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하정토회
분별과 시비의 돌덩이, 깨지는 순간!

선배 도반들 추천으로 사하정토회 주례법당 1기 주간 불교대학생 여섯 명이 ‘정토행자의 하루’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과연 정토회 생활 일 년으로 어떤 마음의 움직임이 일어났는지 호기심 가득 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갑니다.

진심으로 대하니 내 마음이 평온

문진희 님

부모님의 불화로 저의 학창 시절은 지옥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기에 결혼하고나서도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항상 외로웠습니다. 그런 과거의 지옥 터널을 지나 정토회를 만난 지금은 살맛납니다. 수행하면서 모든 괴로움은 내가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를 알고나서 자연스레 불만과 짜증이 줄었고, 표정은 밝아졌습니다.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일하니 매출이 올랐습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매출은 줄었지만 편안하고 일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니 인간관계도 편해졌습니다. 저는 불교대학에서 화장실 청소 담당입니다. 깜박 잊고 청소를 하지 못한 날은 도반들이 대신해주니 몹시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봉사를 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 정토회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저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문진희(오른쪽) 님과 가족
▲ 문진희(오른쪽) 님과 가족

떨떠름한 수락이 뿌듯함으로

조미희 님

수행과 참회 기도는 처음이라 자꾸 게으름 피우는 저를 봅니다. 하다 말다 하고, 핑계와 변명이 많고, 기복으로 종교를 생각하는 이런 자신을 알아차리고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정토회 시스템이 생각과 달라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다녔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을 앞두고 되돌아보니 뿌듯합니다.

봉사를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을 땐 당황스럽고 하기 싫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은 못 하고, 법당에 사람도 없으니 하겠다며 떨떠름하게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소임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고,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라는 명심문처럼 되고 싶습니다.

왼쪽부터 조미희 님, 김민서 님, 김주현 님, 황수리 님, 김수아 님
▲ 왼쪽부터 조미희 님, 김민서 님, 김주현 님, 황수리 님, 김수아 님

내 안의 화를 살필 수 있게 된 시간

김주현 님

‘나는 어떻게 늙어갈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며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일 년 중 진정으로 참회한 일이 있습니다. 평범하게 살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갇힌 생활을 하며 외손자를 두 달 동안 돌보았습니다. 그때 ‘화’가 폭발했습니다. 내가 몰랐던 화가 표출되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보며 너무 힘들었습니다. 화는 또 다른 괴로움으로 상처가 되었습니다.

여덟 살인 손자가 “할머니 화낼 때 나는 너무 슬퍼. 내가 세상에 필요하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했습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손자를 안아주었습니다. 손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 슬픔이 오롯이 전달되었습니다. 내 안의 화를 찬찬히 살펴보니, 아이들을 키울 때 시부모님 병간호하면서 참아왔던 화가 밖으로 튀어나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월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에 오늘도 참회 기도를 합니다. 오늘도 진정 행복한 수행자가 되기 위해 수행합니다.

잘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황수리 님

성당을 다니다가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그때는 나만 불쌍하고 남편만 잘못된 줄 알았는데, 스님의 즉문즉설로 나의 집착에 대해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해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8개월 즈음 법문에서 주리반특이라는 부처님 제자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불법을 만나서 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생긴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천주교는 성당 문만 열면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사랑이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쉼’입니다. 반면 정토회는 그냥 와서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너무 지쳐 있는 사람이 오면 과연 정토 법당에 와서 쉴 수 있을까? 좀 쉬게 해 주어야 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불교대학을 다니며, 스스로 반문해 보았습니다. 저의 대답은 제가 생각하는 사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지옥굴에서 빠져나오려면 불법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천주교의 사랑과 불법이 잘 통합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은 인생의 주인으로 바로 서고 싶습니다.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연기적 세계관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제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봉사를 강조한 나머지 인력 낭비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시스템을 갖춘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그리고 개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기에 사회 활동에 관심이 쏠립니다. 앞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면서 잘 쓰일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습니다.

마음에 지진을 일으킨 친구의 한마디

김수아 님

불교대학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친구의 한마디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자매처럼 지낸 친구가 어느 날 저에게 “너는 나를 네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잖아?”라고 말하는 겁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화나고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즉문즉설을 찾아들었는데 스님 말씀이 확 와닿아서 불교가 뭐길래 이렇게 맞는 말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왠지 지금 저의 문제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부처님이 신이 아닌 같은 인간이라는 점이 희망적이었고 흥미롭고 궁금해서 직접 법당을 찾아갔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니 부모님께 믿음도 드리지 못하고, 인생을 갉아 먹는 듯해 이참에 큰맘 먹고 법당에서 수행정진 중입니다. 도반들과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하며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며 ‘매일이 새날’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수행문을 매일 읽으면서 편견이 나의 업식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갑니다. 무엇보다 친구의 솔직한 그 한마디가 마음에 지진이 인 듯 괴로웠지만, 수행 덕분에 참회와 용서의 경험도 해봅니다. 매일 하는 수행 정진의 힘이고 수행문을 아주 조금씩 체화하는 중입니다.

수행의 인연이 된 정토회가 고맙습니다. 올바른 불법을 지향하는 정토회라는 큰 배에 타서 함께 가고 싶습니다. 지금도 습관대로 하면서 여전히 실수하지만, 예전에는 수준보다 높은 아상을 그려놓고 못 미친다고 자책만 했다면 지금은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합니다. 실수해도 자책하기보다는 인정하면서 존중하겠습니다. 열쇠는 제가 쥐고 있음을 압니다.

불교대학 졸업수련 후 (왼쪽 김수아 님, 오른쪽 김민서 님)
▲ 불교대학 졸업수련 후 (왼쪽 김수아 님, 오른쪽 김민서 님)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열심히 살기

김민서 님

저는 이혼 후 아이 둘과 살고 있습니다. 한창 힘들 때는 종일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질문자들의 사연이 제 이야기 같고, 그 과정에서 관점을 바꾸는 지혜를 얻게 되어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주말에 시간 내기가 힘든 직업이다 보니, 주말에 법당에 나와 봉사활동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때마다 직장이나 법당의 누군가가 저의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스스로 너무 애쓰며 봉사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왜 이혼하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막내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제사 준비를 혼자 다 했고, 시댁 일도 도맡아 하며 열심히 애쓰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너무 힘들어 지쳐 나가떨어지듯 이혼을 했습니다. 법당에서 불교대학 학생으로, 담당자로, 모둠장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애쓰며 열심히 하는 정토회 활동이 결혼 생활과 흡사했습니다. 장소, 대상만 다를 뿐 저의 행동 양식은 똑같았습니다. 저의 문제인지 몰랐는데 업식을 선명하게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는 업식에 걸려 허우적거리지 않고 진심으로 행복하게 활동합니다. 봉사를 통해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다름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것이 수행의 공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점을 바꾸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니 전법이 저절로 됩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중입니다. 불교대학 입학은 인생 최고의 선물입니다. 만약, 로또 일등과 부처님 법 만남 중 선택하라면 조금의 망설임없이 불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주례법당은 신생 법당이라 선배 도반이 많지 않고, 시스템 개편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부총무마저 법당에 못 나오는 상황입니다. 주간 불교대학 1기 졸업생들은 수행하고 법문 들으며 깊은 나누기를 통해 자신을 알아갑니다. 김수아 님과 김민서 님은 도반이 아니었다면 봉사를 못 했고, 봉사를 하지 않았으면 너무 모르고 살뻔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민들레 홀씨처럼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글_허승화(사하정토회 사하법당)
편집_도경화(달서정토회 구미법당)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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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화

사하의 도반님들 수행담 고맙습니다. 특히, 황수리님의 “천주교의 사랑과 불법이 잘 통합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란 말씀에서 다른 종교인인 정토수행자로서의 삶에 어떻게 조화할 수 있을런지 숙제를 제게 내 주셔서 감사해요.

2020-07-03 00:55:28

세명화 고명주

주례법당 1기 불대생님들 졸업 진심 축하 드립니다.

2020-07-02 00:42:12

김경규

화이팅입니다!!!!🙌🏼🙌🏼🙌🏼

2020-07-01 20: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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