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뉴저지법당
“우리는 온라인 주소줄을 타고 졸업합니다!”

모처럼 만에 뉴저지법당이 아니, 법당 도반들이 분주합니다. 그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차일피일 미뤄졌던 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졸업식 날짜가 드디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는 이곳, 뉴욕∙뉴저지에서 어떻게 온라인 졸업식을 진행했는지, 지금부터 현장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졸업장과 졸업선물 포장은 마쳤습니다.”
“현관밖에 내놓으시면 우체국 발송은 제가 하겠습니다.”
“마스크 꼭 하고 잘 다녀오세요.”
“1년간의 발자취, 동영상 제작은 잘 되어가나요?”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를 대신할 짧은 동영상도 필요합니다.”
“축하 내빈으로 워싱턴의 민덕홍 대표님 섭외 마쳤습니다.”
“흰색 상의로 복장 통일하겠습니다.”

한 달 이상 미뤄졌던 졸업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자 올린 기획서가 승인이 나고, 뉴저지법당 졸업 준비위원회는 무척 바빠졌습니다. 그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범지구적 유행으로 온라인 법회, 온라인 입재식, 온라인 교육 등을 해왔지만,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하는 것은 분명 또 다른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졸업식의 서너 갑절 이상 고민하며 준비했습니다. 교실별로 온라인으로 모여 졸업법문을 미리 듣고, 진행팀은 전날과 당일날 두 번의 사전 리허설까지 마쳤습니다. 자, 이제 개봉박두!

졸업한 원력으로 더욱 행복한 정토세상 만들기를

  •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
  • 북미동부정토회 대표 민덕홍 님의 인사말

졸업생 아홉 분을 포함해 스물한 분이 졸업식장에 입장하였습니다. 정시에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으로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첫 순서로 북미동부정토회 대표 민덕홍 님의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북미동부정토회 민덕홍 대표님
▲ 북미동부정토회 민덕홍 대표님

“심각하고 위험한 시국에 어렵게나마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할 수 있어 다행이고, 저도 그 덕에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업받으시느라 애쓰셨고, 행복의 길로 조금 더 다가섰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이렇게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한 원력으로 나 자신과 세상이 더욱 행복해지는 정토세상을 만드는 발심이 충만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경과보고 중인 뉴저지법당 백은주 부총무
▲ 경과보고 중인 뉴저지법당 백은주 부총무

13년동안 선배 도반들의 발심으로 이어오는 보리수 그늘

  • 불교대학과 경전반 경과보고
  • 졸업생 소개

이어서 북미동부정토회 총무이자, 뉴저지법당 부총무 백은주 님이 뉴저지법당의 역사와 불교대학과 경전반의 경과보고를 하였습니다. 뉴저지법당의 오늘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 13년간 불교대학을 입학해 경전반까지 졸업한 35%의 도반들이 지금 현재도 활동가로, 또는 꾸준한 후원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지난 1년 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담당한 교실담당들의 졸업생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불교대학 교실담당 이영숙입니다. 우리 불교대학 졸업생들을 소개합니다. 흰머리로 위장한 마음만은 14세 소녀 최용 님, 피아노 치는 한의사 최나경 님, 마음을 빚는 도예가 오서운 님, 민머리 음유시인 조기영 님입니다.”

불교대학 졸업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용 님, 최나경 님, 조기영 님, 오서운 님)
▲ 불교대학 졸업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용 님, 최나경 님, 조기영 님, 오서운 님)

“경전반 교실담당 이정인입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경전반 졸업생을 소개합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는 박길림 님, 나는 ‘가톨릭 부디스트’ 자유로운 영혼의 김태순 님, 수행도 오뚜기처럼 정효선 님, 솜씨 끝판왕 이현아 님, ‘나는 딸 바보다’, 동시에 어떤 봉사거리도 마다치 않는 봉사 바보이기도 한 송명석 님 이렇게 다섯 분입니다.”

경전반 졸업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현아 님, 김태순 님, 정효선 님, 송명석 님, 박길림 님)
▲ 경전반 졸업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현아 님, 김태순 님, 정효선 님, 송명석 님, 박길림 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뒤늦게 전달받은 졸업장

  • 1년간의 활동 영상 상영
  • 졸업장 수여
  • 졸업소감 나누기

이어서 이분들의 지난 1년간의 활동이 동영상으로 상영되었습니다. 이 계절에 딱 맞는 ‘벚꽃엔딩’ 음악을 배경으로 그간의 수련, 봉사, 우여곡절 사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우리만 아는 이야기들에 보는 이들 모두 웃음 지었습니다.

▲ 1년간의 발자취 동영상

“다음은 졸업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한가지 양해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진행하는 관계로 졸업장과 선물은 미리 우편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발송하였음에도 우체국 역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 같습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 아직 졸업장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이 점 양해 구합니다.”

졸업장 수여 중인 이정인 님
▲ 졸업장 수여 중인 이정인 님

화면에 졸업장을 띄우고 한명 한명 졸업장 수여 하였습니다. 졸업장 수여는 현재 법사교육을 받고 계신 이정인 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이어서 졸업장 받은 소감을 간단한 한 줄 나누기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마음들이 나왔습니다. “졸업식을 하는 지금 제 마음은 즐겁고, 가볍고, 신납니다.” “제 마음은 감개무량합니다. “지금 제 마음은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 마음은 시원섭섭합니다.”

불교대학은 번뇌에서 헤쳐나오는 힘이 생기는 곳

  • 선배도반의 축하인사

다음 순서는 지난가을,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올봄 경전반이 개강하기를 기다리던 불교대학 선배이자 인생 선배인 오정연 님의 축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축하 인사를 전하는 오정연 님
▲ 축하 인사를 전하는 오정연 님

“안녕하세요 도반님들!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서도 드디어 졸업식을 하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경전반을 가기 위해 저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왔듯이 1년 반 전에 제게도 그런 생각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하루하루가 괴로움에 나도 모르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생각났습니다. 법륜스님을 잘 알지도 못했지만 괴로움이 크다 보니 살기 위해 매달린 것이 정토회였습니다. 지금도 불가사의합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문경에 <깨달음의 장>도 갔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다녀와서도 움켜쥐고 있던 알듯 모를 듯 어슴푸레한 것들이 불교대학 공부를 하며 조금씩 꺼풀이 벗겨짐을 알게 되었고, 스님 법문으로 혼자 경전 공부를 하면서 이치를 알아가게 되니 번뇌로 허우적대는 주기도 짧아지고 잠시 빠졌다가 헤쳐 나오는 힘이 생겼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도반님들! 경전반에서 같이 진리를 공부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저는 불교대학을 다닐 때 수행법회는 거의 안갔습니다. 경전반 개강의 공백 기간 때문에 수행법회를 참석하면서 법문과 도반들과의 나누기에서 시간이 갈수록 받아들여지는 마음이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졸업 도반님들도 수행법회에서 뵙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불법을 만난 우리들은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우리에게 굴러온 복을 온전하게 받아서 자유롭고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툭, 가볍게 마음을 내고 담담하게 걸어가겠습니다

  • 졸업생 대표 졸업 소감 발표
  • 졸업축하 영상 상영
  • '스승의은혜' 합창
  • 공지사항
  • 졸업식 참석자 나누기

오정연 님의 축하 말씀은 사연을 알지 못함에도 뭉클함과 가슴 찡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는 졸업생을 대표해 각 반에서 한 명씩 졸업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입니다. 먼저 불교대학 졸업생 조기영 님입니다.

불교대학 졸업생 조기영 님
▲ 불교대학 졸업생 조기영 님

“저마다의 이유로 모였던, 2019 봄 불교대학 네 명이 졸업을 맞고 보니, 지난 세월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습니다. 나의 업식을 알게 되고, 서로의 다름을 배웠습니다.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이 나를 지배하고 있음도 배웠습니다. 바로 가장 가까운 이가 나의 부처인 줄도 배웠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게, 툭 하고 마음을 내고 쉽게 담담하게 걸어가야 하는 일도 배웠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무엇이 나의 가장 큰 의지처이며, 그 의지하는 마음이 중생심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심지어 그 중생심이 노예근성인 줄도 배워 알았습니다.
억지가 아니라서 내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럴만하게 이야기해주시니 내 마음에 깊이 와닿음이 있고, 내 두려움의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이 가벼워지고 기쁩니다. 교실담당 해주신 이영숙 님, 재수강생으로 우리 초심자들과 함께해준 김윤진 님, 그리고 일 년 동안 함께 한 도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도반들과 함께 많이 배운 일 년이었습니다.”

경전반 졸업생 송명석 님입니다.

경전반 졸업생 송명석 님
▲ 경전반 졸업생 송명석 님

“처음 정토회를 만났을 때처럼 경전반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금강경은 제목밖에 알지 못했던 제가 경전반을 다니며 지식이 아닌 지혜를 깨달아가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경전반 수업이 있는 매주 목요일은 일하는 시간도 신날 만큼 저녁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매주 일요일 법회 참석이 어려웠던 저에게 목요 경전반은 스님의 법문을 들을 소중한 기회였고, 자꾸만 잊어버리는 수행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업식은 늘 앞일을 걱정하고 그 걱정이 불안이 되는 것입니다. 경전반을 다니며 제 업식을 꼭 고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이제 겨우 제 업을 알아차리는 정도까지 왔습니다. 경전반을 이끌어주신 이정인 님, 고마운 도반님들, 저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하니 그 나누기가 제 마음과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리 준비한 축하 마음을 가득 담은 케이크와 꽃다발, 선물 영상이 플레이되었습니다. 다 같이 마이크를 켜고 박수치며 서로서로 “축하합니다!”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 축하동영상

“이번 순서는 지난 일 년 동안 저희를 바른 법으로 안내해 주신 정토회 지도법사 지광당 법륜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스승의 은혜' 합창시 송출 영상
▲ '스승의 은혜' 합창시 송출 영상

스승의 은혜 합창이 끝나고, 부총무 백은주 님이 오늘 이 졸업식을 준비하기 위해 이 시국에도 물심양면 애쓴 분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기다리던 경전반 개강 소식도 알렸습니다. 이어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스물한 분의 나누기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졸업생들이 먼저 하고, 교실 담당자와 참석자 순으로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졸업식이 감동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분, 이제 또 다른 시작을 다짐케 한다는 분, 어서 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끝이 나서 얼굴 보고 얼싸안고 싶다는 분, 졸업했지만 재수강자로 다시 입학하고 싶다는 분 등 모든 분의 나누기를 이곳에 실을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예상보다 긴 나누기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음에도 다들 아쉬움에 한동안 온라인 방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다들 떠난 방에 이제는 소임을 다한 졸업 준비위원회 분들만 남았습니다. 정토회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한 온라인 졸업식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고, 말미에는 수고 많았다, 우리 잘 해냈다 자찬하며 긴 하루를 마쳤습니다.

뉴저지법당 주차장에서 법당 건물로 들어오는 꽃길입니다. 새봄, 도반님들이 이 길을 밟고 어서 오기를 염원하며 길가의 돌을 주워 김요셉 님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 뉴저지법당 주차장에서 법당 건물로 들어오는 꽃길입니다. 새봄, 도반님들이 이 길을 밟고 어서 오기를 염원하며 길가의 돌을 주워 김요셉 님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구상 가장 위험한(?) 뉴욕∙뉴저지에서 저희들은 이렇게 지내고 있답니다. 걱정 많이 하셨지요? 물에 빠진 김에 진주를 캐오는 정토행자가 되라 스승님이 말씀하십니다. 진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슬기롭게 살아내고 있는 ‘신인류’로 불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신인류’ 우리는 정토행자입니다.

글/편집_박승희 희망리포터 (뉴저지법당)

전체댓글 26

0/200

무진덕

정말 정말 애쓰셨습니다.
법당 졸업식보다 준비를 더 하신것 같아요.
한달전 졸업장과 선물 미리 보내셨다는 부분에서 저는 눈물이 나옵니다.

졸업생분들 진심으로 졸업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준비하신 분들께 존경의 박수보냅니다

2020-04-22 12:32:43

문희경

맞습니다 이 시대의 신 인류, 우리는 정토행자입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라인 졸업식! 시작전 우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 감동 대박이었습니다
그 감동이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전해지기까지 여러 도반들의 수고로움이. 우리가 지금 하고있는
모자이크 붓다 입니다. 그때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해주신 승희보살 감사드려요~

2020-04-22 07:20:11

보리안

승희 보살님~
성실하고 생생한 보고서 감사합니다!
'사실의 감동'이 참 잘 전달되었네요~

2020-04-21 12: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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