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대문정토회
세상 다 잃어버린 자에서 이웃에게 행복을 나누는 사람으로

2020년 초 폭풍처럼 몰아닥친 코로나 19의 여파로 정토회 법회와 교육 일정이 얼어붙은 가운데 2020년 봄 경전반 개강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2019 봄 불교대학 입학 후, 불교대학 공부뿐 아니라 매월 거리모금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정토회 활동을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불교대학 졸업을 하게 된 오광석님입니다. 오광석님은 졸업식 소감발표에서 특별한 사연으로 도반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요, 세상 다 잃은 자에서 세상 다 얻은 자로 변모하기까지 오광석님의 수행 경험담을 들어봅니다.

청천벽력같은 아내의 이별 통보, 내 젊은 생애를 부정당한 듯

불교대학 거리 홍보 중인 오광석님(왼쪽)
▲ 불교대학 거리 홍보 중인 오광석님(왼쪽)

작년 12월 19일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처음 맞는 설 명절,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시며 힘들어하셨습니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조금 일찍 어머님 댁에 가보자는 나에게 아내는 ‘이번 설에는 시댁에 가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더군요. 뭔가 이상하다, 예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처음 받은 날이었습니다. 설 미사를 간단히 드리고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에 다녀오는 길에 아내는 ‘그동안 우리의 결혼 생활은 실패인 것 같아’라고 하며 차갑게 말을 했습니다.

이별을 예감한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장모님, 지병이 있는 우리 아버지 등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의 사랑은 견고하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영원할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별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와 성가대 학생으로 만나 결혼까지 이어지며 아내와 함께했던 15년의 세월, 나의 젊은 날, 나의 신앙이 부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이별 과정, 법륜스님 말씀이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와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상담이나 부부 클리닉, 여행 등 다양한 제안을 했지만 다 거부당하였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3월 초였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집에 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며 긴 밤을 지새우는 중이었습니다. 깊은 바다에 빠져 앞도 보이지 않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유튜브에 처음으로 ‘이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였습니다. 언론인 김어준의 쿨한 조언도 위로가 되었지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뜨거운 줄 알면 놓으면 된다는 법문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뭔가 탁 놓아 지면서 잠깐 동안 고통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동안 이루지 못했던 수면 부족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나의 고통이 해소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틈만 나면 계속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출근길 집 앞 전봇대에 법륜스님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강연 오시나? 한번 가봐야겠다’ 하고 자세히 보니 불교대학 수강생 모집 포스터였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법당이 있어 2019년 3월 인천 검안 법당 불교대학의 문을 두드리면서 드디어 정토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습니다. 반야심경1, 청법가, 지도법사님을 향한 3배.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무릎 아프게 앉아서 설법을 듣는 것, 도반의 긴 나눔을 듣는 것,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 법당 청소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을 수행으로 받아들이니 나의 분별심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검암법당에서 오전에 불교대학 수업을 듣던 시간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혼에 대한 결심이 서자 7월 20일 주거 독립을 단행하여 마포구청으로 이사를 하여 마포법당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마포 법당은 전에 다니던 법당보다 인원이 많고 재미있는 분들도 많아 즐겁게 수업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봉사 시간이 부족한 저에게 일을 엄청 시켜주신 것도 고마웠습니다.

봄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마포법당 도반과 함께 – 1줄 맨 오른쪽이 오광석님
▲ 봄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마포법당 도반과 함께 – 1줄 맨 오른쪽이 오광석님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일부러 빽빽한 프로그램을 돌려

아내와 헤어지는 과정이 괴로웠기에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일상에서 제가 집중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았습니다. 가정경제 강의 및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1인기업 운영자로서 비수기인 3월을 맞이하니 더욱 뭔가에 몰두하여 시름을 잊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일요일은 교회 예배, 월요일엔 정토회 불교대학 수업, 화요일에 또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일주일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돈도 쓰면서 살았습니다. 남다른 관점으로 사물이나 관계를 보고 전환을 일으키는 게 좋기도 했고. 나를 치료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나름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상대방이 달라지길 기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함을 깨달아

졸업식 소감발표 중
▲ 졸업식 소감발표 중

지금 돌이켜보면 저의 이런 노력에 가장 큰 응답을 준 것은 불교대학 공부였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신자로서 종교 생활을 했던 저는 아내가 바뀌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관계회복을 바랬습니다. 중심을 못 잡는 아내가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남이 바뀌기를 기대하지 말라. 그것마저 포용하든지, 아니면 헤어지든지 하라는 법문을 듣고 아내는 바뀔 성격이 아니었고, 제가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현상을 꿰뚫어 보고 그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즉문’에 대한 ‘즉설’이 되는 것임을 크게 통감하였습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스님의 ‘쿨’한 가르침은 저를 편안하게 하였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법은 어떻게 보면 냉정하지만 선택의 자유를 주면서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저에게 큰 영향을 준 법문은 윤회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죽어서 윤회를 하는 것이 아니고 고락이 윤회 된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나를 즐겁게 한 그것이 곧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즐거운 일이 있다고 해도 너무 들뜨지 않게 되고, 나쁜 일이 있어도 곧 지나갈 것을 알기에 편안한 상태에 머물게 된 점이 크게 변화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법문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선택을 잘하지 못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좋은 점과 함께 나쁜 점이 따라오는데, 나쁜 점을 수용하지 못하고 항상 좋은 점만을 취하려 하는 욕심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애썼지만, 그 선택이 보통 나쁜 결과로 이어진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를 보면서 내가 참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이제는 최선의 선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선택을 하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저는 항상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강박 때문에 목표를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런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뜻대로 될 수 있다는 오만으로 오다 보니 몸도 마음도 관계도 힘든 시간을 겪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을 통해 바쁜 와중에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틈틈이 명상하며 나를 비우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를 통해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하며,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도반들과 함께 배우고, 수행하게 된 것을 기뻐합니다

경주 남산 순례에서 인천 검암법당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두번째)
▲ 경주 남산 순례에서 인천 검암법당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두번째)

세상 사람들이 행복을 찾도록 도와주는 정토회의 가치는 내 삶의 지향과도 일치해

이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재에 깨어 있는 것에 집중하려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경전반에 입학하여 공부도 하고 천일 결사에도 참여할 것입니다. 정토회에서 지향하는 가치 “괴로움이 없는 삶. 세상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상(上求菩提 下化衆生)은 지금 제가 하고있는 일과도 부합하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는 1인 기업인으로 사회복지기관의 요청을 받아 돈 관리 역량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 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1 코칭을 통해 자금 관리 역량을 키워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한부모나 미혼모들은 언젠가 독립을 해야 하는데 돈 관리 훈련이 안 되어 있고 충동 소비 성향이 있어 저축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예산을 수립하고 결산하는 방법을 코칭하며 돈에 대한 관리 역량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코칭하는 것인데 법륜스님의 가르침과도 부합하며 교육생들에게도 스님 말씀을 많이 인용하면서 법륜스님 말씀을 추천하며 코칭하니 효과도 많이 보았습니다. 1년 이상 꾸준한 코칭을 받은 교육생들이 성공적으로 저축을 한 사례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삶의 현실에 있어 법륜스님 말씀이 많이 참조되고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기독교가 바탕이지만 불교적 수행을 통해서 완성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로스 오버, 즉 불교와 기독교가 이질적인 것 같지만 접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삶,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수행자로서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에 정진할 것입니다.

글_최문영(서대문정토회 마포법당)
편집_서지영(홍보국 홈페이지운영팀)


  1. 반야심경 대승경전의 하나.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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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하시는 일에 정말 보람을 느끼실것 같습니다
어떤 종교이든 핵심을 잘 알아차린 도반님의 수행정진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감사합니다

2020-04-19 14:05:45

황영희

고맙습니다
법륜스님을 만나 지혜로움을배워
크게는 부처님법을 만나
어리석음에서 깨어난 행복수행자
참으로 박수 응원합니다

2020-04-08 10:11:49

자재왕

잘 읽었습니다.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람있고 가치있는 정토행자의 길!
끝까지 함께 가요.

2020-04-08 09: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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