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서법당
조용하지만 든든한, 소박하지만 한결같은 수행자

강서법당 밴드에 행사 소식을 알리는 웹자보가 올라옵니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림자처럼 조용히 법당 일을 챙기는 김윤석 님이 올리신 겁니다. 10차 천일결사를 맞아 강서법당 지원팀장 소임을 맡은 김윤석 님의 담백한 수행담을 시작합니다.

정토회와의 인연

동북아 역사기행 중 장백 폭포 앞에서 김윤석 님
▲ 동북아 역사기행 중 장백 폭포 앞에서 김윤석 님

결혼 22년 차가 되던 2012년은 힘든 한 해였습니다. 그해 5월, 머리도 식힐 겸 혼자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며 사색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미리 휴가도 내고 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 아내가 하혈을 자주 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막연히 괜찮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아내의 수술과 회복 기간이 제주도 여행 일정과 우연히 겹친 덕분에 여행자 대신 보호자가 되어 병상을 지키며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퇴원하여 직장에 복귀한 아내는 기운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수술 후유증인가 보다 했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정밀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갑상선암이었습니다.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닥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그해 10월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아내는 물론이고 저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병간호를 하면서 그동안 아내 덕에 편하게 살아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껏 아내가 나를 위해 집안일을 했으니 앞으로는 내가 집안일을 많이 하리라 다짐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저는 불평에 불평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아내와 함께 불자 동우회 멤버에 속해서 사찰 순례를 자주 다녔습니다. 함께 사찰 순례를 다니던 분 중에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많이 아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에게 좋은 말씀을 자주 듣다 보니 불교 공부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부처님의 가르침이 좋아서 지식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사찰의 불교대학을 여기 저기 알아봤지만, 퇴근 후에 다니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지인이 정토회를 알려 줘서 검색해 보니 집과 거리가 가까워 망설임 없이 2014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가랑비에 젖어들듯

불교대학 입학 후 얼마되지 않아 〈깨달음의 장〉을 신청 하고 다녀왔습니다. 남들이 가니 따라가는 마음도 있었고, 당연한 코스라 생각하고 가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4박 5일의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한 도반들과 대화는 아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다른 각도에서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아들은 공부가 잘 안 되고 성과도 안 나와서 그랬는지 공부하는 시간보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더불어 저의 잔소리도 잦아졌고 아들은 결국 방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마음이 편치 못한 시기였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에서, 뒷줄 오른쪽
▲ 경전반 졸업식에서, 뒷줄 오른쪽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라는 것도 그즈음 알았습니다. 즉문즉설을 계속 듣다 보니 〈깨달음의 장 〉에서의 의문도 조금씩 알아차려 졌고 나의 문제가 무엇이고, 또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의 경험이 제 눈과 귀를 열어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불교대학 수업과 스님의 여러 법문들을 들으면서 상대는 고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고친다면 나를 고쳐야지 상대를 고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들을 바꾸려고 하니 싸움이 되었던 것임을 알고, 나를 돌아보니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1살 많은 사촌 형과 저를 비교하시는 게 너무 싫었는데 아버지가 되어서는 내 아들을 다른 집 자식과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 표현하고 바라기까지 했습니다. 내 아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압력을 주며 해내길 바랐으니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아들은 지금도 게임을 즐기지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쓸 줄만 알았지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못 하는데 한번은 아들이 자기가 해 보겠다고 하더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만 하는 줄 알았는데, 컴퓨터 전문가가 돼 있었습니다.

때마침 시작한 수행

성도재일 정진 후, 앞줄 오른쪽
▲ 성도재일 정진 후, 앞줄 오른쪽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불교대학의 수행 맛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정토회 수행을 접했습니다. 저는 마음으로부터 공감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2주간의 수행 맛보기가 끝나자 허전한 마음에 불교대학 도반들과 수행 정진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2015년 3월 천일결사 백일기도에 입재하여 정식으로 함께 수행하며 지금까지 동행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보거나 말거나, 아이들이 보거나 말거나 약속한 시각에 정진을 이어갔습니다. 계속 정진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과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100일을 수행하면 내 꼬라지를 알게 되고, 3년이면 내 업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부지런히 정진했는데 제 업식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3년 정진하면 업식을 조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업식을 바꿀 수 있다는 욕심으로 정진하니 제자리였던 겁니다.

제가 수행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새기는 것은 신해행증(信解行證)입니다. 아무리 좋은 법문을 들어도 내가 행하여 몸과 마음에 증득하지 못하면 한낮 지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법문을 들어도 ‘아, 그렇지!’로 끝나지 말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 ‘그래, 욕심 부리지 말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계속하자. 효과를 바라지 말고 그저 계속하자, 바라는 바 없이.’

나의 봉사 이야기

선유동 정토 연수원에서, 뒷줄 왼쪽
▲ 선유동 정토 연수원에서, 뒷줄 왼쪽

돌아보면 봉사 소임은 불교대학 때부터였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가 〈백일출가〉를 가는 바람에 같은 반 도반들과 힘을 모아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돌아가면서 사회와 영상을 맡았고, 경전반에 올라가서는 영상 담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 7월 경전반을 졸업하고 이대로 정토회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또 내가 받은 은혜를 갚는 의미에서 회향하고 싶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도반과 2016년 가을 불교대학과 저녁 수행법회를 함께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은 수행법회 참석자가 달랑 저 혼자일 때도 있었습니다. 분별심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내가 시간이 되어 진행도 하고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담당하면서는 나름 열심히, 성의를 다해서 한다고 했지만 점점 줄어드는 출석자를 보며 담당자가 잘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도 있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저 마음의 상처를 입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즐겁게 하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에 그저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냥 할 뿐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다 보니 10차 천일결사를 맞으면서, 부총무님으로 부터 법당 지원팀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고민을 좀 했지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나의 자그마한 역할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또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은 업무 능력을 법당에 기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 이대로 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만족하며, 지금 현재에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사회에 베풀면서 꾸준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늘 그렇게!

도반들과 함께한 JTS 거리 모금, 앞줄 왼쪽
▲ 도반들과 함께한 JTS 거리 모금, 앞줄 왼쪽

글_오수진 희망리포터(양천정토회 강서법당)
편집_서지영(홍보국 홈페이지운영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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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

막연하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도 실행하기가
쉽지가않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2020-05-26 01:54:48

하심

내가 받은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에 공감합니다~그런데 3년이면 업식이 바뀌는 거 아니였나요~3년 되기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일인입니다;;

2020-05-21 01:05:03

황소연

바라는 바 없이^^ 이 말씀이 저에게 다함이 없이^^ 로 전해지네요^^
반가운 도반님도 보여서 더 자세히 보고 읽었습니다^^
성불하십시요(_)

2020-05-20 00: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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