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원법당
밖으로 돌고 돌아 30년, 이제야 안으로 돌이킨다

수원법당에는 불교대학 담당과 온라인 불교대학 경전반 진행을 맡은 김태효 님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대학생 불교연합회에서 불교를 접하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배우고자 이 절 저 절을 다녔습니다. 그러나 끝내 얻지 못하고 30년을 돌고 돌아 정토회로 왔다는 김태효 님.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는 말씀을 새기며, 부지런히 수행중인 김태효 님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태어남과 존재에 대한 의문

저는 불교 집안의 2남 2녀 막내로, 작은누나와 2란 성 쌍둥이로 태어났습니다. '왜 하필 이 세상에 쌍둥이로 태어났을까?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태어날 수 있었을까? 이렇게 태어나서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집안에 태어났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태어남과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절에 가면 자연스레 부처님께 절하며, 궁금해하던 삶의 답을 알려 달라고, 부탁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유학 온 저는 대학생 불교연합회에 들어가 부처님 법을 통해 제 존재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동아리 활동 시간에 ‘실천적 불교사상’ 책을 통해 연기법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 준비를 하며 세상 사는 문제에 부딪히자 이 질문은 점점 저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취업 후 결혼과 바쁜 사회생활에 파묻혀 화내고, 짜증 내고, 미워하는 범부 중생의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JTS 거리모금
▲ JTS 거리모금

화내고, 짜증 내고, 미워하고

이 무렵,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법적 분쟁이 생겨 개인적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사회를 원망하고, 인간에 대한 실망감으로 매일 술을 마시며 힘들게 생활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이해 못 하는 아내에게 화도 많이 내고, 갈등이 심해졌습니다. 다행히 법적 소송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제 마음속에는 화, 불신, 원망, 불안, 두려움 등 온갖 부정의 감정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감정이 가정에서 표출되어 아내와 아이와의 관계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가을불교대 졸업식(오른쪽 두번째)
▲ 가을불교대 졸업식(오른쪽 두번째)

그러던 2016년, 케이블TV BTN 불교방송에서 법륜스님의 인도성지순례를 보고, 존재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부처님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정토회에 전화하니, 불교대학을 졸업해야 성지순례를 갈 수 있다는 말에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가을, 회사 옆 건물에 ‘정토회’ 간판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인연이라고 하는 것인가? 생각하며 바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렇게 정토회와 인연 맺어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했지만 아직 인도성지순례는 못갔습니다. 언젠가는 꼭 가게 될 것입니다.

학생에서 담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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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경전반 학생으로 갓 졸업하니, 정토불교대학 저녁반 담당을 맡아 달라는 부탁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저 자신이 아직 수행이 덜 되었고, 매주 수업에 얽매여야 하며, 낯선 사람을 만나 챙기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담당을 해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봉사를 받았습니다.

즉문즉설 학생봉사 (왼쪽  첫번째)
▲ 즉문즉설 학생봉사 (왼쪽 첫번째)

1년 동안 불교대학 학생들과 법문을 꾸준히 들으며 오히려 제가 다시 학생이 된 기분으로 열심히 수행정진 했습니다. 천일결사 수행의 맛을 제대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가급적 많이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도록 안내하고, 북 세미나, 환경학교, JTS 거리모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도왔습니다. 그리하여 14명의 학생이 무사히 졸업하여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소임으로 배우는 보람

2019년 12월, 무주 태권도원에서 개최된 9차 천일결사 회향식에 강원경기동부 새물정진 팀에서 축하공연을 하였습니다. 이때 저는 축하공연에 쓰일 음악을 만들고, 노래팀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습니다. BGM(배경음악)을 만들고, 팀원들의 목소리를 사전 녹음하는 일을 쉽게 생각했으나, 원하는 음향과 노래 품질이 나오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 등을 찾아보며, 음악 영상편집 기술을 새로이 익혔습니다. 다행히 많은 도반이 노래 연습과 녹음을 적극 참여해 준 덕분에, 무사히 잘 했습니다.

새물정진 노래 공연팀(앞줄 오른쪽 첫번째)
▲ 새물정진 노래 공연팀(앞줄 오른쪽 첫번째)

이런 경험은 봉사에 좋은 밑바탕입니다. 그 후에도 온라인 가을불교대학 졸업식 행사 때 졸업생들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봉사를 통해 편집하는 일도 배울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이기적인 내가 보시와 봉사의 생활을...

예전의 저는 개인적인 고민에 사로잡혀, 저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나는 착하고 성실하며 내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과 아집을 가졌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오롯이 내 모습, 내 꼬락서니를 보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왜 사는가?’ 보다는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태어나고 자라는 모든 것은 인연과보에 따라 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교대학 도반님과(오른쪽)
▲ 불교대학 도반님과(오른쪽)

지금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세상 이치를 계속 배우고, 수행 정진하면서 보시와 봉사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나 개인의 문제에서 벗어나 이웃과 사회로 넓게 봅니다. 또 있는 그대로 보니 삶이 편안해지고 웃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거의 싸우지 않습니다. 전에는 맞벌이하는 아내가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원망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이해되어 편안합니다. 설거지? 제가 하면 되고, 빨래? 제가 하면 되고, 집 청소? 그냥 제가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의 관계가 좋아지니 아들과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자녀교육에 제일 좋은 것은 부모가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입니다.

문경 거사 나들이 산행(오른쪽 첫번째)
▲ 문경 거사 나들이 산행(오른쪽 첫번째)

아침기도로 하루를 시작

새벽 5시 기상, 아침기도 하고 출근해 회사 일과 업무 후 자격증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정토회 화상회의 법회 참석을 합니다. 작년 말 회사 근무지 이동으로 집은 서울, 회사는 판교, 법당은 수원에 있어 불편했는데, 온라인으로 바뀌니 불교대학 수업과 회의가 매우 편해졌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바뀐 뒤 제가 제일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불교대 온라인 졸업식(첫줄 오른쪽 첫번째)
▲ 불교대 온라인 졸업식(첫줄 오른쪽 첫번째)

요즘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020년 온라인 가을경전반 진행입니다. 정토회에서 온전히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다만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감사히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보아요

내 인생의 보물 1호(실천적 불교사상)
▲ 내 인생의 보물 1호(실천적 불교사상)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훌륭한 가르침도 또한 많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직접 체험해 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그저 공허한 남의 말일 뿐입니다. 내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고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면 모든 게 자유롭습니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화낼 일이 없으니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를 앞둔 거리 모금 활동에서, 담당자인 주인공의 인상은, 착한 작은 오빠 같았습니다. 적절한 사투리의 억양은 친근감을 느끼기에 한몫을 합니다. 주저 없이 조용히 소임을 해냅니다. 낮은 자세로 자리 지키는 주인공과의 인터뷰를 기대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면으로 질문과 답변을 받았습니다. 성실하고 꿋꿋한 수행자임을 알 수 있어, 전율을 느꼈습니다. 저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고맙습니다.

글-이서후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수원법당)
편집_조미경(김해정토회/김해법당)

전체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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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주

거사님 못하시는게 없이 참 잘하시는 모습 감동받았습니다
정토회 희망이십니다

2020-10-20 02:38:42

이의수

멋집니다

2020-10-16 14:30:24

견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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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11: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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