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용인법당
'나만의 경전', 만들어 보아요!

올해 초 경전반 졸업 후 용인정토회 사회활동 담당으로 봉사하는 민찬희 님. 봉사는 아직 새내기지만 매일 빠지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과 부처님 법을 삶에서 실천하는 모습이 많은 도반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적극적이고 언제나 믿음직한 도반으로 거듭나고 있는 민찬희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불교대학 전단지 홍보중, 맨 오른쪽 민찬희 님
▲ 불교대학 전단지 홍보중, 맨 오른쪽 민찬희 님

친정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맺은 정토회 인연

불교대학 홍보 전단으로 정토회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1월, 3년 넘게 간 경화로 투병하시던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엄마의 죽음은 뭔지 모를 허전함을 많이 남겼습니다. 허전함 때문인지 막연히 종교에 의지해 보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절에 종종 다니셨기 때문에 불교는 다른 종교보다 친숙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해 3월 초 수원 봉녕사에 불교대학을 신청하고, 입학금도 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무렵, 집 앞 공원에 붙은 전단 속에서 환하게 웃는 법륜스님을 보았습니다. 바로 정토불교대학 홍보 전단이었습니다.

봉녕사 불교대학 입학은 3월 말이었는데 정토회 입학식은 3월 중순이어서 정토회를 먼저 가보기로 했습니다. 정토회를 몰랐던 저는 조금은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지금의 용인법당을 찾아갔습니다. '그래, 입학식을 한다니 한번 가보고 결정하자.' 이렇게 조심스럽게 찾았던 용인법당이 지금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청법가의 한 구절 옛 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도록 이 생각납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와의 옛 인연이 다 하고, 부처님, 스님과의 새 인연이 시작된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정토회 행사 중 하나인 백중 입재식에 참가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찬불가를 부르면서 눈물범벅이 되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영원한 광명 아미타 부처님
그 품에 안기려, 님은 가셨네
지난 시절의 정다운 모습
살아계신 듯 가까이 있네"

이제는 부처님 품에 안겨 있을 어머니를 상상하니 마음이 너무 좋았습니다. 백중기도를 통해 '부처님은 살아있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돌아가신 중생을 위해서도 살피는 마음을 내셨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아 더 열심히 불교 공부를 했습니다.

나만의 경전을 만들다

경전반 금강경 수업은 저에게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와! 이게 뭐지?' 하는 작은 탄성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변화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5월 경전반 수업 중, 반야심경 봉독, 청법가가 끝나고, 부처님 사진 앞으로 스크린이 내려오고 스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말씀은 스님이 하시는데 스크린 뒤에 있는 부처님 얼굴이 스님 얼굴 위로 겹쳐 보였습니다. 몇 초간이었지만 신기했습니다.

수행 노트
▲ 수행 노트

저는 그 순간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구나.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우리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시는 거구나'를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부처님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신심명 등 경전반에서 배우는 내용이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찾아보고 좋은 글을 적고, 스님의 하루를 챙겨 읽으면서 좋은 부분은 적어놓고, 나 자신과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참회가 되고 뭐가 문제인지, 왜 잘 안 되는지, 연구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노트 한 권을 다 써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 수행 노트를 4권째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수행 노트를 쓰기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전반 학생일 때 문경에서 열리는 경전반 특강 수련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때 법문을 한 묘수법사님의 "나만의 경전을 만들어보세요"라는 말씀이 계속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만의 경전 만들기를 실행하게 되었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 후, 아침 수행 나누기를 올리고 있는데 이것도 별도로 정리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수행 노트와 나누기 기록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절실했던 참회 내용, 다짐들이 전부 보입니다. 앞으로도 저를 지켜주는 나만의 경전이 될 것입니다.

전법으로 한걸음, 민찬희 님
▲ 전법으로 한걸음, 민찬희 님

어렵지만 꾸준한 배움의 실천

부지런히 수행하려 노력하지만 가르침과는 달리 일상에서 많은 '상'을 짓고 있는 저를 종종 발견합니다. 몇 달 전 주말,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남편, 아이들과 밖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9살 아들의 요청에 1층에서 먼저 내려주고, 주차 후 지하 2층에서 집까지 올라가는데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서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아들의 장난이라 생각한 저는 아들을 혼냈습니다. 그 후, 아들은 친구와 논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밤 9시가 다 되도록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일찍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갔기 때문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돌아오자 잔소리를 퍼부었습니다. 위축된 아들을 일단 씻기고 조금 누그러진 태도로 다시 잔소리했습니다.

아들은 "엄마, 내가 아까 왜 엘리베이터 누르고 올라온 줄 알아? 엄마가 집으로 오기 전까지 시간 벌려고 그랬어. 엄마 오기 전에 빨리 돈 가지고 나가려고 한 거야. 오늘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하는 꽃 사려고. 늦게 온 이유는 꽃집을 찾다가 두 군데 모두 문이 닫혀서 늦게 온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들의 말을 듣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층을 누르는 나쁜 장난과 일찍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에 집착하다 보니,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고 잔소리만 한 것입니다.

'내가 만든 상에 갇혀 있다 보면, 상대의 상황은 철저히 무시될 수도 있구나.'하고 크게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에 며칠 동안 아침 수행 때 참회했습니다. 금강경에서 '상에 갇히지 마라. 상을 여의어라.'를 배웠지만,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알게 모르게 상을 짓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날의 경험이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상을 짓고 참회하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지금보다는 덜 괴롭고 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정토회 활동으로 새로운 나로 거듭나고파

사회활동팀 국내복지 활동, 왼쪽에서 두번째 JTS표지 들고 있는 사람
▲ 사회활동팀 국내복지 활동, 왼쪽에서 두번째 JTS표지 들고 있는 사람

올해 초 저는 경전반을 졸업하고, 용인법당 사회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내 복지와 환경 꼭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올해 '조인성의 이불 나눔', 영양꾸러미 전달, 어린이날 케이크 지원 등을 진행했습니다. 활동할 때마다 타인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봉사자들에게서 늘 크고 진한 감동을 합니다.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적극적으로 시작하지 못하지만, 법당 내 환경 활동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부처님의 자비심을 생각하며 복지사업 지원을 도울 것이며, 부처님의 연기법을 명심하며 환경실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성숙한 정토인이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그동안 공부한 부처님 법과 스님에게 배운 것을 실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소임입니다. 정토회 활동을 통해 '익숙한 나에게서 새로운 나로, 게으른 나에게서 부지런한 나로, 금방 포기하는 나에게서 꾸준히 반복하는 나'로 건너가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스승님, 정토회 덕분에 저는 지금 이대로, 제가 참 좋습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거리 모금 중(가운데 민찬희 님)
▲ 거리 모금 중(가운데 민찬희 님)


물론 놓칠 때도 있지만 늘 깨어있기를 발원하는 민찬희 님. 부처님 법을 삶에 적용하고, 가르침을 실천하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도반들이 법당에 모여 환경 활동을 다시 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글_허란희 희망리포터 (용인정토회 용인법당)
편집_성지연 (서초정토회 서초법당)

전체댓글 21

0/200

김은경

나만의 경전
제 수행노트도 저만의 경전입니다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0-06-26 13:29:05

최소연

좋은글 감사합니다
성불하세요

2020-06-21 22:41:50

김영철

좋은글 읽고 갑니다 성불하세요

2020-06-21 09: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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