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도법당
주(酒)님을 끊다

'사회생활 때문에 시작한 음주는 제 삶을 지배했습니다. 한 달 중 20일은 술자리가 있었고, 저는 술의 힘을 빌려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일까요? 후배와 막걸리 한잔하는 자리에서 소개받은 정토불교대학. 불교대학 입학 후 저는 주(酒)님이 아닌 부처님 법에 의지하는 삶을 살겠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불법을 만나 삶에서 하나하나 새로운 변화를 맛보고 있는 송도법당 정상용 님의 이야기입니다.

9-10차 입재식에서
▲ 9-10차 입재식에서

막걸리가 이어준 인연

등산을 좋아하는 저는 산에 가면 지나게 되는 절을 구경하며 불전함에 보시하고 절하는 수준으로, 불교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님을 일찍이 여의고 홀로된 어머니는 힘겨운 삶 속에서 모든 것을 부처님께 의지하여 때마다 불공드리러 절에 다녔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부처님을 숭배하는 신앙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날 후배와 막걸리 한잔하며 법륜스님의 정토 불교대학을 소개받아 입학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제 삶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나를 내어놓다

불교대학에 들어와 첫 시간에 나누기할 때의 서먹한 분위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평상시 어디에서도 내 마음을 내어놓고 이야기를 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라 하면 눈앞이 깜깜해지고 목소리가 떨리고 어눌해졌습니다. 술에 취해 일방적인 주장만 끝없이 해온 경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나 돌아가며 얘기를 해야 하며, 그 말에 평가나 비판하지 않으며, 그냥 그 사람 말을 들어주고 받아들이라는 마음 나누기의 규칙이 저를 가볍게 하고 감동까지 주었습니다.

수업마다 마음 나누기를 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고, 도반들의 말을 듣고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몰랐던 것을 배우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입학해서 처음 배운 것이 나를 내어놓는 연습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그동안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불교대학 남산순례 (앞줄 왼쪽)
▲ 불교대학 남산순례 (앞줄 왼쪽)

배척하던 동료가 커피를 건네는 동료로

화를 안 내고 다스리는 방법이 바로 ‘알아차림’이라는 스님의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살면서 욱하고 화가 나게 되고 그로 인해 실수하거나 큰일로 번지게 되는 일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늘 후회를 하게 되어 ‘어떻게 하면 화 안 내고 살까?’가 고민 중의 고민이었습니다. 그 방법이 화가 올라오는 것을 미리 알아 ‘아,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훈련으로 그 화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눈이 번쩍 뜨이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깨닫고 훈련하며 좋아진 점은 회사에서 싫어하던 동료와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말싸움도 자주하고 항상 배척하며 지내온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좀 변해서 화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얼굴을 마주치기도 싫었지만 동료가 다가오면 먼저 ‘내가 화가 나겠구나.’ 하고 마음을 다스려 봅니다. 그리고 화가 나는지 살피게 됩니다. 살피다가 화가 올라오면 잠시 자리를 피합니다.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따로 불러 웃으며 대화하여 해결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그가 착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 제가 그의 고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무조건 반대하고 부적합한 사람으로 치부하여 일절 다가서지 않았습니다. 화를 다스리고 대화하다 보니 그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고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가 커피도 타 줍니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저에게는 큰 변화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화가 올라옴을 느끼고 그것을 알아차려 그 순간 마음을 다스리려는 수행은 참으로 놀라운 배움입니다.

경전반 온라인 수업
▲ 경전반 온라인 수업

조금 부족해도 꾸준히

정토회에 다니며 제 생활에 배움이 되는 또 하나는 경전반 담당 소임을 맡게 된 것입니다. 부총무나 선배 도반들이 도와줄 테니 한번 해보라 하여 자신은 없지만, 소임을 맡았습니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라 조금 부족해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좋은 모습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마음에 부담이 생겨 오히려 공부에 지장이 된다.' 경전반 담당자 교육을 받으러 가서 들은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깁니다.

자칫 거들먹거리거나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지 주의하면서 도반들이 편하고 즐겁게 수업에 임하도록 안내합니다. 고마운 것은 도반들이 온라인 수업이라 컴퓨터 조작에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도우며 공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배 도반들이 기꺼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어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내와 같은 날 새로이 태어나다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며 아쉬웠던 것은 ‘이렇게 좋은 법을 왜 지금껏 모르고 지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 법률, 철학, 과학을 통찰하여 인류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 귀한 법을 여태까지는 불교라는 종교 테두리 안에서 믿음과 신앙으로만 접해 왔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도 평생을 함께 살아갈 아내에게는 이 법을 함께 배우자고 꼭 하고 싶었습니다. 아내에게 권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싫다 하면 그 부작용이 더 부담되었기 때문입니다. 입학을 며칠 안 남기고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편집자 재현)
▲ 아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편집자 재현)

이렇게 하여 아내가 가을 불교대학에 흔쾌히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봄 코로나 19로 오계 수계식이 늦어지는 바람에 7월 12일에 아내와 같이 수계를 받았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따로 태어나 결혼으로 만나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살아온 우리 두 사람은 이제 부처님 가족으로 같은 날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법명은 '무동'과 '무량화'입니다. 불교의 생일이 같은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 있나요? 이날은 우리 부부의 영원한 기념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부부는 <깨달음의 장1>에도 다녀왔습니다. 제가 먼저 다녀온 후 아내가 다녀왔는데 그 후로는 코로나 19 때문에 <깨달음의 장>이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하루라도 일찍 수련을 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아직 수련을 가지 못한 도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나를 뉘우치는 시간, 새벽기도

정토회에 들어와서 변화된 저의 삶은 첫째로 천일결사2에 입재하여 새벽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혼자 절하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아이들도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고, 사이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예비결사 수행 연습으로 처음 50번 절을 해보니 힘이 들었습니다. 딸아이 고3 때 강화 보문사에서 108배 기도를 해본 것이 다였습니다. 그때도 아내만 108배를 마치고 저는 옆에서 대충 흉내만 내다가 내려왔습니다. 이런 경험밖에 없었던 제가 9-9차 천일 결사를 시작으로 10-2차 현재까지 새벽 기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하였지만, 계속하니 바로 적응되어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평화통일정진 기도에 참여하여 임진각 망배단에서 1,500배도 했습니다. 절을 하는 것이 나를 내려놓고 뉘우치며 참회하는 것이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기도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매일 아침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전에 술에 찌들었던 출근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아침 시간이 길고 여유롭습니다.

영양꾸러미 사업 봉사 중인 주인공
▲ 영양꾸러미 사업 봉사 중인 주인공

술의 힘을 빌려 세상을 살던 나

두 번째로 변화된 것은 술을 끊은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시게 된 술은 오랫동안 저의 삶에 많은 오점을 남겼습니다. 술은 친구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좋은 것이기는 하나 취하면 제어할 수 없어 실수하게 됩니다. 또한 몸도 망가졌습니다. 한 달에 20일 이상 술자리가 있으니 매일 음주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날도 친구들과 2차, 3차 하고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서는 순간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친 것입니다. 앞이 2개가 부러졌습니다. 오계 중 하나인 취하도록 술 먹지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며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 음주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새벽에 응급실로 함께 온 아내와 119에 전화하던 아이들 얼굴, 당황하고 겁먹은 그들 모습에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천일결사 108배 절을 하며 평생을 술로 인해 비슷하게 반복되는 실수에 대해 참회하고, 술의 힘을 빌려 세상을 살려 하지 말고 부처님 법을 의지하여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술자리에서도 자유롭게 즐깁니다. 물잔에 술을 부어 그동안 물처럼 마셨으니 이제는 물을 술처럼 마시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술 취한 모습이 없어져 일상이 바빠졌습니다. 하고픈 일도 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공부가 재미있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공덕임을 이제야 압니다. 스님께 감사하고 부처님 법 만난 것에 감사하며 끝까지 배워 발심행자3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회봉사와 자연 보호 활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중 (맨 왼쪽)
▲ 불교대학 홍보 중 (맨 왼쪽)


강한 카리스마의 외모와는 달리 별로 내어놓을 것이 없다며 수줍게 인터뷰를 마다했던 정상용 님. 하지만 정토회에서 배운 불법이 너무 좋아 아내에게 전법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많이 의지했던 술을 끊는 등 꺼내 놓은 진솔한 이야기는 결코 쉽지 않은 행적이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한 후 영양꾸러미4 봉사에, 경전반 담당 소임까지 맡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덩달아 봉사에 대한 마음이 내어지고 본받고 싶어졌습니다. 함께 가는 도반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글_정상용 (인천정토회 송도법당)
정리_황정의 희망리포터 (인천정토회 송도법당)
편집_강현아 (수성정토회 수성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3. 발심행자 정토회 정회원은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구분됨. 수행, 봉사, 보시 활동을 기준으로 하며,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해야 함. 발심행자 3년 후 서원행자 자격이 갖추어짐. 

  4. 영양꾸러미 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가 2016년부터 청소년 모부가정, 조부모 가정, 한부모 가정, 저소득 결식아동 등 취약계층을 찾아 여름, 겨울방학마다 결식아동을 위한 식료품을 지원하는 사업.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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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화

아내 분에게 쓰신 글이 감동이네요~
부부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
감사히 잘 봤습니다~

2020-10-03 07:28:14

전은희

감동입니다~

2020-09-14 14:15:11

공덕행

정말 너무 감동적인 내용 잘들었습니다.
부처님 법 안에서 부부가 다시 태어났다니 참대단하신것같아요.
글을 보고 다시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2020-09-09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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