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종법당
내가 바뀌니, 모든 게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사랑을 꿈꾸게 하는 봄날입니다. 여기 봄꽃과 같은 도반이 있습니다. 하얀 목련처럼 소담스러운 미소의 간호사로, 노란 개나리처럼 해맑은 심성의 며느리이자 엄마인 이 분. 세종법당 가을경전반 담당 윤원숙 님이 주인공입니다. 쉼 없이 돌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환한 모습으로 봉사 중인 윤원숙 님
▲ 환한 모습으로 봉사 중인 윤원숙 님

저녁이면 불안해지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저는 언니, 오빠들과 나이 차이가 많아 자랄 때는 아버지, 어머니와만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형제들과의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아버지는 주사가 심해 어머니를 이유 없이 구타하고 욕설하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그런 날은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아버지 술이 깰 때까지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해 질 무렵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이면, 불안해지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명쾌, 상쾌, 통쾌한 즉문즉설을 만나다

2012년 직장동료의 권유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보러 청양에 갔습니다. 질문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시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가슴이 뻥 뚫리면서 상쾌, 통쾌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매일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찾아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들을수록 위안이 되고 좋아서인지, 직접 듣고 싶어 강연장을 찾아다녔습니다.

경전반 특강수련 때 도반들과 함께(왼쪽 첫번째 윤원숙 님)
▲ 경전반 특강수련 때 도반들과 함께(왼쪽 첫번째 윤원숙 님)

아들의 말 한마디에 정토불교대학 입학

그렇게 즉문즉설만 듣다가 정토불교대학을 찾은 이유는 아빠를 평가하는 아들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아빠가 그렇지 뭐~~” 라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아들의 모습에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들에게 아빠에 대한 이미지를 잘못 심어주었구나. 남편과 부딪쳤던 모습이 영향을 주었구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술을 먹지 않을 때는 가족을 잘 챙기는 자상한 가장입니다. 술을 마시면 이유없이 트집을 잡고 말투가 거칠어지며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술 취해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이 밉고 싫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참고 살았습니다. 술 취한 남편 모습에서 친정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더 싫었습니다. 제 무의식은 아버지와 닮은 남편을 바꾸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자 참기만 하던 저는 남편에게 대들며 자주 싸웠습니다. 가족여행도 안 가고 말도 섞지 않으며 남편을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법문을 들으며 저만 힘들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 술 마시는 남편도 힘들었겠구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답답한 부인때문에 참 외로웠겠구나, 느껴졌습니다.

가족여행 중에 오른쪽에서 두 번째 윤원숙 님
▲ 가족여행 중에 오른쪽에서 두 번째 윤원숙 님

정토회 일에 “예, 하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살았습니다. 2015년 봄불교대학을 입학하고,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면서 정토회 프로그램은 다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깨달음의 장1>, 특강수련 등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2016년 봄경전반에 다니면서 JTS 부담당과 사회활동 담당을 맡았습니다. 2017년 경전반을 졸업하고, 봄불교대학 부담당, 2018년 가을불교대학 담당, 2019년 가을경전반 담당도 맡았습니다. 제가 계속 정토회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예, 하고 합니다”라는 명심문을 실천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담당을 하면서 색안경을 벗다

그렇게 담당을 하면서 제게 씌워졌던 빨갛고 파란 색안경을 하나씩 벗어냈습니다. 어린 시절 나이 차이 많은 형제와 떨어져 독불장군처럼 자란 저는 고집이 세다는 걸 알았습니다. 간호사 업무를 하면서도 제가 옳다는 고집으로, 뜻대로 안 되면 화를 냈습니다. 그토록 싫어하던 친정 아버지의 화내는 모습이 제게 있었습니다.

2015년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매일 108배를 하면서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냥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가다 보니,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지금이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법당에서 내려주는 활동과 일은 업무 시간과 조절이 가능하면 그냥 '예~'하고 합니다.

친정아버지와 남편을 이해하다

그런데 남편에게는 잘 엎드려지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과 행동에 무조건 '예~'하는 마음을 내지 못합니다. 남편은 제게 수행과제입니다. 수행과제를 과제인 줄 알고 서서히 어리석음을 알아차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변해 가려고 합니다.

어려운 시절 친정아버지가 가족들을 위해 일하느라 힘들고 외로웠음을 이해합니다. 어릴 때부터 한 가족을 책임져야 했을 남편의 힘듬도 이해합니다. 친정아버지를 닮은 남편의 깊은 외로움과 힘들었을 그 시간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려고 합니다.

제가 바뀌니 가족도 편안해져

제가 변하니 서서히 남편과 아이들도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말투도 부드러워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대답하기 싫은 남편의 질문에도 위트 있는 말로 대답하니, 상대방의 말투도 부드럽고 친절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최근 살림을 도맡으셨던 팔십 넘은 시어머님이 허리를 다쳐 제가 살림하고 출근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 남편이 퇴근하면 맛있는 저녁 상을 차려 놓기도 하고, 빨래도 널어 주는 등 집안일을 하는 자상한 남편이 되었습니다. 상대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제 자신이 바뀌니 모든 게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퇴비 박스를 만들고 있는 윤원숙 님
▲ 퇴비 박스를 만들고 있는 윤원숙 님

음식물 쓰레기 제로 운동이 지속되기를

현재 사회활동 환경 분야 음식물 쓰레기 제로 운동의 일환으로 퇴비화 시범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부터 퇴비 함을 만들어 법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잘게 썰어 발효제에 섞고 흙과 버무려 퇴비화하고 있습니다. 요일별로 만든 아이스박스 속 퇴비 모습이 제각각 달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요일별로 수업했던 도반들의 먹는 습관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퇴비 박스에는 단호박 씨가 들어갔는지 초록빛 싹이 파릇파릇 올라온 것도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살아나는 생명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각 법당과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쓰레기 제로 운동이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잘 쓰이는 행복한 수행자

복지, 환경, 통일분야의 사회활동 담당을 하면서 JTS봉사, 광화문 평화대회, 새터민 나들이, 나비장터, 북한 옥수수 1만톤 보내기 캠페인 등 뜻깊은 활동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정토행자로서 앞으로 해 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의료인 정토회에 들어가 간호사로서 잘 쓰이고 싶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수행의 끈을 놓치지 않고, 정토회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따라 가겠습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감사합니다.

글_길현정 희망리포터(천안정토회 세종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1. 깨달음의 장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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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정말로 이러한 모습이 진실된 모습이셨길 믿고 싶습니다. 같은 간호사로서 다른 밑에 직원들을 괴롭히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선생님은 다른 밑에 간호사들에게 어떠한 선임이었는지 정말 여기 내용처럼 이러한 분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2023-04-03 02:33:27

김용운

항상 법을 따라 행하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 집니다

2020-04-23 21:44:43

하지연

남편이 수행과제라고 하는 행자님의 글을 보며, 제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행과제이며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에게는 엎드려지지 않습니다. 과거에 그렇게 좋아서 연해하고, 결혼한 사람이 맞나 싶습니다...참회하고, 수행하겠습니다.

2020-04-03 1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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