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파법당
원수를 보내고 평생 친구를 얻다

'아침에 정진하지 않으면 낮에 과보를 받는다.'며 '이 과보가 아침 정진의 동력이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도반이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면서 원수를 보내고 평생 친구를 얻었다는 권용미 님. ‘틀림’을 ‘다름’으로 바꾸니 매일 행복하다는 그녀의 수행담으로 들어가 볼까요?

딱 ‘일 년’만 유보해 보자.

남편과의 불화로 매우 힘들어하던 중 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통쾌했고 생각하지 못한 면을 짚어 주어서 도움과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 후 힘들 때마다 유사 주제를 검색하여 제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상에 함께 올라온 정토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광고를 보았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지원하면서 저와 남편과의 문제를 딱 ‘일 년’만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해 보고 그 후에도 같은 마음이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에게 1년간은 제게 어떤 간섭도 말아 달라고 선언했습니다. 남편은 묵묵히 지켜봐 주었고, 덕분에 가볍게 마음공부를 했습니다.

2017년 4월 불교대학 도반들과 나들이 (오른쪽 두 번째)
▲ 2017년 4월 불교대학 도반들과 나들이 (오른쪽 두 번째)

남편은 관세음보살

마음공부를 하면서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담담히 바라볼 힘과 연구하며 풀어가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불교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많은 어려움이 해결됐고 마음도 안정됐습니다. 그러나 ‘나의 불행은 모두 남편 때문에 비롯되었다.’라는 생각이 여전히 떠나지 않았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미루었던 <깨달음의 장[^각주 7]>을 졸업을 앞두고서야 다녀왔습니다.

수련을 통해서 ‘내가 옳다.’고 고집해왔던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무시했던 남편은 이미 그 자체로 온전한, 귀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수없이 많은 공덕이 모여 이렇게 귀한 사람으로 내 옆에 있었구나! 그런데 내가 눈이 멀어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함부로 홀대했구나!' 이렇게 깨닫고 보니,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바로 저의 '전도몽상'이었음을 확연히 알았습니다.

남편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대했습니다. 이후 남편과의 관계가 많이 호전되었고 신뢰를 쌓아가며 평생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저를 부처님 법으로 인도해 준 너무나 고마운 존재이자 관세음보살이었습니다.

2015년 11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즉문즉설 내부안내 (맨 왼쪽)
▲ 2015년 11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즉문즉설 내부안내 (맨 왼쪽)

부모님은 내 인생의 진정한 스승

저는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습니다. 학력 사항에 고졸이라 씁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웠습니다. 전쟁 통에 아버지 어머니도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습니다. “법이 없어도 살 사람들이다.” “저렇게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지!” 칭송을 듣는 부모지만 때로는 배우지 못해서 무시당하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었습니다.

두 분은 3개월을 사이에 두고 작년 봄에 영면했습니다. 분에 넘치는 욕심 없이 온화하고 평정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성심을 다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했습니다. 암으로 투병을 하면서도 언제나 밝은 얼굴이었고,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의 뜻을 존중하면서 하루하루를 가볍게 보냈습니다. 생의 단계별로 모범적인 삶의 모습을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세속적인 성공의 잣대와는 무관하게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을 실천한 분들이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다니기 전에는 작고 평범하게만 보였던 그런 모습이 부처님 법을 만난 후 비로소 제대로 보였습니다. 온화한 햇살처럼 세상과 작별하시는 모습조차 담마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그런 부모를 보면서 모든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성공한 인생과 학벌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부모님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아버지와 함께
▲ 2018년 아버지와 함께

내 인생의 전환점 정토불교대학

정토불교대학과 인연을 맺으니 두 가지 변화가 왔습니다.

첫째는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정토회 이전 저의 종교는 기독교였습니다. 기독교 교리 때문인지 ‘선과 악’, ‘옳고 그름’ 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점점 저를 옥죄고 불안하게 했습니다. 제가 ‘그것은 틀린 것이다.’라고 판단 내리면 ‘절대 안 돼’ 하면서 상대와 대립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다름’이라는 중도를 알게 됐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비로소 저의 고집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만난 도반들과 봉사해 주신 보살들 덕분에 경전반까지 2년 동안 행복했습니다. 졸업하면서 감사함이 가득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나도 잘 쓰여야겠다.”라는 마음이 절로 났습니다.

2019년 10월 26일 JTS 거리모금 (오른쪽)
▲ 2019년 10월 26일 JTS 거리모금 (오른쪽)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경전반 졸업 후 불교대학 담당과 모둠장, 자활 담당 등의 소임을 맡아 봉사를 했습니다. 가끔은 개인과 정토회 일의 우선순위를 놓고 고민을 하기도 하고, 소임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부모님 암 투병 기간에 맡았던 자활 소임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소임을 맡아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 신경 쓰기도 어려운데 진척이 잘 안 되어 불편했습니다. 저의 사정을 알면서도 이런 소임을 맡긴 분께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배 도반을 찾아갔습니다. 다양한 소임을 바탕으로 적절한 격려와 일침을 주었습니다. “소임은 누가 맡긴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선택한 것입니다. 그 자리가 불편하면 내려놓아야지 누구를 원망하는 것은 관점이 잘못되었습니다. 자활은 수고했음을 치하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모든 것이 저로부터 기인함을 놓쳤습니다. 욕먹지 않으려고 남 탓을 했습니다. 관점을 바로 잡으니 주인이 되었습니다.

후에, 제가 자활 소임을 맡게 된 것이 총무의 배려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모님 병간호에 주저앉을까 우려하여 소임에 집중하면서 깨어 있을 수 있도록 마음 써 준 것이었습니다. 총무는 자활 소임 동안 제 손이 못 미치는 일이 생기면 묵묵히 보완해 주면서 저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도반이 전부이다.’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제 주변에 복이 넘쳐납니다. 정토회는 제 인생의 든든한 울타리입니다. 앞으로도 수행정진 하면서 제 삶을 잘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스승과 도반들이 있기에 이만한 울타리가 없습니다. 그 속에서 저도 서로를 이어주는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부처님과 불법 만난 인연에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17일 담당으로 참여한 가을불교대학 졸업수련에서(오른쪽)
▲ 2018년 6월 17일 담당으로 참여한 가을불교대학 졸업수련에서(오른쪽)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도반들의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겠다!”라는 모습이 여운으로 길게 남았습니다. 느슨해진 저의 수행을 돌아보며 뒤집어서 쓴 바가지를 바로 하였습니다. 깨어있는 주인으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권용미 님!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글_허경선 희망리포터(송파정토회 송파법당)
편집_장순복(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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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신

잘 듣었습니다.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10-22 16:25:37

지자재

변화해 가는 과정이 감동입니다. 같이 가는 도반이여서 자랑스럽습니다.

2020-10-22 14:00:22

지학행

보살님의 진솔한 삶을 나눠주셔서 저도 비슷한 괴로움을 겪어던터라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10-22 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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