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아산법당
번뇌, 망상을 지리산 자락에 묻다!

어릴 적 증조할머니가 저녁마다 들려주던 불경 테이프 소리에 잠들었다는 문희수님. 정토회를 만나 어릴 적 듣던 친숙한 불경 소리와 함께 매일 아침 수행하는 행복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2019년 송년 캠페인 아내와 함께(뒷줄 두번째 문희수님)
▲ 2019년 송년 캠페인 아내와 함께(뒷줄 두번째 문희수님)

삼 세 번 만에 불교대학에 입학하다.

아내는 몇 년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꾸준히 들었습니다. 2018년 봄, 아내가 정토회 불교대학 입학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저는 정토회와 법륜스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지만, 아내에게 일단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제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입학식 당일 함께 가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흔쾌히 아내와 함께 법당으로 향했고, 밖에서 기다리자니 갈 때도 마땅치 않아 멀찌감치 뒤에서 입학식을 지켜보았습니다. 봉사하는 분들의 표정이 참 밝았습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처음 보는 법륜스님의 법문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불교대학 담당자가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하였습니다. 짐짓 놀라긴 했지만,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며 마음 한켠에 ‘세 번은 와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주에도 아내와 일찍 저녁을 먹고 불교대학 수업에 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내가 “할끼가 말끼가, 할거면 빨리 같이 하자.”라고 다그쳤습니다. 답은 바로 하지 않았지만 입학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삼 세 번 만에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중간에 딸이 다리를 다쳐 하루 결석하게 되면서 정근으로 졸업했습니다.

불교대학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수행이 무엇이며, 부처님 법은 무엇인지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유투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법륜스님이 쓴 책도 여러 권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머리로나마 이치를 조금씩 깨우쳐 가고 있을 때 9-5차 천일 결사 입재식에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나섰다가 얼떨결에 입재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행정진 하겠습니까?”라는 스님의 질문에 “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지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게으름에 빠져 놓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한다고는 했지만 진짜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왕지사 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해 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행 정진하였습니다.

내 삶의 방향을 확 틀어버린 〈깨달음의 장1

중년에 접어드니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명퇴 소식에 ‘나도 언젠가는 명퇴할 수 있을텐데 무엇을 준비하지, 내가 잘하는 건 뭐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몇 년 안에 극빈층으로 전락한다는데... 아이들 대학도 보내야 하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한다는 끝없는 망상으로 두렵고 괴로웠습니다.

게다가 급하고 욱하는 성격으로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며 화내고 짜증 내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괴로움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 〈깨달음의 장〉에서 제 어리석음을 탁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번뇌와 갖가지 망상들을 지리산 자락에 묻어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그렇게 가볍고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할 때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깨달음의 장〉은 제 삶의 방향을 확 바꿔버린 곳입니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수행은 현재진행형

경전반 입학식에서 아내와 함께
▲ 경전반 입학식에서 아내와 함께

불교대학 졸업 후 일찌감치 경전반에 입학 신청을 했습니다. 금강경2을 읽으며 경전반을 기다리다 떠난 가족여행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다리 수술을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나’라는 허탈하고 괴로운 마음도 들었지만 다른 곳은 다치지 않았으니 이만하길 다행이다며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아픈 다리로 출퇴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재활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이 몸 상태로 경전반에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역시나 수업에서 법문보다는 아픈 몸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습니다. 몸에 집착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에도 수행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고요한 새벽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며 참회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지난 1년간 수행하며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픈 다리로 절은 할 수 없었지만,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예불부터 사홍서원까지 집중하며 수행했습니다. 조금씩 몸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300배 정진과 봉사

코로나19로 지금은 할 수 없지만 매주 토요일 아산법당에서 300배 정진하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참여하는 도반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매주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그저 좋았습니다.

법당을 드나들며 그전에 보이지 않던 법당의 크고 작은 일감들이 보이기 시작해 봉사하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불교대학 및 스님 강연 홍보 활동도 큰 부담 없이 시간이 되면 참여하였고,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건 가볍게 툭 던지면 가볍게 받아 준 불교대학 및 경전반 도반들과 봉사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무엇보다 봉사를 통한 나의 쓰임, 나의 존재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준 인도

인도단체사진(오른쪽에서 네번째 문희수님)
▲ 인도단체사진(오른쪽에서 네번째 문희수님)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이후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 것이 정토회 프로그램을 1년에 1개씩 참가하기였습니다. 마침 인도성지순례 참가자 모집을 보았습니다. 완쾌되지 않은 다리가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아픈 다리로 갈 수 있겠냐고 법사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염려가 컸습니다. 나의 욕심에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으니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할 때까지 해 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순례에 참가하였고, 버스로 장시간 이동할 때는 틈틈이 스트레칭하고 도보로 이동할 때는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에 깨어 있으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포기하지 않고 참가하길 잘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인도성지순례를 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부처님의 일생에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이 감동으로 벅차올랐습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가진 것이 너무나 많구나. 그런데도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살았구나’, 라는 저의 어리석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삶에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문희수 님과 인터뷰 중 현재 108배는 이렇게 천천히 하고 있다며 방석을 가져와 보여주었습니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다리는 근육 손실이 커 누가 봐도 아픈 다리였습니다. 그런 역경 속에서도 수행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제 자신도 반성이 되었고, 수행의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글_전혜영(천안정토회 희망리포터)
편집_권영숙(홍보국 홈페이지 운영팀)


  1.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2. 금강경 대승불교 경전의 하나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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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경

맡은 일에 성실히 해나가시는 거사님...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같은법당 도반이라 참 좋습니다.

2020-06-01 15:51:41

권유숙

문희수거사님과 함께한 인도성지순례가 추억으로
떠오르네요.
문거사님의 배려와 솔선수범이 오랜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남아있습니다.
문거사님의 수행담에 제가 힘이 나네요.

2020-05-03 20:05:20

무지랭이

응원합니다 ????

2020-05-01 16: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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