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운정법당
나를 공부시키러 찾아온 보살님

일산법당에서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마치고, 파주법당 불사담당을 맡아서 개원했습니다. 파주법당에서 활동하다가 신생법당인 운정법당의 초대 부총무 소임을 잘 마무리 하고 회향했습니다. 이제는 통일특위 활동을 시작한 최수영 님. 어떤 소임이든 척척 맡아서 해 온 최수영 님을 만나봤습니다.

운정법당 최수영 님
▲ 운정법당 최수영 님

10년을 내 문제 풀러 다녀봐도...

10년이 넘도록 답을 찾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여기저기 기웃거렸습니다. 결혼 후 저의 화두는 ‘다름을 인정하기’였습니다. 남편은 과묵하고 말이 없고 저와 성향이 너무 달라서 결혼 후 바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를 풀어 보자고 온갖 강습, 강연, 인문학 강좌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잡다하게 주워들은 것은 많았는데 정작 본질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정토회를 알게 되고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전혀 다른 관점

대부분의 다른 강좌에서는 상대를 분석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 많았는데 불교대학에서는 오로지 관점을 나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관점이 충격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상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일으킨 분별에 내가 힘들어할 뿐이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불교공부를 하면서 첫 번째 가피를 입은 셈입니다. 남편 덕에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저를 공부시키러 온 보살님이였나 봅니다.

큰아이에게 잔소리하고 괴롭히다

큰아이는 남편과 성향이 비슷하고 둘째는 저와 비슷합니다. 남편에 대한 분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큰아이를 남편과 동일시해서 잔소리하고 괴롭혔습니다. 성장기에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움츠린 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랐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다행히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큰아이를 괴롭히던 것을 그만두게되어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맙습니다.

통일의병대회(아랫줄 가운데 최수영 님)
▲ 통일의병대회(아랫줄 가운데 최수영 님)

생각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

수행을 위해 봉사 소임을 맡으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수행적 관점으로 받아들이며 평온하게 바로 보겠다고 머리로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지칠 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너무 힘들게 느껴지고 그만두고 싶을 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나눔의 장〉, 〈명상수련〉, 〈깨달음의 장 돕는이 수련〉을 다녔습니다. 수련을 하면서 제 부족함이 보여 힘들었지만 갈수록 그런 제 모습을 직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재미

제 수행과제는 '다름을 인정하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당 부총무 소임은 도반들간의 에너지 충돌과 갈등을 지켜보며 '다름을 인정하기'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재미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반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보기’ 이 수행과제가 온전히 풀렸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지만, 소임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소임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함께 해준 모든 도반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통일의병대회(오른쪽 두번째 최수영 님)
▲ 통일의병대회(오른쪽 두번째 최수영 님)

엄마, 종이접기 배워보는 게 어때요?

부총무 소임을 내려놓고 집에서 휴식 기간을 가졌습니다. 몸은 잘 쉬고 있지만 입은 쉬지 못했습니다. 법당에 매일 출근하지 않게 되니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잔소리가 많아진 것입니다. 어느 날은 둘째 아이가 “엄마, 종이접기를 배워보는 게 어때요?” 이러길래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법당 안 나가고 집에서 잔소리가 많으니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라는 아이의 충고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기도하면서 바로 참회했습니다. 그제야 법당에 매일 출근하면서 법문 듣고 나누기하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수행자의 자세를 유지하는 원동력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 돕는이 수련> 참가(가운데 최수영 님)
▲ <깨달음의 장, 돕는이 수련> 참가(가운데 최수영 님)

수행자로서 일상을 유지해나가는 버팀목

그렇게 법당 생활하다가 집에서 한 달여 가까이 혼자 수행기도하며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스멀스멀 예전 습관이 올라오면서 생활이 흐트러졌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행일기입니다. 매일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나 느낌을 짧은 나누기가 아닌 일기형식으로 꼬박꼬박 정리해보자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읽어볼 수 있도록 저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수행기도 하고 수행일기 쓰는 것으로 수행자로서 일상을 유지해나가는 버팀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최소한 단 한 명에게라도

부총무 소임을 회향하고 통일특위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통일특위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제가 행복해지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고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특위 활동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단 한 명에게라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법당 모둠장 교육(뒷줄 오른쪽 끝 최수영 님)
▲ 법당 모둠장 교육(뒷줄 오른쪽 끝 최수영 님)


인생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처님의 이 말씀이 너무 좋아요. 요즘에 더욱 새록새록 와 닿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표정에서 부총무 소임을 마치고 새롭게 통일특위 활동을 앞둔 최수영 님의 새로운 발심이 느껴졌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운정법당이 신생법당에서 이렇게 성장하기 까지 최수영 님의 노고가 와 닿았습니다. 운정법당 도반들 모두의 마음을 담아 감사와 응원을 전합니다.

글_전기돈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운정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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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감사합니다

2020-02-28 20:40:30

한인오

파주법당 개원불사를 해주신 선배도반님들께 파주법당에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공부할 수 있었음을 늘 잊지않고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0-02-27 20:07:40

혜정화

반가운 사진이 있어서 보니 최수영보살님 수행담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2020-02-22 22: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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