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종법당
하루하루가 소중한 선물 같은 새날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고, 친구에게 내가 가장 친한 친구이고 싶은 마음. 어린시절부터 가졌던 순수한 욕심은 독이 되어,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했고 외로움은 그림자처럼 주인공을 따라다녔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세종법당에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법회 시작을 알려주는 법당 행사 사회자 편선향 님입니다. 정토회를 만나 마음뿌리에 있는 욕심을 찾아내고 관계에서 자유로움을 찾기까지, 그 여정을 들어봅니다.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이 만든 외로움

저는 1남 5녀의 다섯째 딸입니다. 사춘기 때 문득 ‘부모님은 날 얼마나 사랑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빠와 언니들 아래 다섯째라는 위치가 사랑받기에 모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사이에서도 언제나 제가 제일 친한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은 법당에 와서도 이어졌습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저를 찾아주기를 바랬습니다. 또한 법당 도반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상을 가지고 있어서 제 기대에 못 미치는 법당 생활은 저에게 외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강연회를 홍보하면서
▲ 강연회를 홍보하면서

지금은 그 외로움이 누가 준 것이 아니라 제가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법문과 도반과의 솔직한 나누기를 통해 제 성격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니 좋은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제 도반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도반들과의 관계도 자유로워지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결혼은 안식처가 아님을

저는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책을 무척 떨면서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저는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하면 떨지 않을 수 있을까?’ 엄청나게 고민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처럼 스님에게 여쭤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때는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도 없었고, 스스로 답을 찾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저를 위로하고 넘겼을 텐데, 저는 제2의 화살을 저에게 쏘았습니다. 자신감이 없어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망설여지고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미리 걱정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10여 년의 사회생활도 이런 마음의 습관 때문에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결혼에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하지만 결혼생활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안주하려는 저와 늘 뭔가 해야만 되는 남편은 서로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준비성이 철저하고 무슨 일이든 계획적으로 하는 남편은 곰처럼 생겼지만, 여우 같은 사람입니다. 남편은 언제나 제게 자립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습니다. 자라온 환경과 생각이 다른 저희는 종종 싸우게 되고 그것이 저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저는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오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암이라는 시련도 겪게 되었습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몸과 마음이 힘들어 지쳐있는 저를 지켜보던 친정어머니가 절에 다녀보라고 권유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부처님을 믿으면 상황이 좋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불교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불교대학에 가서 공부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불교대학을 검색하다 정토회를 알게 되어 2015년 세종으로 이사 와서 정토회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받으며 도반들과 서로의 고민도 나누고 조금씩 제 마음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수행 맛보기를 하고 저는 바로 천일결사에 입재를 했습니다. 어떤 결과를 바라거나 포기할 생각없이 그냥 기도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한 배 한 배 절을 하면서 노력은 하지 않으며 잘 되기만을 바란 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를 의식하고 제 모습이 어떻게 보여지는지 신경쓰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투병 중인 저를 위로해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했었습니다. 아무리 대화를 해도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았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법문을 듣고 저는 비로소 남편과 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원망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고 저의 마음도 평정심을 찾아갔습니다.

동학사에서 JTS 모금 활동 중 ( 왼쪽 네번 째 편선향 님)
▲ 동학사에서 JTS 모금 활동 중 ( 왼쪽 네번 째 편선향 님)

봉사에서 힘을 얻다

2017년 경전반을 졸업하고 바로 그해, 봄 불교대학 부담당을 시작으로 봉사 소임을 꾸준히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2018년 봄경전반 담당, 2019년 가을 불교대학 담당 그리고 회계 담당을 올 3월까지 2년 동안 연거푸 맡았습니다. 회계 업무를 할 때는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대전정토회 회계팀장에게 문의 전화를 했습니다. 한 번도 싫어하는 내색 없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질문이 많은 제게 자신도 모르면 이해될 때까지 질문한다며 가볍게 받아주어 지금까지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병으로 약해진 몸으로 무언가를 하는 게 힘들었지만, 도반들과 함께 마음 나누는 시간은 저에게 많은 위로와 웃음을 주어 좋았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법당에 가는 시간이 저는 제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담당 소임을 하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학생 도반들에게 제 마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해 속상했습니다.

봉사하는 관계 속에서 부족한 저를 볼 수 있었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 제게 도반들은 배려하는 말을 자주 해 주었고. 제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도반들의 관심과 격려가 제게는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20년 정초 법회 ( 왼쪽에서 세번 째 편선향 님)
▲ 2020년 정초 법회 ( 왼쪽에서 세번 째 편선향 님)

그냥 갑니다

올해 저는 봉축법요식 행사 총괄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처음으로 맡은 큰 행사 진행이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의 순서를 정하는 일부터 차례로 도반들과 상의하며 그냥 해 보자는 마음으로 하니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진행하며 실수도 있었지만,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면서 얻은 성취감은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실행하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도 그냥 그 처한 상황에 맞게 일을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임이 복임을 알고 그냥 하라고 하면 했던 것이 지금은 모두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받기보다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의지하기보다는 의지처가 되라는 말씀이 저에게는 명심문입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아픔뿐 이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난 후 저에게 새날은 하루하루가 소중한 선물입니다. 저는 오늘도 그냥 법당에 갑니다.


인터뷰 중 주인공은 자신은 단순한 사람 같은데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게 어렵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제가 평소 법당에서 만나는 주인공은 언제나 편안한 모습이어서 마음의 상처와 암이라는 시련을 극복해 낸 여정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리포터인 저와 동갑내기지만 정토회 선배라 많은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친구 같은 도반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친구야, 네가 어떤 모습의 사람이든 우리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응원한다!!!”

글_길현정 희망리포터(천안 정토회 세종법당)
편집_임도영(광주정토회)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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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화

사랑받기보다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의지하기보다는 의지처가 되라는 말씀이 저에게는 명심문!
응원합니다.

2020-08-06 13:19:39

박혜진

어려움을 잘 이겨내셨으니 앞으로도 모든 것을 잘 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응원합니다.

2020-07-25 01:40:53

김은경

사랑받기보다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의지하기보다는 의지처가 되라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0-07-19 13: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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