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부천법당
말씀에 취하고, 도반에 물들다!

가을 햇볕이 느껴지는 9월 어느 날, 항상 도반들에게 ‘행복하시고 평온하세요’라고 말하는 부천법당 지은영 님을 만났습니다. “행복하세요”라고 말하는 주인공도 정토회를 만나기 전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괴로운 나날을 행복한 나날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 홍보활동 중인 지은영 님
▲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 홍보활동 중인 지은영 님

368일 주?님과 함께

매일 술 마시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술로 푸는 남편이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아이들을 나무라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이혼까지 생각했지만, 어린아이들을 보며 참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서 인생에 돌파구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그 당시 인문학이 유행이어서 부천시에서 하는 인문학 강의는 다 듣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를 지나가는데 부천시청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한다는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저분은 누구시길래 여기서 강연을 하실까 궁금해서 혼자 강연장을 찾아갔습니다. 청중들의 질문에 스님이 명쾌하게 대답을 해주는 것을 듣고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마침 제가 앞자리에 앉은 덕에 스님과 악수도 하였고, 틈틈이 유튜브에서 즉문즉설 영상을 찾아서 보았습니다.

왜, 내 문제지?

즉문즉설 영상에는 저희 남편처럼 술 마시는 남편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습니다. 상대가 아닌 내 문제라니..!! 어째서? 라는 의구심이 생겼고 그날부터 즉문즉설을 종일 틀어놓고 들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유쾌하고 명쾌한 스님 말씀에 웃음이 났고, 그렇지 하며 듣다 보면 그렇구나 싶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중에는 그래 내가 잘 못 생각했구나 싶었습니다.

남편을 바꿀 것이 아니라, 내 문제이니 내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혼자 108배를 했습니다. 그냥 그래야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즉문즉설을 보며 108배를 하던 어느 날 제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하는 가을정토불교대학 모집영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송년법회 때 도반들과(맨 오른쪽 지은영 님)
▲ 송년법회 때 도반들과(맨 오른쪽 지은영 님)

남편이 보이다

처음 불교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무교인 저에게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등 종교의식이 불편했고, 종교가 불교도 아닌데 왜 따라 해야 하지?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들 하니 일단은 그냥 따라했습니다. 종교의식은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스님 법문은 정말 너무 좋아서 빠지지 않고 다녔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세상에 품었던 의문점이 법문을 들으며 모두 풀리는 듯했고, 모든 문제가 명확해져 보였습니다. 또 왜 그런 결과가 생겼는지도 어렴풋이 이해되었습니다. 그러자 술 마시는 남편이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살이가 제 맘대로 풀리지 않아 술로 푸는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니 술이라도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었겠다고 이해가 되니 스님 말씀대로 남편에게 술은 그대로 보약이었습니다. 술에 고마웠고, 술을 마셔서라도 살려고 하는 남편에게 고마웠습니다. 사실 술 마시는 부분만 제외하면 남편은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솔선수범해서 도움 주는 정말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생각의 전환

그래서 저의 고집을 내려놓고, 남편에게 ‘네’라고 하니 제 마음이 편했고, 남편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꾸준히 수행하면서 남편이 저를 이해해주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남편은 애교도 없고 내 멋대로 하는 고집 센 저에게 오히려 과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남편을 부족하다며 제가 괴롭혔구나 싶었습니다.

무작정 하던 108배는 이제 진심으로 남편에게 참회의 절이 되고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감사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새벽마다 벌떡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남편에게 감사했고,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을 텐데 힘들다는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남편에게 감사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모든 것은 내가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사법당 불사 300배 정진 중에(왼쪽에서 세 번째 지은영 님)
▲ 소사법당 불사 300배 정진 중에(왼쪽에서 세 번째 지은영 님)

입재와 수행은 꾸준히

불교대학을 다니며 결심한 것은 집안 경제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시작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때 저의 나누기를 들은 도반 한 분이 제게 일을 추천해주었고 저는 바로 그 일을 시작했습니다. 경제생활을 시작하면서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법당으로 이동수업을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저녁반으로 이동수업을 하며 그렇게 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도반들이 경전반 입학할 때 저는 경제활동과 집안일, 정토회 활동까지 하기에는 시간과 체력 모두 무리라고 생각해서 경전반 입학을 미루고 경제활동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새벽기도는 꾸준히 하며 천일결사 입재는 지속했습니다. 소통방에서 정토회 소식을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참여를 못 할 때는 미안한 맘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참여 못 할 바에 입재를 안 해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밴드에 올라오는 도반들의 나누기는 어쩌면 그만두었을 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함께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흐려질 때 다시 바로서다

하지만 도반과 정토회 활동하는 것이 아닌 밖에서 경제활동에만 집중하니 수행적 관점이 흐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정토회 일은 희미해지고 관심 사항에서 멀어져갔습니다. 뭔가 불투명해지고 사회생활, 가정생활 여기저기서 불만과 짜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불교대학 다닐 때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뭔가 경건하고 맑고 깨끗한 느낌. 그 느낌을 다시 찾고 싶었습니다. 시간과 체력은 조금 부족했지만 다시 공부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동지법회 중에 도반들과(왼쪽에서 두 번째 지은영 님)
▲ 동지법회 중에 도반들과(왼쪽에서 두 번째 지은영 님)

그래서 경전반에 입학했고, 그때 담당이던 총무님이 바빠서 중간에 담당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으나 경전반 담당 소임은 이후 여러 가지 소임을 맡아가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졸업 후 불교대학 부담당, 천일결사 담당, 모둠장 등 여러 소임을 맡게 되며 정토회 활동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임을 맡을 때 항상 체력적인 문제와 가정일에 소홀해질 거 같아 선뜻 하기를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하면 또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108배, 300배 수행정진을 하면서 몸도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수행적 관점이 흐려질 때마다 그것을 바로잡아 주고 이해해주는 도반이 있어서 지금까지 정토회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도반이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전법, 그 간절함

부처님 법을 만나서 남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니 가정이 평온해졌습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좋아지고 저와 의견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을 만나도 이해하는 폭이 커졌습니다. 제가 이렇게 행복해진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불교대학 홍보를 할 때면 도반들과 함께 불교대학 전단을 붙이고 엽서를 나눠주며 기쁜 마음으로 홍보했습니다.

한번은 얼굴이 어두운 표정을 한 남성이 가게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그분이 괴로운 일이 있어 보였고, 괴로움이 있다면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가게에 따라 들어가 그 남성에게 전단을 건네며 ‘삶이 행복해지는 정토불교대학입니다. 한번 살펴보세요. 시간이 안 되시면 법륜스님 즉문즉설이 유튜브에 많이 있으니 시간 나실 때 들어보세요‘하고 나왔습니다. 옆에 있던 도반은 그런 제게 조금 놀랬다 했지만, 부처님 법은 괴로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이니 고뇌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법 만나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쁜 딸과 JTS거리모금 활동 중인 지은영 님(오른쪽 끝)
▲ 이쁜 딸과 JTS거리모금 활동 중인 지은영 님(오른쪽 끝)

고맙다, 남편 도반

정토회 활동을 종교 활동이라 생각하는 남편은 제가 그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불교대학 홍보나 JTS모금활동할 때 시간이 되면 활동 장소까지 종종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럴 때 남편에게 “나 봉사할 때 데려다주고, 아이들 돌보는 것도 정토회 일을 하는 거다. 고맙다”고 말했더니 제가 정토회 활동하는 것에 대해 지지를 해줬습니다. 정토회 활동으로 집안일에 소홀한 게 사실인데도 남편은 제게 뭐라 하기보다 봉사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법당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남편은 천일결사 입재식 날 법당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남편이 법당까지 왔다가 그냥 가는 게 아쉬워 입재식 참관 한번 해보자며 살짝 권했습니다. 입재하는 것도 아니니 가볍게 뒤에 앉아 듣기만 해도 된다고 하니 부담이 없었는지 잠시 생각하던 남편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때 남편은 입재식에서 들었던 수행담이 참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가을정토불교대학을 권했더니 입학을 했습니다. 그렇게 남편 도반이 되었습니다.

물들어가는 존재!

요즘은 행복한 회의 진행자 소임을 맞고 있는데 너무 좋습니다. 행복한 회의는 도반들의 불편한 마음을 내어놓게 하고, 그것을 함께 풀어가는 기쁨이 있어 좋습니다. 행복한 회의를 하며 도반들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다른 도반은 저렇게 극복했구나‘ 이해하고,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진 모습이 보여 좋습니다. 물론 해결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미진하여 명쾌하지 않은 마음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 같이 나누고 의논하며 풀어 가면 될 일이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함께 나누고 같은 곳을 향해가는 도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 말씀 중에 ‘사람은 물드는 존재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범부중생은 주변에 쉽게 물들지만, 성인들은 물들지 않고 물들이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물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고, 범부중생인 저도 주변 사람에게 쉽게 물드는 존재임을 인정하니 편안했습니다. 그럼 다른 곳에 가서 물들기보다 불법에 물들고, 행복한 도반에 물들고 그렇게 밝은 빛으로 물들어 가니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으로 물들어가는 범부중생인 저는 참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통일정진 중에 도반들과 멋진 포즈(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은영 님)
▲ 통일정진 중에 도반들과 멋진 포즈(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은영 님)


전법하기가 평소에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인공 인터뷰를 하면서 전법으로 남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해주신 지은영 님께 감사드립니다.

글_ 신현정 희망리포터(부천정토회 부천법당)
편집_ 이종명(전주정토회 전주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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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부천법당은 청주법당 다음으로 친근한 친정집 같은 곳입니다. 도반님들과 같이 법회하고 나누기하고 수행하면서 그 힘든 쌍둥이 육아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도반님들 얼굴 보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내어주신 은영보살님, 감사합니다. 부천법당 도반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09-29 20:56:55

김윤지

지은영보살님 사랑합니다~~~♡

2020-09-29 19:08:51

월광

지은영법우님 그리고 부천법당 도반님들 삼보의 은혜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에 참 고맙습니다. 님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신현정 희망리포트님도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 분 이라도 더 부처님의 바른 법을 만 나 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20-09-27 0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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