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영법당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청년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대중부로 넘어와 신생법당에 적극적인 힘을 보태주고 있는 문성용님은 수영법당의 1모둠장과 가을불교대학 교실꼭지를 맡고 있습니다. 도반들에게 당당히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맞춘 마스크와 함께 (왼쪽 첫번째 문성용 님)
▲ 코로나 시대에 맞춘 마스크와 함께 (왼쪽 첫번째 문성용 님)

부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은 잘 알려진 핫플레이스입니다. “다이야몬드브릿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광안대교는 매년 10월에 전국제일의 불꽃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광안리해변의 야경은 외국의 이름난 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낭만적이고 멋진 곳입니다. 그런 멋진 곳을 지척에 두고 있는 해운대정토회 소속 수영법당은 2019년 11월 17에 정식으로 개원을 하였습니다.

열흘 남짓한 불사 기간에도 낮에는 거리에서, 밤에는 광안리 해변에서 야외법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아직 마무리도 안 된 상태에서 10월 17에는 불교대학을, 10월 23일에는 수행법회를 열며 전법을 이어나갔습니다.

불사 후 첫 가을불대 홍보 중(왼쪽에서 두번째)
▲ 불사 후 첫 가을불대 홍보 중(왼쪽에서 두번째)

쥐약이 쥐약인줄 모르고

10년 전쯤 울산에 있는 선박회사에서 유류검량사로 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같이 일하고 있던 손윗사람이 저에게 다가와 '따로 독립해 부산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평소 그 사람이 일하는 모습은 신뢰가 가고 참 멋져보였습니다.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의 불안과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맞물려 흔쾌히 따라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일을 해보니 그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오랜 관행으로 묶여져 정상적인 절차로 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이해가 갔지만 양심은 편하지 않았고 두려웠습니다. 예전 직장보다 월급은 많았지만 밤낮 구별 없이 접안해있는 배에 나가 일을 해야 했습니다. 대형 선박에 접근해서 작업을 하는 현장은 상당한 위험도 뒤따랐습니다. 죽음에 직면한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은 초반에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마음가짐과 태도 또한 초조해지고 탁해졌습니다. 갈수록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저는 술과 유흥 쪽으로 돈을 낭비하며 지냈습니다. 사장과의 관계는 극도로 나빠져 갔고, 저의 말과 행동은 더욱 거칠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11개월을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쉬면서 '내가 좋아하고 편하게 돈 버는 일이 없을까'하고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가 희망이었던 저는 그 당시 “토토축구”라는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잃으면 잃을수록 초조하고 불안했습니다. 배팅 한번 잘하여 이기는 순간도 그리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본전 생각에 점점 더 큰 욕심을 부렸습니다. 결국은 카드빚도 모자라 친구에게까지 돈을 빌리며 스포츠도박에 빠져 살았습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생활의 유일한 탈출구는 K-POP을 듣는 일 이었습니다.

광안리 해변에서의 야외법회
▲ 광안리 해변에서의 야외법회

희망의 빛

그 무렵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나가시는 스님의 법문을 듣는 순간, 여태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가벼움에 놀랐습니다. 유투브를 보는 시간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입니다.” 라는 주제의 법문을 듣고는 생애 처음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게 인생인데 여태까지 저는 돈과 남을 의식하며 안 되는 것을 허겁지겁 쫓아 다녔던 것입니다. 그런 어리석음으로 힘들고 버겁게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울고 나니 이제는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겠다 하는 희망의 빛이 보였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동안의 일을 얘기하였고 카드빚을 모두 정리 했습니다. 2014년 9월에는 대연법당 가을불교대학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오고 불교대학 담당을 하였습니다. 불교대학 담당 소임은 법문을 또 들을 수 있어서 계속 맡고 싶을 만큼 좋았습니다. 남 앞에 서서 얘기부터 하려면 가슴부터 두근거리던 내성적인 제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성은 '정' 이름은 '토회'

그러던 어느 날, 검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부산의 그 회사에서 일을 했던 관계로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순간 너무 심장이 떨리고 무서웠습니다. '이제 새 직장도 다니고 불법만나 행복한데 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끊임없는 눈물과 절을 해가며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그때 문득 “깊은 산속, 깊은 물속에 있더라도 내가 지은 과보는 피할 수 없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내가 지은 과보를 피하려고 하니 두렵구나. 지은 과보는 받자’라고 마음을 고쳐 먹으니 편안해졌습니다. 검찰에 나가서 담담하게 진술서를 써 내었습니다. 끝머리에 “바른 가치관과 직업관을 갖지 못해 지은 행위는 제가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과보를 담담히 받자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으니 의외로 일이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진술서를 읽어 내려가던 담당자가 저를 한번 보더니 됐다며 그냥 보내 주었습니다.

불사공사 중 도반들과의 새참시간(맨 오른쪽)
▲ 불사공사 중 도반들과의 새참시간(맨 오른쪽)

그로부터 법문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 하늘에서 금궤가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매일 그 법비와 같은 금궤를 받아 내느라 바빴습니다. 도반들과 나누기 할 때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있다고 했습니다. “이름은 ‘토회’이고 성은 ‘정’입니다.”라고 하며 그녀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법당 도반들도 처음에는 정말 여자친구가 있는 줄 알았답니다.

도반이 거울되어

환희심으로 충만하게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법당내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회의를 하던 중 '한 것이 뭐 있느냐?'라는 도반의 질책같은 말 한마디가 너무 억울하여 불같이 화가 치밀이 올랐습니다. 어찌보면 회사일보다 법당 소임을 더 열심히 했는데 그 말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되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저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싫었고, 그 도반과 얼굴 마주치는 것도 피했습니다. 그래도 법당은 계속 나갔습니다.

도반과의 부처님오신날 외등작업(가운데)
▲ 도반과의 부처님오신날 외등작업(가운데)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려고 했지만 마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그냥 계속 절을 하며 나를 보는 수행을 해 나가던 중 언뜻 알아차렸습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그 한 생각을 움켜쥐고, 그 고집을 놓지 않았으니 상대의 평가에 극렬하게 대응 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소통방식이나 지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평소 그 도반에게 경솔한 언행을 한 저에게 그 원인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했던 불교대학생들이 졸업을 할 때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 도반의 입장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한 것이 뭐 있느냐'는 그 도반의 말은 이렇게 큰 공부거리가 되어 저에게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그 후 그는 저를 일깨워 준 최고의 도반이 되었습니다. 수행과 봉사를 하며 실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젠 어지간한 일에도 “방긋이 웃는다”는 말을 떠 올리며 여유를 가질 만큼 가벼워 졌습니다. 새로 구한 직장과 봉사를 겸하느라 바로 경전반에 입학 하지 못했던 저는 직장을 그만 두었던 2년 전 경전반을 졸업하였습니다. 지금은 저의 기술을 이용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봉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교대학 담당이 좋아 부산울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수영법당에서 토요반을 개설해 그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 삶을 통째로 바꾸어준 정토회와의 만남은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로또'입니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 잘 들어보셨나요?
법비와 같은 금궤를 매일 받아내는 문성용 님은 그야말로 이 세상 제일 갑부입니다. '지은 과보는 달게 받겠다'라는 호랑이 심장을 가지신 분이라면 더 이상의 억울함도 두려움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자신에게 이익된 길로 가고 있는 문성용 님을 응원합니다.

글_고정희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수영법당)
편집_정지혜(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1.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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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숙

문성용님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돌이킬 줄 아는 멋진 도반님 글을 읽고 저를 많이 돌아봅니다

2022-06-29 19:55:47

이은여

성용님의 수행담이 참으로 좋군요
저도 처음 불교대학다니면서 좋았던말이 내인생의 주인이 될수있다는 법문이였거든요
감사합니다
소중한인연에 감사합니다

2022-06-29 17:43:45

신영화

늦은 감동 나누기! 그때봤지만 지금 댓글달고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우리 법우님 진짜 화이팅~
법우님이 계셔서 이 초보 봄불대생 일년 마무리 잘하고 수료가 눈앞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가운데 수행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어렵지 않으면 너무 시시해~수행이 어려운것이라 참좋아요!!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법우님~~

2020-12-10 08: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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