가 얼마나 공부가 안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고 한참 뒤에 온전한 참회가 되었습니다. 저의 나누기를 들어주고, 상대 나누기를 들을 수 있는 도반의 소중함에 감사합니다.

소임을 맡고 보니 저를 볼 수 있었고 지금은 전산전공으로 온라인 법회봉사에 잘 쓰이고 있습니다. 두북 봉사도 경전반 졸업 후 계속 하면서 올해 2월부터 매주 토, 일요일에 다녀옵니다. 남편을 보내고 하루 한 끼도 못 먹으며 지내다가 흙을 만지며 일하고 먹는 밥맛은 저에게 삶의 활력을 주었고 법사님과 나눈 대화로 마음을 내려놓으며 모든 것이 조금씩 치유되었습니다. 이젠 봉사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2019년 통일축전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두 번째)
▲ 2019년 통일축전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두 번째)

내 삶인 기도

입재식2마다 기도를 100% 하지 못했습니다. 매일매일 정진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2020년 1월 정초순회법회를 듣고 10-1차 1월에 ‘얻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겠습니다.’ 라는 개인 명심문을 만들어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정토회를 만나 불법을 공부하지 못했다면 나를 사랑해주었던 남편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떠나보냈을 저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상상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남편과의 이야기에 흔들림 없이 가벼운 저를 보니 ‘수행을 바로 하고 있다’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20년 석가탄신일 마야부인
▲ 20년 석가탄신일 마야부인


인터뷰하는 동안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지만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불법을 만나 수행, 보시, 봉사로 승화된 행복을 전하는 수행담을 들으니 함께 나누는 삶으로 마음이 치유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긴 시간 동안 힘든 마음 내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마친 후 조희열님의 행복한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라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

글_희망리포터 김영미(해운대법당)
편집_이정선(진주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입재식정토행자 천일결사를 백일 단위로 나누어 매 백일 마다 함께 모여 수행을 점검하고, 새롭게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의식.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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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사랑은 갈구하면 할수록 고프고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풍성해집니다 희열님의 솔직한 인생담과 봉사로써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봉사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행복함입니다

2020-11-16 06:07:31

무지랭이

감사합니다~^^

2020-11-15 18:34:25

김경희

반가운얼굴이네요^*^
모두의
귀감이되시는보살님
짱입니다♡

2020-11-15 13: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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