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앨라배마법당
지금 앉아있는 이곳이 마음을 닦는 도량입니다

미국 앨라배마에는 ‘정토회’ 간판을 단, 봄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예쁜 단독주택이 한 채 있습니다.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정토 열린법회에 참석하느라 2시간 30분 거리를 백일마다 오가고, 그 후 도반의 집으로 열린법회를 다니다 결국에는 본인의 집이 법당이 되어버렸답니다. 그 세월이 5년이 되니, 이제는 법당 불사의 꿈도 꾸어봅니다. 오늘은 앨라배마법당 용수진 부총무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앨라배마법당 현관
▲ 앨라배마법당 현관

기 센 어머니 회장이 두북 수련원 봉사자가 되다

제가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에서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였습니다. 당시 첫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반 어머니 회장까지 맡게 되어 선생님 눈에는 엄청나게 설치는 엄마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운을 좋은 데 쓰라는 의미로 선생님께서는 저를 정토 두북 수련원으로 자주 부르셨습니다. 그 담임 선생님이 울산정토회 이경숙 님입니다. 학교였던 두북 수련원에는 들꽃들이 많았고 풀을 메어주고 씨를 뿌리는 일을 해야 했는데 드센 제가 딱 제격이었지요. 스님 법문은 좋았지만, 법당 일에는 참여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도반들과 같이 관계 맺고 일을 하는 게 제 눈에는 많이 불편해 보였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풀을 메고 수련원을 가꾸는 봉사만 4년을 했습니다.

왕복 5시간 운전도 두렵지 않았던 법당 가는 길!

그러다가 어찌어찌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니 말은 통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대부분 교회에서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에 번뇌가 많을 무렵, 한국에서 하던 천일결사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당시 해외사무국 국장이었던 김순영 님께 천일결사 기도집을 보내 달라고 하였습니다. 혼자 기도를 하니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애틀랜타에 정토 열린법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2시간 30분 거리를 백일마다 오갔습니다. 기나긴 장거리 법회를 몇 년을 다니다, 같이 애틀랜타 법회에 다니던 임선희 님이 본인 집에서 열린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저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 수행하고 싶어 신문광고를 내고 집에 가정법회를 준비 중이었는데, 우선 임선희 님 댁에서 함께 열린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임선희 님이 갑자기 타 주로 이사를 하게 되어 그때부터 저희 집에서 열린법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대로 저희 집이 법당이 되었습니다.

2019년 가을 불교대학 입학식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용수진 님)
▲ 2019년 가을 불교대학 입학식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용수진 님)

낯선 땅, 미국에 보리수나무를 심다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미국 현대자동차에 남편이 입사하게 되어 오게 된 앨라배마에 불법을 전하는 첫 수행자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보리수나무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첫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도반이 늘지 않음에 작아지고, 위축되어 갔습니다. 매달 다른 법당 총무님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마음을 나누고 수련을 통해 조급한 내 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지난 무더운 여름날 어느 부부 도반이 법당을 찾았습니다. 눈매가 하회탈 같았는데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남편분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부부는 미국에 시집온 딸아이의 둘째 손주를 보러온 김에 이곳에 정토회가 있다길래 와 보았다 하셨습니다. 당신도 한국에서 군인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일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해 여름, 조그만 가정법회에 도반도 얼마없는 곳을 부부 도반은 여러 차례 방문하였습니다. 부부로부터 좋은 말씀을 듣게되어 자리 지키고 있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 중.
▲ 불교대학 수업 중.

봉사하며 수행하는 내게 왜 이런 시련이…

저는 법회 일을 하며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상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왜 봉사하며 수행하는 내게 이런 시련이 있는지’ 하며 오열한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엄청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은딸이 미국 아이들과 빈집에 들어가 파티를 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행동들이 있었고 그 영상을 SNS에 올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을 알아보니 파티 영상을 올린 딸 아이 계정을 반 아이가 해킹하여 입에 담지도 못할 유언비어를 퍼트렸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아이를 감싸야 했고 이를 악물어야 했습니다. 매일 기도를 하며 방석을 눈물로 적시면서 그 힘든 시간을 견디었는데 아이가 외로워서 그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도 대학에 가고 없고 엄마도 자기를 살뜰히 챙기지 않으니 친구들에게 목을 매었던 겁니다. 그 다음부터 매일 죽어라 절만 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참회의 절을 하였습니다.

법회 후 도반들과 (앞줄 가장 오른쪽 용수진 님)
▲ 법회 후 도반들과 (앞줄 가장 오른쪽 용수진 님)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처음에는 활동가가 저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네 명이나 있어서 정말 든든합니다. 작년 가을 불교대학을 개강하여 여섯 명이 불교대학을 다니며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정법회를 꾸린지 어느덧 5년째입니다. 이제는 저희도 따로 법당을 마련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인연에 맡기고 도반들과 수행정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둘 생각입니다.

중생 중의 중생인 제가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다고 이 길을 갑니다. 이곳에서 힘든 타향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이민자들이 불법 만나 저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변화된 삶을 사는 수행자가 되는 것이 최고의 전법이라는 말처럼 오늘도 저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의 길을 갑니다.


“여보게, 어떤 사람이 논두렁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네.
그곳이 절이야. 이것이 불교라네.”

해외에는 아직 수행하는 도반 수도 적고, 환경도 열악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 드린 용수진 님 같은 도반들이 척박한 땅 여기저기에 보리수나무를 심고, 많은 인내와 노력으로 보리수나무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1차 만일결사, 30년이 지난 지금은 조그맣게 생긴 그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도반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더 큰 보리수나무 그늘을 만들어 더 많은 정토행자들이 모여앉는 그 날까지, 2차 만일결사의 블루오션, 해외정토회를 응원해주세요!

글_용수진 (앨라배마법당)
정리_김선태 희망리포터 (버지니아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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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남

응원합니다
글 읽으며 마음이 찡하네요
홧~~팅입니다

2020-10-23 16:00:46

금강지 ( 호주퍼스)

보살님 화이팅이요 ~
해외에서 활동하시는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일인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2020-03-26 06:24:13

다람쥐

중생중의 중생이란 말이 재밌네요
왠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동지의식이라고나 할까 ㅎㅎ

2020-03-25 08: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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