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법당
"엄마, 집착한다고 스님한테 혼난데이~"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학생으로 천일결사 모둠장을 하고, 인도성지순례 조장을 맡은 덕분에 괴로움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이용숙 님.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주인공의 수행 여정으로 함께 떠나 봅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주인공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주인공

108배, 부모에 대한 원망이 고마움으로

부모님 고향은 강원도입니다. 아버지는 외동으로, 일하기 싫어하고 도박을 좋아하며 살림은 뒷전이었습니다. 엄마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서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탄광촌이라 광부들 밥해주는 함바집을 하고, 밥집이 잘 안 되는 때는 생선을 이고 다니며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일하러 가길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를 하면, 아버지는 그런 섭섭함을 쌓아두었다가 술 마신 뒤 주정하며 싸웠습니다. 그 사이에서 맏딸이라고, 어머니는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길 바랬습니다. 놀고 싶은데 동생을 돌보라 하니 업힌 동생을 꼬집어 울리고, 설거지하면 사기그릇을 깨는 등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이런 저와 달리 바로 밑 동생은 아래 동생들도 잘 보고 엄마 일도 잘 거들어주니 비교당하며 혼나기가 일쑤였습니다. 동생이 몸이 약해 자연스레 더 챙길 수밖에 없었을 텐데 어린 마음에 엄마가 동생을 더 이뻐하는 듯 느껴지고 저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업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구미로 와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녔습니다. 강박증이 있어 정해놓은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해서 이익이 될 것 같은 몇몇 사람과만 친하게 지내고 그 외 대인관계는 피했습니다.

친정 어머니와 함께
▲ 친정 어머니와 함께

10여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염할 때 미안한 마음이 밖으로 터져 나와 펑펑 울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법륜스님 행복톡을 보내준 것을 계기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습니다. 법문 중 자식은 엄마 꼬락서니를 닮는다는 말씀이 생각나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2016년 1월 1일부터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절하는 동안 원망과 후회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절이 끝나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아 새벽을 기다리며 절을 했습니다. 하루는 기도하다 갑자기 아버지도 자식한테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겠다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고마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일 년 반 정도 하다 보니 부모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변화하는 자신이 신기했습니다.

행복한 대화 봉사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
▲ 행복한 대화 봉사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

탈모까지 온 직장생활 그리고 정토불교대학

중소기업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데, 일만 잘하면 인정받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여기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성격이 직설적이고 주장이 강하지만 주어지는 일을 잘하니 고정 업무 외 회사에 필요한 모든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거기서 비롯되는 기존 작업자들과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도, 휴무일도 일정치 않고 개인 볼일 보려고 잔업하지 않고 나오면, 나중에 감원할 때 참고하겠다고 말하니 그 말이 협박처럼 느껴졌고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평하게 쉬면 좋은데 그게 잘되지 않으니 남보다 더 놀고 덜 노는 것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것 같아 화내고 짜증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의감에 불타 주장을 하다 보니,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저는 늘 손해 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웠습니다. 동료들을 한심해하며 회사에 전투태세로 가니 잠도 잘 자지 못하게 되고 원형탈모가 왔습니다. 치료를 받던 보름 만에 머리가 몽땅 빠졌고, 평소 머리에 집착이 강한 터라 더욱 절망했습니다. ‘회사 때문에 이 꼴이 되었으니 머리가 원상회복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는다.’란 생각으로 모자 쓰고 치료받으며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어느날 새해가 되어 고마운 일 10가지를 써보라고 하는데, 단 한 가지도 고마운 일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정토불교대학을 알게 되어 아들한테 부탁해 2018년 불교대학 신청을 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구미법당 정초 순회법회 (중간 줄 왼쪽에서 두 번째)
▲ 구미법당 정초 순회법회 (중간 줄 왼쪽에서 두 번째)

나만 나를 인정하지 못해 괴로운 것을 깨닫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식을 갔는데 생각과는 달리 어색하고 서먹했습니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남한테 해 본 적도 없고, 포장해서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던 때라 처음엔 나누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진행한 불교대학 1박2일 수련 중, 300배를 하고 ‘용숙아 사랑해.’ 하며 제 자신에게 편지를 썼는데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사는지, 진짜 행복하게 사는지 살펴보라! 남들은 다 나를 인정하는데, 나만 이상 속의 나를 꽉 움켜쥐고 현실의 나를 인정하지 못해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 괴로웠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아들도 남편도 다 제 말이 맞다고 하니 가족은 다 맘대로 되는데, 회사만 가면 여전히 괴로웠습니다. 그 당시 불교대학 과제가 사성제, 고집멸도를 생활에 접목해 보라는 것이었는데, 고집멸도를 회사에 접목시키니 더 이상 회사 사람들 때문에 괴롭지는 않았습니다. 지옥 같던 회사생활이 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사진
▲ 가족사진

아픈 남편과의 사별, 재혼으로 인생 2막

20대 초반 회사 신입 관리자한테 온통 마음을 뺏겨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콩닥거림도 잠시 그 오빠가 집안 소개로 간호사와 결혼하여 호주에 이민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성으로 다가갈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아버지께 원망을 퍼부었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묻은 채 회사에서 저를 좋다고 따라다닌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어느날 남편 감기 증세가 오래되어 병원에 갔더니 임파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젊은 사람이 너무 늦게 왔다며 의사 선생님의 꾸지람을 듣고 3년을 투병하다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세 살 많은 총각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웃는 모습과 단발머리가 이쁘다며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지금 남편은 여태 한 마디 불평불만 없이 잘합니다. 막내 딸은 현재 남편하고의 아이입니다.

아이들이 정토회와 인연 맺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아들과 딸한테 정토회 관련해서 뭘 할 게 있으면 해 달라고 합니다. 문경수련원은 음식도 공기도 너무 좋아서 애들이 오면 좋겠다는 집착에서 못 벗어나 스님께 질문한 적도 있습니다. 아들이 취직하기 전 백일출가 하라고 문경수련원에 데려갔는데 자기는 그럴 뜻이 없다며 강하게 거부해 그냥 돌아왔습니다. 엄마의 욕심과 집착이 지나쳤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인도성지순례 중 조 깃발을 들고
▲ 인도성지순례 중 조 깃발을 들고

암을 앓는 큰아들, 인도성지순례로 가벼워지다

첫째 아들이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폐에 이상소견이 보여 정밀검사를 했더니 림프종이라고 했습니다. 언제 발병했는지도 모르고, 특별한 치료약도 없지만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잘 유지하면 늙을 때까지 살다 이 병명으로 사망한다는 말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출발 이틀 뒤에 아들이 치료하러 병원 가는데 인도를 가도 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 엄마를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했는데, '이미 가려고 했던 거니 다녀오라'고 가족들이 이야기했습니다. '애 때문에 인도 못 갔다면 애가 불편해할 거니 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성지순례 2차 교육받고 조장 소임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2차 교육 후 소임을 분배하는데 조원들이 다 알아서 하니 조장이 별로 할 것도 없고 아주 어렵지 않겠다 싶어 부담감을 덜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에서 질문하는 모습
▲ 인도성지순례에서 질문하는 모습

성지순례 기간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새벽예불 시간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 갔는데 어린이들이 너무 예쁘고 길거리에 있는 애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스님이 노력하시니 가난한 사람도 저리 변하는데 부처님은 왜 뱃사공을 교화하지 않고 날아서 강을 건너셨을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스님께 질문도 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큰아들이 병을 알고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될까’ 부담스러웠겠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수행하지 않았다면 저도 괴롭고 주위 사람도 힘들게 하며 난리를 피웠을 텐데 수행을 하니 쉽진 않지만 받아들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제야 아들로 인한 괴로움이 내려지고 조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조원을 챙기지 못해 너무 눈치가 보이고 미안했습니다.

JTS 거리모금 중 (제일 오른쪽)
▲ JTS 거리모금 중 (제일 오른쪽)

모든 게 고마워진 마음

평소 집에서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틀어놓고 지냅니다. 애들도 그걸 귀동냥으로 들었는지, 막내딸이 수능 끝나고 바로 운전면허 딴다고 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스무 살 넘으면 부모에게 빚이니 미성년자일 때 따놓으려 한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자기들 일에 간섭한다고 느끼거나, 제가 너무 크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모든 일을 다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 “엄마 집착한다고 스님한테 혼난다. 아직 멀었어. 도 더 닦아야 돼.” 이것이 요즘 우리 집 유행어입니다.

예전에는 고마운 마음이 하나도 없었는데 요즘은 모든 게 고맙습니다. 아들 아픈 것이 속상하지만 알게 되어 치료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정진하면서 저를 알아가니 직장 동료들과 갈등이 많지 않아 좋습니다. 도반들 덕분에 경전반까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고, 작으나마 소임을 맡아 봉사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 답답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인정하며 앞으로 한 발 한 발 부족한 면을 채워나가겠습니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남을 위해 조금이나마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글_도경화 희망리포터 (달서정토회 구미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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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만

이제야 읽어보니 감동입니다!
제가 다 울컥합니다!
꾸준히 정진하시어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행복을 누리며 사시길 기원합니다()

2020-03-01 21:16:11

이지훈

감사합니다

2020-02-28 20:12:19

박수경

보살님의 감동적인 수행담 감사히 읽었습니다.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하게 잘 쓰이시리라 믿습니다. 귀한 이야기를 모두를 위해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0-02-23 13: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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