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법당
착한 여자의 변신은 무죄

스님이 말하는 '착한 여자 무섭다'의 그 착한 여자가 저였다니…' 얼마나 착하고 옳으면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인데 말하기도 싫어했던 걸까!' 동료를 미워하는 에너지가 저를 괴롭히고 제 살을 갉아먹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래 미워할 사람, 화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했고 가벼웠습니다.
불안하고 외롭던 삶에서 정토회를 만나 지속가능한 행복을 발견한 정토행자 소지선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마음이 닫혀 있던 날들

2016년즈음 저는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며 일에 대한 흥미가 없었고 뭘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일이 갈수록 힘겹기만 해서 편하게 일하고자 옛 동료의 제안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고 2년 정도가 지났을 때, 사업상 경제적 위기가 왔고, 동업을 시작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동료 한 명과는 일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서로 얘기를 하면 기분이 계속 나빠져서 싸운 것도 아닌데, 마주치기 싫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서로 대화가 줄어들었고 나중에는 한 사무실에서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청년동북아 역사기행에서 소지선 님
▲ 청년동북아 역사기행에서 소지선 님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제 마음대로 그만두기도 어려웠습니다. 잘하는 모습만 보이고 싶은 자존심으로 가까운 가족들, 친구들에게도 이런 상황에 대해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습니다. 일하면서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오갔고, 제가 한 일에 누가 뭐라고 하거나 사소한 요구사항에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났습니다. 동업을 같이했던 두 사람이 저 모르게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했고 저를 무시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의 그 고립감, 그것이 외로움인 줄도 몰랐습니다.

정토회를 알기 전, 약 한 달 동안은 회사에서 집에 가는 길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집에 들어갈 때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으며 들어갔습니다. 가족들과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저에 대한 기대가 높아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겁고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잠들기 전에는 혼자 수만 가지 생각에 괴로워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JTS 거리모금하면서 소지선 님
▲ JTS 거리모금하면서 소지선 님

무작정 따라한 즉문즉설

문득 이러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고 싶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이것저것 온갖 방법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 말씀은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불교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면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른 관점으로 보이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며 그 속에 제가 찾던 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매일 들었습니다. 회사를 오가며 잠자기 전까지 1편부터 700편이 넘는 영상을 순서대로 들었습니다.《인생수업》,《행복한 출근길》 등 스님의 책도 찾아 여러 번 읽고 따라 해 보았습니다. 그대로 하면 제 삶이 정말 행복해질 것 같았습니다. 즉문즉설에서 질문자들에게 ‘나를 내려놓으려면 절을 하라’는 스님의 말씀을 자주 듣게 되어 무작정 절도 시작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이나 고민이 있는 질문자들의 기도문을 빌려 그냥 엎드려 절했습니다.

강연회 홍보중 소지선 님
▲ 강연회 홍보중 소지선 님

미워할 사람도 화날 이유도 없음을

즉문즉설에서 질문자에게 〈깨달음의 장〉을 추천하시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당장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청하려 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두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그럼, 여기라도 가자’는 생각에 2016년 가을학기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법문과 나누기를 통해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이치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차츰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은 편안해졌지만 일상에서 감정은 늘 오락가락 소용돌이 속에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울컥 눈물이 나고 서러웠습니다.

JTS 거리 모금 중 (왼쪽 두번 째 소지선 님)
▲ JTS 거리 모금 중 (왼쪽 두번 째 소지선 님)

2016년 11월 드디어 〈깨달음의 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았습니다. 제가 안다고 착각했던 나는 환상 속의 나였습니다. 제가 얼마나 옳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움켜쥐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말하는 '착한 여자 무섭다'의 그 착한 여자가 저였다니…' 얼마나 착하고 옳으면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인데 말하기도 싫어했던 걸까!' 그 동료를 제가 얼마나 미워했는지, 그 미워하는 에너지가 얼마나 저를 괴롭히고 제 살을 갉아먹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본래 미워할 사람, 화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했고 가벼웠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법당에서 (첫 줄 맨 오른쪽 소지선 님)
▲ 도반들과 함께 법당에서 (첫 줄 맨 오른쪽 소지선 님)

나를 알게 하는 봉사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후에는 무언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봉사하려니 물러서는 마음이 자꾸 들었습니다. 나서기 싫은 마음, 잘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 때문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마음의 습관은 회사 일을 할 때나 봉사할 때나 똑같이 일어났지만, 봉사할 때 더 잘 보였습니다. 처음에 소임을 받았을 때는 이 소임을 어떻게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불교대학 부담당, 경전반 담당, 불교대학 팀장 등을 하며 차츰 어떤 소임도 가볍게 받는 저를 보았습니다. ‘모르는 것도 배워가며 할 수 있구나, 모르면 물으면 되는구나, 내가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따금 올라오는 불편함 속에서도 ‘아, 이런 상황에서는 나는 이렇구나’ 하고 저를 알게 되니, 그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불교 대학 홍보중 (왼쪽 두번 째 소지선 님)
▲ 불교 대학 홍보중 (왼쪽 두번 째 소지선 님)

다만 알아차리는 연습

요즘은 수행하고 봉사하며 제가 얼마나 일에 집착하는 사람인지, 욕심 많고 조급한 사람인지도 보게 됩니다. 그런 저 자신을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신기하게도 별일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순간 제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넘어지기도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돌이켜 일어설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 9-1차에 입재하여 이백일 즈음 되었을 때,기도 도중에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되면서 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스스로 몰랐던 엄마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보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차례 지나가니 부모님을 바라보는 것도 편안해졌습니다.

기도한 지 3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돌아보면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볍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행하고 봉사하며 도반들과 서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베풀고 쓰이는 삶은 뿌듯함과 따뜻함이 있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제 삶의 주인이 되는 길임을 알기에 꾸준히 가고자 합니다. 다만 알아차리며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만나게 된 소지선 님. 젊은 나이에 진리를 보는 안목이 부럽습니다. 밝고 차분하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정진하는 모습에서 수행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2020 하반기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 2020 하반기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글_소지선 (서울정토회 관악법당)
정리_이경분 희망리포터 (서울정토회 관악법당)
편집_임도영 (광주정토회)

전체댓글 13

0/200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또한 알아차림을 꾸준히 연습하겠습니다_()_

2020-08-28 12:28:00

권찬중

진솔한 수행담 잘읽었습니다
알아차림의 정진 가슴에 담아봅니다

2020-08-28 07:55:27

자재왕

소지선님,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많은 걸 배워갑니다.

2020-08-27 16:15:06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관악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