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상하이법회
상하이 보리수 아래 모인 도반들!

오늘 행자의하루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상하이'입니다. 이곳에는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불모지에 정토법회를 만든 도반이 있고, 매주 250km를 달려와 경전반을 담당해 주는 도반도 있습니다. 허허벌판에 불법의 씨앗을 뿌리고 산고의 시간을 버티며 상하이 정토법회로 거듭나기까지. 이곳에서 불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고마운 도반들 이야기입니다.

2019 법륜스님의 상하이 강연
▲ 2019 법륜스님의 상하이 강연

상하이 보리수 나무의 씨앗!

한 진 님: 중국 상하이에서 홀로 13년을 보내고 여러 굴곡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제게 닥친 여러 상황으로 숨이 멎을 듯한 ‘버거움’이 밀려왔고,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곳에 다다랐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무언가는 잘못되었고 자신만만했던 저도 항상 괜찮을 수만은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큰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느껴질 때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은 저를 지탱해주고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다음 해 〈깨달음의 장〉에 참석했고, 제가 얼마나 거만하고 다른 이의 말을 듣지 않으며 내 잣대로 다른 이를 평가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저는 중국 상업의 중심지인 상하이에 살며 투자 업무를 하는 제 직업 특성상, 언제나 많은 것을 계산하고 유용성을 따지며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감사함을 언젠가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뒤 여러 행사로 다시 찾아간 문경에서 몇몇 도반들이 저에게 장난처럼 상하이에 정토회를 한번 열어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닌데…’ ‘나이도 어리고 결혼도 안 한 내가 어떻게…’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정말 운이 좋게도 문경에서 법륜스님을 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냥 한 번 해보라 말씀하셨고, 제 삶의 멘토인 분의 말을 실행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 후에 상하이로 돌아와서 〈명상수련〉을 다녀온 최수미 님을 알게 되었고, 또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양순선 님의 적극적 지지 속에서 기획법회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획법회는 곧 열린법회가 되었습니다. 법회에 참가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불교대학과 천일결사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항으로 스님을 배웅가서 (한진 님)
▲ 공항으로 스님을 배웅가서 (한진 님)

저는 불교를 종교로서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공부와 수행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법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기 수행 이상의 업무나 불교 의식과 내용을 해야 할 때 심리적으로 싫음도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님의 법문을 듣고 도움을 받은 것처럼, 상하이에도 정토회가 있어 교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 자체가 보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난해, 법륜스님께서 상하이에 오셔서 즉문즉설을 하셨을 때, 그 안에서 새로운 관점을 얻고 마음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진 교민들의 웃음을 볼 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깨달음의 장〉 이후 법회와 불교대학, 스님과 함께한 동북아 역사기행, 〈명상수련〉을 통해 제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업식이 밀려올 때면 그 습관 속에서 헤매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법륜스님께 지혜를 배우기 이전의 마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역사적 굴곡이 있으며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정보, 언론, 사상의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 속에서 심각한 경쟁과 빠른 경제적 변화 속에 내몰려 정신적 공허함을 호소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외국인은 이곳에서 정착할 수 없는 법적, 정치적 환경 속에 더욱 힘든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 몇 분이라도 우리 법회를 통해 행복으로 가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족하더라도 오늘도 그냥 해 봅니다.

강연을 마치고 봉사자들과
▲ 강연을 마치고 봉사자들과

상하이법회, 3년이라는 산고의 시간

최수미 님: 우연히 접한 법륜스님의 책 한 권으로 정토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매력에 빠져 어느 봄,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그해 겨울에는 〈명상수련〉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봄, 상하이에서 기획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알기 전부터 ‘지고의 행복’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고 천일결사를 하면서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지고의 행복을 뛰어넘는 대승적 개념의 행복과 자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한계를 정해놓고 나를 통제하며 좋고 싫음을 분명히 표현하던 내가 무상과 무아를 배우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열린법회에서 상하이법회가 생기기까지 3년의 산고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제게 ‘청정’이 번뇌와 분별심이 사라진 상태임을 알아가고, 도반들과의 화합을 배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상하이 정토회는 그 누구도 아닌 상하이 도반들의 힘으로 만들어져야 함을 깨달으며 저에게 있던 의지심을 허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3년의 시간은 지난하게 느껴지고 굽이굽이 넘어졌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마음의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에 (가장 오른쪽이 최수미 님)
▲ 인도 성지순례 중에 (가장 오른쪽이 최수미 님)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1341차 〈깨달음의 장〉 동기들과의 천일결사 밴드모임, 바라지장과 하안거 때 만났던 도반들과의 인연, 방학 때마다 한국에 갈 때 들르는 대구 정토회의 따뜻한 도반님들, 상하이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들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지부 활동가들 덕분에 저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를 한 발 한 발 실천할 수 있게 해주신 고마운 인연입니다.

이제는 법회로 승격이 되어 경전반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따금 ‘법의 희열’을 맛보며 환희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삶이 불안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생의 방향을 확연히 알게 되어 두렵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하고 이 행복을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봉사를 통해 당당한 수행자로 거듭나다!

이석순 님: 정토회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항상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내가 처한 사항을 비추어 보고 위로 삼으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어떠한 처지에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 당시 모든 것에 대해 불만을 느끼며 늘 남의 탓을 했습니다. 그즈음 근무지가 울산에서 충북 음성으로 변경되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법문을 듣고, 불교대학까지 다니면 힘든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 수업을 들을수록 그동안 괴롭고 힘들었던 것이 남의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근무지가 다시 울산으로 그리고 분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이렇게 옮겨 다닐 때마다 근무지의 법당을 다녔고 결국에는 분당 서현 법당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경전반을 다니고 〈깨달음의 장〉에도 다녀왔습니다.

여러 법당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정토회가 추구하는 수행, 봉사, 보시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선배 도반들의 모습 덕분입니다. 그리고 천일결사 참여를 통해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행복을 유지할 방법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 좋은 법을 많은 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JTS 활동이나 불교대학 홍보와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지만,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행하는 것은 참 힘들었습니다. 2019년 2월, 저는 운이 좋게도 서현법당 도반의 소개로 정회원 수업을 받고 활동하였습니다. 수행자로서는 부족했지만 모둠활동의 모둠장으로, 봄 불교대학 홍보담당도 하였습니다.

평화운동 거리행진 중에 (오른쪽 이석순 님)
▲ 평화운동 거리행진 중에 (오른쪽 이석순 님)

그러다 또 한 번 근무지를 이동하게 되어 중국의 창저우로 오게 되었습니다. 창저우에는 정토법당이 없고 제가 정회원 자격을 얻은 지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된 상황이라 정회원 자격이 상실되고 수행자의 삶을 유지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정토회 홈페이지를 통해 창저우에서 250km 떨어진 상하이에 정토법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비록 거리는 멀지만, 한국에 있는 KTX와 같은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이 걸려 법회에 갈 수 있었습니다. 법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매주 토요일 상하이에 왔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면 마음은 늘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다행히 상하이법회가 작년 10월부터 경전반 수업을 시작했고 제가 그 담당을 지원하였습니다. 봉사를 통해 당당한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래도 중국에 있다 보니 매일 아침 수행이 잘되지 않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제10차 천일결사를 통해 다시 마음을 내었습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항상 부족한 중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시는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사태로 상하이에 가서 법회에 참석하고 경전반 수업을 할 수 없지만,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수업으로 스님의 법문을 듣고 경전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앞으로 제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상하이 경전반 입학식
▲ 상하이 경전반 입학식

상하이에서 뿌리 단단한 보리수 나무를 만나다

윤지혜 님(희망리포터): 저는 호주에서 십여 년을 살며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이민자로서의 어려움을 생활 곳곳에서 느꼈습니다. 늘 바쁜 남편이 나를 더 바라봐주기를 원했고, 언제나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듣고 있는 남편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팟캐스트를 알려주며 거기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으니 한번 찾아서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렇게 팟캐스트에서 우연히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었고 첫 번째 즉문즉설부터 너무 흥미롭고 마음에 와닿아 그 뒤로 올라오는 모든 법문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단순 업무를 할 때나 집안일을 할 때 항상 법문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호주에서 만난 사람들과 제가 경험한 많은 것들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 덕분에 첫아이도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의 일이 중국 상하이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황에서 상하이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발령을 받고 설레던 마음과는 달리 낯선 곳에 또 다시 정착하는 일은 제게 큰 어려움으로 느껴졌습니다. 남편과 싸움도 잦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상하이에 열린법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만삭의 몸으로 살 집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법회를 찾아갔습니다. 이것이 상하이 정토법회와 첫 인연이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분들의 자상한 챙김과 조언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한동안 법회에 참석할 수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아기용품을 물려받으며 알게 된 지인이 불교대학을 같이 다녀보자고 권했습니다. 우리 둘 다 아기도 어리고, 남편의 출장도 잦아 수업 출석률이 낮겠지만 수업의 반만 들어도 어디냐며 함께 의기충천해 상하이 불교대학 주말반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토요일마다 아이들없이 혼자 집을 나와 도반들을 만나고 수업을 듣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상하이 생활의 고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또한 언제나 더 나은 것을 바라는 제 욕심에서 비롯되었으며,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던 중에 어렵게 결심해 다녀온 〈깨달음의 장〉은 제 남은 일생에 가장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더 바라며 살아온 제가 사실은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가운데 윤지혜 희망리포터 (둘째 아이와 함께)
▲ 가장 가운데 윤지혜 희망리포터 (둘째 아이와 함께)

늘 아름다운 미소와 해박함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한진 님, 실수 투성이인 저를 자상하게 이끌어 준 최수미 님, 그리고 멀리 창저우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와서 경전반을 이끌며 삶의 연륜을 나눠주는 이석순 님, 이분들 덕분에 제가 이곳에 있습니다.


희망리포터는 상하이라는 낯선 곳에서 불법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오늘 소개해 드린 도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할 뿐 불법의 보리수나무를 심고 정성으로 가꾸는 정토행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우리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글_윤지혜 희망리포터(상하이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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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모두 대단하십니다~^^

2020-04-15 12:27:17

세명화 고명주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 뵙습니다ㆍ
뭐를 하든 씩씩해보이는 안진 도반님
잇몸 가득 온 얼굴로 웃어서 따라웃게 만드시는 수미 도반님 ? 그리고 10차 부총무 역할로 자주 볼 줄 알았지만 대신 남편한테 소식 많이 전해듣고 있는 안예리 도반님 모두 반갑습니다

2020-04-14 00:00:07

묘향심

가까운 법당거리임에도 수행법회에 참석 못하는게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2020-04-13 22: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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