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산법당
어, 변했네. 정말 변했네.

2019년 안산법당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해 곧 졸업을 앞둔 김수정 님은 조금 특별한 인연으로 불법을 만났다고 합니다. 먼저 불법을 만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요즘 마음 나누기의 맛을 누리고 있는 김수정 님. 오늘은 법당에서 도반이된 가족과 불법을 통해 변화된 김수정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가족여행 중 보길도 망끝전망대에서 (앞 김수정 님)
▲ 가족여행 중 보길도 망끝전망대에서 (앞 김수정 님)

평범한 어린 시절, 그러나 마음 한구석 드리운 외로움

저는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님, 저희를 챙겨주는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제 기억에 저는 친구들과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무난하게 했습니다. 사춘기도 원만히 보낸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엄마와 할머니는 고부 갈등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엄마는 할머니와 원만하게 지냈지만, 우리에게는 독불장군이였습니다. 작은 것에도 화를 많이 냈는데,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았습니다. 할머니는 오빠를 티 나게 많이 챙겼습니다. 게임만 하는 오빠를 보며 엄마가 화를 내면, 할머니는 더 오빠를 챙겼고, 저는 집에서 최대한 조용하게 지내려고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크게 기억이 없습니다. 그저 다른 친구들 부모보다는 사이가 좋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엄마는 일 때문에 많이 바빴습니다. 아빠도 일로 바빠서 외지에 있다 보니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와서 자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할머니는 오빠만 챙기니 저는 상처도 많이 받고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런 할머니를 원망하는 저에게 엄마는 ‘할머니께 너무 서운해 마라. 너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는 그렇게 하는 것이 바르다고 배운 사람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모든 상처를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2019년 안산법당 가을불교대학 입학식에서 (오른쪽 앞에서 두번째 줄, 첫 번째 아빠 김재돈 님, 두 번째 엄마 김경화 님, 세번째 김수정 님)
▲ 2019년 안산법당 가을불교대학 입학식에서 (오른쪽 앞에서 두번째 줄, 첫 번째 아빠 김재돈 님, 두 번째 엄마 김경화 님, 세번째 김수정 님)

법당에서 엄마, 아빠와 도반이 되다.

직장 일로 늘 바쁜 엄마가 어느 날부터, 더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는 정토회라는 곳을 다닌다고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엄마가 잘못된 곳에 빠졌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 엄마를 지켜보던 어느 날, 문득 ‘엄마가 화를 덜 낸다, 좀 변했다. 어, 변했네, 정말이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경전반 졸업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엄마는 확실히 변해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가 화를 낼 텐데 안 내는 겁니다.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지속해서 화를 안 내는 엄마를 보며 신기했습니다.

작년 봄에 아빠가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둘이서 정토회에 다니는 모습을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저에게도 입학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마가 몇 년간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부담이 돼서 망설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엄마가 ‘마음이 가는 데까지만 하면 돼.’라고 말해서 결국 작년 가을에 불교대학 입학을 결심했습니다. 입학식 날, 법당에서 만난 도반으로서의 엄마와 아빠는, 저를 챙겨주는 부모로서가 아닌,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저를 대해 주었습니다. 같은 도반이자 수행자로서 맞아 주었습니다.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그때의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마음입니다.

법당에서 월광법사님과 함께 도반이 된 가족 (왼쪽에서 두 번째 김수정 님)
▲ 법당에서 월광법사님과 함께 도반이 된 가족 (왼쪽에서 두 번째 김수정 님)

힘들었던 직장 생활, 관점을 바꾸니 이해가 된다.

개근을 목표로 다니면서, 불교대학에서 배운 바를 직장 생활에 적용해 보니, 동료들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2017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3년 차쯤 되니, 어느 정도는 업무가 익숙해지고, 긴장감도 떨어지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습니다. 상사들이 업무 지시를 내릴 때 불필요한 업무라는 생각, 돌아서 간다는 생각, 필요 이상의 업무라는 등의 생각들이 직장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과정 중 '관점 바꾸기' 수행 과제를 할 때,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 적용해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불필요한 업무지시로 느껴져 불편하기만 했던 마음은 팀장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로 받아들여지고, 돌아간다는 생각은 ‘팀장이라면 거기까지 궁금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상사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한순간에 이해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매일 기도하며 엄마, 아빠와 마음 나누기를 하다.

아침 기도 후 가족과 함께 마음 나누기
▲ 아침 기도 후 가족과 함께 마음 나누기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오고, 수행 맛보기에서 절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밀어내고, 매일 여섯 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깨어있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좋습니다. 10-1차에 천일결사2 예비입재자로 이미 입재자인 부모님과 함께 매일 기도를 합니다.

평일엔 서로 출근 시간이 맞지 않아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또 저는 저대로 각자 기도를 하지만, 주말에는 함께 기도합니다. 기도한 후 함께 마음 나누기도 하고, 가족 밴드에 올리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부모의 마음을 더 깊이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동안 무심하게 생각했던, 직장인으로, 부모로, 자식으로, 혹은 수행자로 살아가는 부모의 하루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깁니다. 더불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정토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바라보는 다른 이의 깊은 마음을 볼 수 있는 마음 나누기 시간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또한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제가 화가 참 많은 사람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내가 나를 정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마음이 어떤지 알아차린다는 것이 저를 편안하게 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알아차리는 연습을 계속하니, 후회하는 일이 적어지고, 점점 더 빨리 알아차리게 됩니다.

경주남산순례(왼쪽이 김수정 님)
▲ 경주남산순례(왼쪽이 김수정 님)

집이 법당이 되고, 가족이 도반

불교대학 중간 갈무리 때였습니다. 수업 때 ‘일단 발을 담그고 있어라. 발 담그고 있으면서 하라는 것 하고, 들으라는 것 듣고 그러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한 말이, 그 순간 무척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정말 끝까지 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도 개근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은 엄마의 권유를 핑계 삼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허영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수행에 대해 바르게 배우려면, 적어도 개근을 해야겠다'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족 다섯 명 중 세 명이 정토회에 다니고 있으니, 아무래도 수시로 정토회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합니다. 그럴 때면 오빠의 반응은 시큰둥하거나, 화제 전환을 노리며 다른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함께 웃거나, 궁금한 것을 질문하며 대화에 참여합니다. 저는 오빠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은 항상 했었지만, 그런 오빠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전법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말을 기억합니다. 마음을 다해 오빠를 위한 전법을 하고 싶습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기도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집이 법당이 되고, 온 가족이 도반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


평소 주변에 불법을 전하는 것이 더욱이 내게 가까운 가족에게 법을 전하는 것이 여의치 않음을 느끼곤 합니다. 김수정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러한 저의 생각은 편견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수행자로서의 삶이 아버지의 변화, 김수정 님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참된 저의 변화는 가족 및 제 주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김수정 님은 어떠한 변화를 통해 주변에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됩니다.


글_김용태 희망리포터(안양정토회 안산법당)
편집_장순복(남양주정토회 남양주법당)


  1. 깨달음의 장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2. 천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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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화

부모님과 함께 하는 따님 도반, 부럽습니다. 오빠도 도반 되실 것 같네요.

2020-08-06 12:52:16

김지현

완전감동~
너무 멋진 가족입니다.
엄청나게 부러워요~
부러우면 지는건데 완패인정~
마냥 이쁜 김수정 법우님 홧팅!!!

2020-07-30 12:43:20

관음성

부모님과 함께 도반이 되어 수행하는 모습.. 정말 부럽고 아름답습니다. 오빠도 곧 전법이 될거 같아요~~^^

2020-07-29 19: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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