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산법당
용기 없던 내가 깃발 들고 앞장서다

무엇을 해도 나서기를 주저하던 한 도반이 있습니다. 법당 출석한지 어언 7년, 지금은 확 달라졌습니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듯 양산법당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유영길 님입니다. 양산법당의 유 대장이라고 불리는 유영길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깃발 아래로 모여라! - 천일결사 회향식을 마치고 (깃발든 유영길 님)
▲ 깃발 아래로 모여라! - 천일결사 회향식을 마치고 (깃발든 유영길 님)

그냥 오시면 됩니다

어릴 적 저는 용기도 자신감도 없는 소심한 남자였습니다. 가장이면서 가족을 책임지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부모님은 늘 우리들 앞에서 다투었고, 그로 인해 동생과 저는 불안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으신 어머니가 제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파일을 다운받아 차에서 자주 듣다보니 차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3년 친한 친구가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해서 가까운 법당을 찾았습니다. 마침 당시 양산에도 있어 전화를 했습니다. ‘남학생들도 많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냥 오시면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남학생이 없으면 입학을 안 하려고 했는데, 입학해 보니 남자는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저와 같이 불교 공부를 하며 수행정진하는 남자도반이 많습니다.

김해 행복강연 호법 소임 중, 유영길 님
▲ 김해 행복강연 호법 소임 중, 유영길 님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착실히 다니면서 차츰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모르고 살았던 제게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해 주고, 호기심과 감동을 함께 주었습니다. 남학생이 없는 법당에서 저는 힘든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힘을 써야 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양산에 법당이 생기기전에는 김남순 님(향웅법사님) 자택에서 가정법회가 열렸습니다. 불교대학 수업도 진행 되었습니다. 지금 되돌아 보면 수행법회가 열리는 수요일이면 거실이 도반들로 가득 찼었습니다. 그때도 이미 불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도반들이 많았던 겁니다.

처음이라 힘은 들었지만 불교의 참된 진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매번 나누기는 용기 없는 제게 큰 괴로움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무도 없는 늦은 밤 공원에 혼자 앉아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지’ 하면서 자신을 다듬고 용기를 내어 부지런히 정진을 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게로 결석을 하는 날도 있었지만, 수행정진을 이어온 지 어언 7년째, 지금 소임은 지원팀장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소임을 다하려 노력합니다. 지금의 저는 지난날 소심하고 나약한 한 남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 든든한 도반들의 대장으로 ‘깃발을 높이 든 사람’으로 앞으로 전진만 할 뿐입니다.

입재식을 마치고 도반들과, 깃발 든 유영길 님
▲ 입재식을 마치고 도반들과, 깃발 든 유영길 님

모두의 일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고향인 양산에서 결혼하고 정착했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을 올라갈 즈음 양산에도 법당이 생겼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법당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가까운 동래와 김해 도반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일이고 목표였습니다.

어렵게 구한 지금의 법당자리는 예전에 PC방을 하던 곳이라 오래된 먼지와 찌든 때가 더덕더덕 붙어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반짝 반짝 윤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불평 없이 하는 것은 내 마음이 바라는 바 없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의 힘이 모여 지금의 양산법당, 아늑한 우리 집이 생겨 감동 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기쁨의 눈물이 납니다.

저는 도반들과 이전불사기도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그때가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죽음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법당에서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통일특전 나비장터에서
▲ 통일특전 나비장터에서

한순간 마음을 돌이키면 안 될게 없다.

그즈음 어머니와 저, 아내는 삼각관계처럼 엮여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머니는 자식들에게서 안식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와 다르게 다복한 가정에서 살다 온 아내는 그런 시어머니가 불편하고, 나만 믿고 시집 온 아내를 편들자니 어머님께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삼각관계의 실마리는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용기 없고 자신감 없던 제가, 불교대학, <깨달음의 장>, <명상수련>을 하면서 오래 된 숙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낙숫물이 서서히 바위를 뚫듯이 하루 이틀 계속된 기도와 수행정진은 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바뀌어야 세상도 바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간 입장인 제가 한순간 마음을 돌이켜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는 순간 모든 게 천천히 풀렸습니다. 이치를 알고 보면 아무런 괴로울 것도 없고, 모두가 스스로 만든 것임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임을 알았습니다. 법문을 통해 마음의 양식도 쌓고 도반들과 수행정진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꿈이었던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대면하는 직업이지만, 힘들지 않게 잘 하고 있는 것은 불교공부를 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세상만사가 안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네’하고 하면 된다는 그 평범하고도 쉬운 진리를 알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동래법당 도반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서로를 잘 알기에 배려하고 도와주는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한 얼굴이 닮지 않았나요?
▲ 환한 얼굴이 닮지 않았나요?

졸업은 언제 합니까?

법륜스님의 ‘반야심경’과 ‘부처님 이야기’가 저를 감동시킵니다. 삶이란 고되고 힘든 여정이지만 한순간 깨우치면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습니다. 직장근무를 마치면 어느 새 발걸음은 법당을 향합니다. 처음 불교대학을 다닐 때는 1~2년이면 졸업할거라고 했는데 3년이 지나도 수행법회 간다고 하니 고3,중1인 두 딸이 처음에는 못마땅해 했습니다.

"아빠 졸업은 언제 합니까?"
"내게 졸업이란 없다!"

친구들 모임은 다른 이유를 대고 안가면서 법회며 법당 일에는 무조건 달려갑니다. 지금은 아내와 딸들이 더 응원을 해 줍니다. 아내도 전보다 확연히 달라진 제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도반들과 수행정진 하면서 아내의 아픔이 이해되고 잘 챙겨주지 못한 딸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갖습니다. 어머니와도 잘 지내구요. 불법의 이치를 알면 고단함은 어느새 평온함으로 이어 집니다.

예쁜 두 딸과 함께
▲ 예쁜 두 딸과 함께

불법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어느 때는 채찍이 되는 제게는 삶의 방향지시등 입니다. 아마도 제 삶의 80%는 불법에 의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는 아직도 고집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말입니다. 예전 친구들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학교생활이 힘들었던 딸과도 이제는 친한 친구처럼 지냅니다. 얘기를 들어주고 인정해 주고 '아!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하며, 딸은 친구처럼 아버지와 대화하기를 좋아 합니다.

아내도 요즘은 법당 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고 믿어줍니다. 반야심경 설화얘기를 딸들에게 해주면 좋아 합니다. '쓰레기를 안고 가지 말라'고 하면 던져 버립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는 아무런 욕심을 내지 말라'고 하면 그러겠다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변해가는 저를 보며 이제 가족들도 행복해 합니다.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도반들과도 이해관계로 만나지 않고 배움으로 만나 같이 가니 좋습니다. 서로가 힘이 들 때 도와주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해 주는 그런 관계입니다. 저는 아무런 바라는 것 없이 맡은 소임을 충실히 하는 도반들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안가면 내가 맡은 소임은 누가 하노? 내가 해야지. 피곤하다고? 누구는 안 피곤한가?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 오늘도 저녁 해를 벗 삼아 종종 걸음으로 법당 문을 엽니다.

법당에서의 수행정진은 저에게 끝없는 가르침을 줍니다. 나를 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고 현명한 삶을 살게 하는 길입니다. 저는 높은 곳에 현수막 걸기를 좋아 합니다. 잘 보이는 곳에 붙은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현수막을 더 많은 분들이 보고 이 좋은 법문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을 거쳐 수행정진에 이른 7년의 세월은 제게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오세요. (왼쪽 박덕자, 오른쪽 최교선, 가운데 유영길 님 )
▲ 정토불교대학에 오세요. (왼쪽 박덕자, 오른쪽 최교선, 가운데 유영길 님 )

저는 요즘 '나 하나만이라도 환경을 지켜나가자'고 다짐합니다. 분리수거 잘하기, 잔반 남기지 않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재활용하기 등등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인류가 살아갈 길은 오로지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것입니다,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오로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연기법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해야 살아가야 함을 알게 해 줍니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고,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나로 인해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으므로 너도 있습니다. 저는 평생 불교 공부를 하는 수행자이면서 어느 누구라도 이 좋은 불교 교리를 배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늘 깨어있어 올바른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불교의 근본가르침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유영길 님 입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연습하고 연습해서 모든 중생들이 바라는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겠습니다. 지금 장마와 태풍,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힘든 많은 사람들, 잘 이겨내고 극복해서 예전의 행복했던 삶으로 돌아가길 기도합니다.

2020 하반기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 2020 하반기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글_이순남 희망리포터(김해정토회 양산법당)
편집_장순복(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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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조 백창열

수행담 잘읽었습니다.
내가 바뀌니 꼬여있던 주위상황이 풀렸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이렇게 든든한 도반과 함께하여 좋았고
일마치고 법당으로 가는 모습에서 저의 모습도 떠올라 공감되어 좋습니다.
감동을 받아갑니다^^~♡

2020-08-26 07:16:52

덕승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0-08-24 22:32:21

이의수

멋진수행담 감동이었습니다.^^

2020-08-24 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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