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문경법당
돌멩이 열개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정토회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초심자로서 정토행자로 살면 무엇이 좋을까 하는 궁금증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 정정희 님을 취재하며 그 궁금증이 해결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천일결사 기도를 꾸준히 하고, 정토회에서 수행, 보시, 봉사를 하며 활동하고 있는 정정희 님. 정토행자로 살아가면 행복이 넘쳐서 그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줄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래 그런 삶이 참 좋구나 합니다. 정정희 님의 정토수행자의 삶을 같이 나누겠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뭐야?

불교대학 졸업식때 도반들과(앞줄 맨왼쪽)
▲ 불교대학 졸업식때 도반들과(앞줄 맨왼쪽)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원예 공부를 할 때 만난 서로가 마음 통하는 친구가 느닷없이 〈깨달음의 장〉을 가보라며 처음 이야기했을 때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너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라며 진지하게 얘기하는 친구의 설명을 듣고도 딱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요. 지금 잘 살고 있는데, 나한테 왜 그런 곳에 가라고 하나 싶었고 친구에게는 생각해 보겠다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지나쳤습니다.

10년이 지나 결혼생활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고민으로 마음이 답답해 풀이 죽어 있는 나에게 친구가 제주도로 배낭 여행을 떠나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여행을 다녀오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겠다 싶어 긴 고민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친구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듯했고 행복감에 도취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보름간의 여행 기간이 다해 갈수록 다시 마음이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생각에 우울해졌고 결국엔 여행 오기 전의 마음이 답답한 상태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친구가 나에게 〈깨달음의 장〉을 다시 권했습니다. 10년 전에도 들었던 친구의 말인데, 그때서야 궁금함이 생겨 '거긴 뭐 하는 곳이야?' 하며 물었더니 친구는 간략하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고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깨달음의 장〉을 신청했습니다.

문경 법당 봄불교대학 담당자소임 맡을 때(앞줄 제일 오른쪽)
▲ 문경 법당 봄불교대학 담당자소임 맡을 때(앞줄 제일 오른쪽)

내 마음을 찾아 떠나는 여행

〈깨달음의 장〉 수련을 다녀온 후에서야 친구가 왜 그렇게 나에게 가보라고 권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 역시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깨달음의 장〉은 나를 찾아 떠나 내 마음과 만나는 여행이니 꼭 가보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곧바로 〈깨달음의 장〉 바라지 수련에도 참가했는데 바라지 봉사를 하던 중 갑자기 절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돌멩이 열 개를 들고 혼자 대법당 안에 들어가서 절을 했습니다. 백배 할 때 마다 돌멩이 하나를 옮겼고 그렇게 들고 간 돌멩이 열개를 모두 옮기며 천배를 했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시던 실무자 한 분이 저에게 만배를 해보라고 권하셨는데 입에서 네~하고 대답부터 나와 버렸고 그렇게 난생처음 만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나눔의 장〉과 〈명상수련〉까지 3개월 동안 정토회의 여러 수련에 참가했는데, 수련을 마치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졌고 혼자 있을 때도 실실 웃고 있는 낯선 내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동아줄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 후로 천일결사에 입재해서 나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니 하루하루가 새로웠습니다. 〈깨달음의 장〉이 나를 찾는 여행이라면 천일결사기도는 찾은 나를 매일 매일 놓치지 않게 꽉 잡아주는 동아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후 대구법당소속으로 불교대학에 입학해 공양간과 방석놓기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나도 법당에서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뿌듯했습니다. 어린이 날에는 불교대 도반들과 함께 거리 모금캠페인에 참가했는데 모금함을 들고 사람들을 마주하니 몸이 굳어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를 이어가며 대구 경북지부의 경전반담당자 소임을 맡아 10여 년을 활동하다가 대구 경북지부의 사무국장님으로부터 문경법당 부총무 소임을 맡아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었습니다. 권유를 받고 나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내가 부총무소임을 맡아 잘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잠깐 고민하다가 문경은 내가 자란 고향이고 부모님이 계시니 부모님을 더 자주 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문경법당 부총무 소임을 맡아 고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문경 문화의 거리에서 도반들과 함께 JTS 거리모금(제일 왼쪽)
▲ 문경 문화의 거리에서 도반들과 함께 JTS 거리모금(제일 왼쪽)

부총무소임 5년 감사의 시간

부총무 소임을 맡아 처음 법당에 나오게 되던 날 내가 어떻게 보일까, 잘 쓰여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를 맞아주시는 법당식구들의 따뜻함에 걱정은 바로 사라졌습니다. 담당 맡을 활동가가 부족해서 저녁담당 팀장님과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와 법당행사를 나누어 담당해야 했습니다. 여러가지 담당을 맡게 되니 법당 가야 할 날이 많고 그로 인해 일상이 바쁘고 힘들기도 했지만 담당자를 하면서 스님의 법문을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혜택에 감사했습니다. 또 담당을 맡고 있을 뿐 법당의 크고 작은 일들에는 법당 도반들이 시간을 내어 도와주었기에 힘든 일은 보람된 일로, 혼자 좋은 일은 함께 행복한 일로 바뀌었습니다. 법당 도반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니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도반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문경법당 송년 캠페인 때 JTS 거리모금 나가기 전(오른쪽 두번 째)
▲ 문경법당 송년 캠페인 때 JTS 거리모금 나가기 전(오른쪽 두번 째)

변화는 행복한 회의를 타고

부총무소임을 맡으면서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법당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회의를 시작했는데 행복한 회의를 할수록 활동가들이 법당 운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주인의식이 생겼습니다. 그 전엔 계획만 세우고 하지 못했던 일도 함께 모여 의논하고 검토하니 어려운 일도 술술 풀려나갔습니다. 부총무 소임을 1년 남기고 여러 활동가들의 협동으로 법당의 기반이 튼튼해졌고 이제는 후임자에게 넘겨줘도 미안한 마음 없이 후련할 수가 있겠구나! 안심되었습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지금은 통일특별위원 소임을 맡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주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중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다 보니 걱정되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하지만 예전에 혼자 대법당에 들어가서 돌멩이 하나씩 하나씩 옮기며 천배 할때처럼 그냥 하면 되겠지 하며 가볍게 생각합니다.

현재 활동 중인 서원행자 대회 중 수련원에서(왼쪽에서 두번 째)
▲ 현재 활동 중인 서원행자 대회 중 수련원에서(왼쪽에서 두번 째)

글_정태남(달서정토회 문경법당)
편집_서지영(홍보국 편집담당)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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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

잘읽었습니다. 꾸준히 정진하시는 모습 도움됏습니다. 사진에 반가운 얼굴이 보이네요^^ 김천법당 이명숙 보살님^^ 늘 감사함을 느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20-06-05 11:10:52

서지영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우리 안에도 갖고 있는 마음들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0-06-03 07:27:38

맑은혜안보명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씨앗이 있고,
그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습니다.

그리고 열매는
다시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다시 열매가 됩니다.

출처: 인터넷.

감사합니다^^

2020-06-03 07: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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