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기흥법당
돌이키는 힘이 나를 세운다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용인정토회 기흥법당 이소윤 님을 만났습니다. 선배 도반으로 법당에서 몇 번 봤지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입니다. 수줍은 미소가 친근하고 정겨운 이소윤 님은 봄불교대 저녁반 꼭지입니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되어 지금까지 ‘수행만이 살길’이라는 명심문으로 꾸준히 수행하는 이소윤 님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봅니다.

나는 왜 괴로운 것일까?

정토회와 인연이 된 첫 단추는 SBS 힐링캠프입니다. 법륜스님이 여느 스님들과 다르다고 느꼈고, 스님 말씀이 매우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법륜스님을 검색하다 <깨달음의 장>을 알게 되어 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전 다녀왔습니다. 정토회에 오기 전까지는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운명을 바꾸고 싶어 용하다는 절에서 철야 기도도 하고, 이름도 바꿨습니다.

부모님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저를 낳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 손에서 컸습니다. 그때부터 할머니에게 어머니를 원망하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식을 돌보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부모님을 원망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서도 그 마음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기흥법당 모둠장 회의(왼쪽 첫 번째 이소윤 님)
▲ 기흥법당 모둠장 회의(왼쪽 첫 번째 이소윤 님)

3년을 수행하면 내 운명이 바뀐다고?

한평생을 무교로 살았고 불교나 부처님에 대해 배우는 것에 별로 흥미가 없었습니다. 다만 3년을 수행하면 운명이 바뀐다는 스님의 말씀에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8-3차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그때부터 꾸준히 정진했습니다. ‘그래 3년, 3년이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으니 3년간은 아쉬움이나 미련의 여지를 두지 말고 시키는 대로 다 해보자.’ 고 마음 먹었습니다.

스님이 수행자라면 마땅히 매일 새벽 5시에 정진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법문을 듣고, 1년에 한 번 이상 문경수련원에서 수련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지켰습니다. 인도성지순례도 다녀오고, 정회원도 되고, 통일의병도 되며 그렇게 3년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3년이 되었는데도 생각만큼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그대로였고,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정토회 가르침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수행한다며 형식에만 얽매여 지난 3년간 욕심과 오기로 시간을 보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법문을 듣던 중 절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저절로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굶는 아이들을 위해 백수도 아르바이트해서 도와야 한다고 했을 때는 본인도 힘든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들으면 반발심이 들고 서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차츰 그 의미를 알게 된 것입니다.

기흥법당 부처님 오신날 행사 (맨 뒷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이소윤 님)
▲ 기흥법당 부처님 오신날 행사 (맨 뒷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이소윤 님)

수행을 통해 이치를 알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평생 부모님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명백했는데 어느 순간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고,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것에도 크게 반발심이 들지 않았습니다. 스님이 현실을 모르고 뜬구름 잡는 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어느 순간 그 깊은 의미가 새겨져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한 이후에도 부처님이 가신 해탈 열반의 길을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세상의 성공과 희망을 갈망하다 보니 늘 괴리감이 느껴지고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꾸준히 정진하는 힘은 있었습니다. 여전히 이리저리 흔들려도 '나를 바꾸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마음 깊이 있었고, 무엇보다 수행을 통해 미미하지만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모두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들이 수행을 통해 마땅히 바뀔 수 있고 유연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새벽기도 4주년 기념(왼쪽 첫 번째 이소윤 님)
▲ 새벽기도 4주년 기념(왼쪽 첫 번째 이소윤 님)

수행만이 살길

매년 여름 명상도 빠트리지 않고 합니다. 특히 이번 정일사 회향수련에서 어머니에 대해 더 깊이 참회해야 한다고 하기에, <나눔의 장>을 다시 한 번 가서 더 깊은 수련을 할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욕심으로 가득한 정진이었다면 지금은 욕심도, 잘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이 예전보다 한결 편안하게 수행 정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온라인 법회 등 스님께서 직접 법문을 해주셔서 정말 행복합니다. 특히 이번 봄불교대학 꼭지를 하면서 불교대학 학생일 때보다 더욱 불교에 흥미를 느낍니다. 새벽에 정진하고 낮에 흐트러졌다가도 저녁이면 스님 법문을 들으며 새롭게 관점을 잡으니 정말 좋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정진하라’는 말을 예전에는 싫어했으나 지금은 가장 의지합니다. 이래저래 흔들리더라도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정진할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먹은 지금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천배 열흘 만배
▲ 천배 열흘 만배


선배 도반이 스승임을 일깨워 주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만남이라 낯설고 힘들 거라 예상했지만,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편안했고, 수행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희망리포터라 행복합니다.

글_이현주 희망리포터(용인정토회 기흥법당)
편집_도경화(달서정토회 구미법당)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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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화

응원합니다.

2020-08-06 12:43:39

이의수

수행담 감사히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29 23:23:16

세명

도반님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도 보이네요.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2020-07-29 21: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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