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런던법회
접속 2020, 1박 2일 렌선 갈무리

유럽 전역을 잇는 온라인 불교대학 2기가 개설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나 1박 2일 온라인 중간 갈무리를 했습니다. 프랑스, 아일랜드,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헝가리, 독일 등 7개국의 10개 도시에서 총 11명이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최초로 시행된 만큼 특별했던 온라인 1박 2일 갈무리 이야기입니다. 시공간의 다름이 불법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장애가 되지 않음을 보여준, 특별하고 훈훈한 렌선 갈무리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제 2기 유럽 화상 온라인 불교대학 학생들 입학 기념사진
▲ 제 2기 유럽 화상 온라인 불교대학 학생들 입학 기념사진

1박2일의 온라인 갈무리, 불가능을 가능으로

곽영숙 님: 저는 프랑스 지중해에 자리 잡은 섬 코르시카[Corsica]에 살고 있습니다. 오랜 타국생활에서의 낮아진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동생의 소개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유럽 온라인 도반들은 모두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온라인으로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았습니다. 이번 중간 갈무리는 수행 점검 차원에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박2일 동안 온라인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다소 길고 힘들었지만, 불가능한 만남을 온라인상으로 가능하게 하려다 보니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한 중간 갈무리는 제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는 기회였습니다.

우리는 온라인 명상 중 (중앙 왼쪽에서 첫 번째 곽영숙 님)
▲ 우리는 온라인 명상 중 (중앙 왼쪽에서 첫 번째 곽영숙 님)

처음 마음은 ‘제가 잘 참여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불교대학을 소개해 준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행자의 관점에서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수행은 제 삶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 믿습니다. 10차 천일결사1 기도에 참여하여 끝까지 그 깨달음의 길을 따라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쉽지 않은 1박2일간의 온라인 불교대학 중간 갈무리를 위해 준비해 주고 참여해 준 모든 도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감으로 채워진 설렘은 ‘수행이라는 공감대’로 이어지고

김은경 님: 저는 35년간 프랑스 남서부의 불라작[Boulazac]이란 도시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현재 파리법회에서 북 토크 꼭지와 국제부 불어 번역팀 리뷰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유투브에서 즉문즉설2을 즐겨 보았기에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다보면 ‘남은 인생을 새롭게 살아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불교대학을 찾았습니다. 이 곳 불라작[Boulazac]에서 저는 유일한 한국인 주민입니다. 그래서 파리에 살고 있는 도반의 추천으로 온라인 유럽 불교대학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정세가 이러하니 온라인상으로나마 도반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만날 수 없다는 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어느새 큰 기대만큼이나 커다란 채움이 되었습니다. 렌선으로 함께한 도반들과의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김은경 님이 만든 JTS 저금통과 좌종이 눈에 띄는 소박한 개인 법당
▲ 김은경 님이 만든 JTS 저금통과 좌종이 눈에 띄는 소박한 개인 법당

도반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까지 수행해 온 것을 되돌아보니 ‘그래도 조금은 발을 떼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갈무리가 무르익는 동안 도반들과의 나누기는 더 깊어져 함께 울고 웃으며 보냈습니다.

갈무리가 막바지로 갈수록 끝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쉬움, 기대감, 설렘으로 가득했던 시작이 중간쯤에는 즐거움, 솔직함, 행복함으로 훈훈해졌습니다. 깊어진 우리의 행복감은 수행에 대한 큰 공감대로 번져갔습니다. 어느새 서로를 격려해주는 든든한 도반이 되어 있었습니다.

앞으로 저의 소망은 하루하루 수행과제를 하며 결석하지 않고 불교대학을 졸업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부지런히 정진하여 경전반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또한 파리법회에도 꾸준히 참석하는 수행자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중간 갈무리를 준비해주신 도반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잘 익은 석류알이 하나씩 터질 때의 그 상쾌함과 신선함처럼

로잔의 석양
▲ 로잔의 석양

이필남 님: 저는 30년 전 스위스의 로잔[Lausanne]에 보금자리를 튼 후 단 한 번도 이사를 해 본 적 없습니다. 몇 년 전 열심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인생 3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습니다. 제 삶 속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를 위한, 저만을 위한 삶보다는 조금이라도 나누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불교대학을 등록했습니다.

이것도 교과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준비 없이 중간 갈무리에 참석하였습니다. 6개월간 쌓아온 우리들의 공부는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으로 많이 여물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석류알이 알알이 터질 때의 상쾌함과 신선함처럼 청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중간 갈무리의 시작은 미리 준비해 둔 것처럼 이미 예열이 되어있었습니다. 본 열은 다음 날 아침 수행정진으로 발화된 후 마무리 되었습니다. 자신의 수행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도반들의 진정성 그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름을, 나약한 존재임을 그 과정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동무가 필요한 것이구나.’라는 도반의 소중함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수행을 점검한 후의 나누기는 도반들 사이의 연대감을 높여주었고 갈무리 끝자락에서 생긴 아쉬움은 내일을 기약하였습니다.

아침 정진을 마치고 웃음꽃이 활짝 핀 나누기 시간 (윗줄 가운데 이필남 님)
▲ 아침 정진을 마치고 웃음꽃이 활짝 핀 나누기 시간 (윗줄 가운데 이필남 님)

살아가면서 종종 길을 잃기도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헤매지 않고 적당히 좋은 길을 찾아 나올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길을 헤매는 동무들에겐 따스한 손을 내밀고 사회를 위해 유용한 사람으로 더불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로잔에 온 지 30년이 지난 지금, 정토회를 만나 다행입니다. 저는 불교대학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이 수행길에 함께한 도반들에게 감사합니다.

열 번 놓쳤던 게 아홉 번, 아홉 번 놓쳤던 게 여덟 번!

전미리님이 화분을 재활용해 만든 JTS기부 저금통
▲ 전미리님이 화분을 재활용해 만든 JTS기부 저금통

전미리 님: 저는 스위스 베른[Bern]에서 남편과 함께 두 아이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잘 살고 있었지만 불교대학 입학전에 저는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습니다. 당시 불교대학이 무엇인지 몰랐고 ‘에이,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지 뭐’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갈무리 중 들었던 마음의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과 후의 저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늘 저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고 비난하며 때론 상대를 공격했었습니다. 수행을 통해 전혀 알지 못했던 ‘나 알아차리기’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수행' 연습은 제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알아차림이 많이 부족해서 꾸준한 정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같이 수행하는 도반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각자의 법당에서 아침 체조 중(맨 아래 전미리 님)
▲ 각자의 법당에서 아침 체조 중(맨 아래 전미리 님)

처음 불교대학 입학 때 ‘언제든 그만두지~ 뭐!’ 했던 가벼운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수업을 들으면서 제 인생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였습니다. 지인들조차 변화하는 제 모습을 보고 "나도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실 정도니까요. 아이들과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수월해졌고 마음 알아차리기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제 업식을 알아차리는 일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열 번 놓쳤던 게 아홉 번이 되고 아홉 번이었던 게 여덟 번이 되는 것처럼 조금씩 변화함으로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기대해 봅니다. 무엇보다 함께 수행 정진하는 도반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제2기 유럽 온라인 불교대학 렌선 1박2일 갈무리
▲ 사랑합니다. 제2기 유럽 온라인 불교대학 렌선 1박2일 갈무리


'좋은 도반은 수행의 절반이 아니고 수행의 전부이다.’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1박 2일을 함께 한 유럽 온라인 화상 불교대학의 도반에게서 수행을 향한 공감대와 남다른 열정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3월 중순 코로나 사태로 각국의 공항이 폐쇄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렌선 갈무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수행하는 즐거움과 돈독한 도반애를 코로나바이러스도 막지 못하였나 봅니다. 하루하루 수행 과제들을 하며 움튼 새싹을 잘 키워서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로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유럽 온라인 불교대학 도반들 파이팅입니다.

글_심영보 희망리포터(유럽 런던법회)
편집_정지혜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1.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즉문즉설(卽問卽說): 법륜스님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한 프로그램. 살아가면서 겪는 괴로움과 어려움에 대해 '즉시 묻고, 즉시 이야기 하는 대화 방식'을 말함.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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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위기가 기회가 되고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듯이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법회를 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저도 법당에 가지 못할 상황에서도 온라인으로 하니 거의 출석을 합니다. 모든 도반님들의 중간 갈무리를 축하합니다.

2020-07-18 21:23:48

보련화

불가능이란게 없네요
창조주의 손에 의해 끝없이 확장되는 랜선의 영역이란^^

2020-07-16 23:30:46

김소희

외국에 있다가 코로나로 인해 돌아온 저로써는 이렇게 랜선으로라도 도반님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글을 읽으며 이렇게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2020-07-09 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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