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화법당
베풀때 행복해진다

어렸을 적 나를 안아주며,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니 남편의 어렸을 적 모습과 시부모님의 삶도 이해하게 되었다는 임영미 님. 베풀때 행복해지고, 베풀때 주인이되는 삶으로 나아가는 임영미 님의 수행담입니다.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

2009년 가을, 초등학교 교사였던 저는 직장과 집안일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때 한 학부모가 열린법회에 와보라고 권해주셨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법문을 듣고는 '쾅!' 하고 뭔가 내려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다음날 새벽부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도반의 전화를 받고, 정진하다 백일기도 입재식까지 참석했습니다.

80일, 70일, 50일, 적당히 하다 말다를 반복하며 백일기도를 했습니다. 2011년 지인의 집에서 열린 불교대학을 다녔고, 그 해 여름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흔다섯에 태어날 아이와 펼쳐질 상황에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불법을 공부하던 중이라 어떤 모습으로 아이가 오더라도 기꺼이 받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위로 연년생 두 딸을 키웠던 이십대 후반의 저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살림을 도와주러 와계시던 어머니와 육아방법으로 갈등하다 어머니는 서울집으로 가버리셨습니다. 전과 다름없이 이런 저런 모임으로 술 마시고 새벽까지 당구를 치고 들어오는 남편이 못마땅해 다시 미워졌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아무래도 '더 공부해야겠다' 싶었고 2013년 경전반을 저희 집에서 열게 되었습니다. 금강경 강의는 매번 저를 향한 법문이라 눈물을 흘리며 듣기 일쑤였습니다. 경전반을 마칠 무렵 법당이 개원되었지만, 저는 아이 키우는 일에 전념한다는 생각으로 법당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천일결사 기도도 시들해져 접어버리고 말았습니다.

JTS 거리모금 (왼쪽 첫번째 임영미 님)
▲ JTS 거리모금 (왼쪽 첫번째 임영미 님)

기도는 나의 힘

2014년, 섬으로 발령이 난 남편의 주말까지 이어지는 늦은 술자리와 새벽귀가로 제 원망은 커져만 갔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렇게 살수 없다는 생각에 도반에게 다시 기도하고 싶으니 모닝콜로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천일결사기도... 도반들과 함께 밴드에 나누기를 하며 기도하니 빠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매일 기도하며 제가 얼마나 고집이 세고,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얼마나 불안해하고 긴장하며 사는 지도... 제가 그런 줄도 모르고 싫어했던 표현들이 모두 제 안에 있었습니다.

2015년 퇴직을 하고 불교대학을 재수강하며 육아로 미루고 있었던 〈깨달음의 장〉에 갔습니다. 환해지고 가벼워진 마음에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중 나온 남편을 보자마자 못마땅해 하는 저를 보며 수련의 마음은 순간이고, 내 '습'이 문제임을 알았습니다. 그 뒤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마다 '이것이 내 습이다, 라고 보며 더욱 제 자신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늦둥이인 저를 갈등 끝에 낳으셨고,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일과 바깥일을 하시느라 많이 바쁘셨습니다. 저는 외할머니와 이모, 뒷집 아주머니가 봐주시곤 했다는데 한번 울면 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어린시절의 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세 살, 고향집과 엄마를 두고 서울에서 지내게 된 여덟 살의 어렸던 저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네가 많이 불안하고 사랑받고 싶었구나...’

그렇게 울던 어린 저를 보게 되니, 남편의 어렸을 때 모습도 떠올려 보게 됐습니다. 늘 아프셨던 어머니가 열 살 때 돌아가시고, 새어머니와 지낸 남편... 그제서야 남편이 안쓰러워지며 ‘엄마의 마음으로 대하겠습니다’ 하고 절하게 되었습니다.

9-10차 입재식날 강화법당 도반들과 (앞줄 가운데, 임영미 님)
▲ 9-10차 입재식날 강화법당 도반들과 (앞줄 가운데, 임영미 님)

친정어머니가 하시는 잔소리는 ‘나를 걱정해서 하시는 소리다, 사실이 그렇다.’ 라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니 어머니와 편안해졌습니다. 스물 아홉에 첫 번째 남편을 잃고, 서른 아홉에 두 번째 남편을 보내고 먹고 살 게 없어 막막했다는 어머니의 삶을 자세히 듣게 되었습니다.

북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아버지를 만나 자식을 낳고 살아준 어머니가 보살이시구나... 실향민이 모여 사는 아바이 마을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 상여 뒤를 따르는 만장이 한없이 길었다던 아버지가 보살이셨구나...부모님은 저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셨고, 저도 부모님처럼 보살로 살아가면 된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내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을 내니 시부모님도, 다른 어른들께도 고마워하게 되었습니다.

베풀 때 주인이 된다

성인이 된 딸들에게도 간섭하려는 마음을 멈추고, 또 멈추니 편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양동이를 뒤집어쓴 채 '내가 옳다', '잘났다' 하고 살았던 저를 이렇게 바꿔준 것은 모두 법당에서 소임을 하며 도반들과 함께 한 덕분입니다. 환경물품 담당으로 시작해 환경담당, 천일결사 담당, 자원활동 담당, 불교대학 담당, 부총무로 이어지는 소임을 하며 도망가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도반의 나누기와 법사님들의 말씀이 저를 잡아주었습니다.

저는 '휴대폰을 갖지 않겠다', '되도록 강화 다리를 넘어서 밖으로 다니지 않겠다', '차로 운전해 멀리 다니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꽉 쥐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활동가 수련 프로그램인 새물 정진에 참가해 인천경기서부지부의 다른 법당들을 찾아다니며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고 나누기하면서 제 고집을 하나씩 놓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얽매여서 저를 가두고 살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가열반절에 들었던 ‘얻으려할 때 고락이 되풀이 된다, 베풀 때 행복해지고 베풀 때 주인이 된다’는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에게 해보니 각각의 도반들에게 걸려있던 것들이 조금씩 녹아져 내렸습니다.

2018년 10월 마니산천제에서 도반들과 (오른쪽 참성단 앞 흰옷입은 사람)
▲ 2018년 10월 마니산천제에서 도반들과 (오른쪽 참성단 앞 흰옷입은 사람)

온 중생의 은혜속에

토요일 새벽마다 법당에서 하는 통일기도는 힘들었습니다. 추워서 일어나기 싫고, 때론 혼자 하는 게 싫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한동안 무척 나가기 싫었습니다. 300배 하기 싫은 마음을 보며 그냥 하다 보니 법당과 도반이 있어 내가 여기 있고,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초법당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 정진을 해보고, 매월 셋째주 토요일 강화평화전망대에서 통일기도를 하며 내 안에 저절로 평화를 전파하고 통일을 이뤄야겠다는 간절함이 생겨났습니다. 열아홉에 전쟁을 겪은 어머니와 실향민으로 살다가신 아버지의 삶, 우리 부모 세대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스며들어있는 조상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온 중생의 은혜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울컥하곤 했습니다. 통일기도를 하면 할수록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고 안아가는 힘이 생기니 통일 정진이 나를 위한 정진이었고 소임이 복이었습니다.

불법을 전해주고 앞서가며 길을 내주신 도반이 있으니 저는 그냥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겠습니다. 부족한 저와 살아주는 남편에게 고마워하며 봄불교대학을 졸업한 큰 딸과 가을불교대학에 다니고 있는 작은 딸, 내 업식을 보게 하는 아홉 살 막내아들에게 이 길을 먼저 닦아가는 도반으로 살겠습니다.

현재는 법당의 부총무소임은 잘 회향했고, 통일특별위원회 인천 1지역장과 전국대의원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화평화전망대 통일기도 도반들과(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 강화평화전망대 통일기도 도반들과(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글_ 임영미 (강화법당)
편집_박성희 (홍보국 편집담당)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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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화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가 나에게로 돌아 온다.'
쓰신 글에서 아픔이 성장이 그리고 그 길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환희심이 느껴집니다 .

2020-06-01 04:58:34

손형경

얻으려 할때 고락이 되풀이 된다 주인으로 베풀며 살겠습니다 ~~

2020-05-31 18:00:28

자재왕

보살님, 큰 법문 한 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5-31 0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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