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도법당
시키는 대로 가르쳐 주는 대로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흥청망청 즐기면서 사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았습니다. 브레이크가 없던 삶은 결혼 후 아내와의 갈등에서 탈선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집은 지옥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토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시키는 대로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경전반 특강수련에 참가한 남상원 님
▲ 경전반 특강수련에 참가한 남상원 님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큰돈은 벌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편안하게 살았습니다. 놀기도 좋아하고 친구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 성격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밤새 술 마시면서 유흥을 즐기느라 날 새는 줄도 모르면서 놀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실수를 하는 날이면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하면서 반성은 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다독여주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속으로 곪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무런 문제없다고 생각하면서 흥청망청 즐기면서 사는 게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깊은 상처로 서로 멀어지고...

결혼 후, 집사람과 갈등이 생기기 전까지 반복되는 어리석은 생활을 했습니다. 집사람과 조금씩 의견 충돌이 생기고 내 생각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해 할 말 못 할 말을 쏟아붓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정신 차리면 ‘이러지 말아야겠다’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반복했습니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도 서로 멀어져 간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바라지장>에서 오른쪽 남상원 님
▲ <바라지장>에서 오른쪽 남상원 님

지옥같은 내 집

언제부터인가 집사람이 좀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이 밖에서 일하고 들어와도 방에서 나와보지도 않고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방안에 틀어 박혀서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었습니다. 한집에는 살고 있지만 대화는 없어지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니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대로 밖으로 돌고 그러다 술 마시고 들어오면 화가 나서 사람이 들어오는지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마디 하면 곧바로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니 집이 편한 곳이 아니라 집에 들어가는 게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관심보다 말싸움이 낫다

나중에는 말싸움이라고 하면 좀 그나마 나은데 아예 무관심으로 살아가니 ‘이게 뭐 하는 건가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입에서는 웃음도 사라지고 마음은 무겁고 이 생각 저 생각 잡생각만 들어 잠을 쉽게 못 잤습니다. 피곤하고 잠이 안 와 술 한잔 마시고 잠들고 하면서 삶은 점점 무거워지고 피폐해졌습니다.

가을불교대학 졸업식
▲ 가을불교대학 졸업식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고...

서로에게 대화도 없고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졌습니다. 오해로 시작된 조그마한 말싸움이 나중에는 큰 일로 벌어졌습니다. ‘같이 사네 못 사네’ 하다 보니 ‘이렇게 사느니 이혼해서 편하게 살아 보자’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 걸 잊고자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가면서 잊어버리려고 했으나 오히려 더 힘들어졌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집사람은 갱년기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갱년기와 우울증이 같이 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남자만 있는 집에서 자라 여자들의 갱년기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너무 무관심했고 무지했던 것을 후회할 땐 이미 늦어 버린 후였습니다.

상대가 잘못했는데 왜 나를 숙이라고 하지?

그러던 중 이렇게 살아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았습니다. 도움이 되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 인터넷 강연을 듣다가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말씀은 현실적이고 직설적이어서 바로 따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즉문즉설을 들으며 의문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했더라도 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라는 말씀이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해야 할까?’ 이런저런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삶을 바꾸는 정토불교대학이라는 전단지를 길거리 게시판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통일의병 매주 토요일 천배정진
▲ 통일의병 매주 토요일 천배정진

법당에 부처님 사진만 휑하니...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찾아보았습니다. 때마침 사는 곳 가까운 곳에 법당이 있기에 무작정 등록을 했습니다. 산에 다니면서 지나가는 길에 절에도 잠깐 가보고 해서 대충 법당이 이럴 것이다 생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법당이란 곳이 불상도 없고 덩그러니 부처님 사진 한 장 있고 휑했습니다.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왕지사 다니기로 했으니 좀 다녀보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불교대학을 입학하고 나서 강의시간에 법륜스님이나 그곳에 계신 분이 가르쳐주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뜬금없이 스크린이 내려오더니 화면으로 영상공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기에 좀 더 지나면 뭔가 다른 것이 있겠지 하면서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꾸준히 지도법사님 법문도 듣고 생소한 마음 나누기를 하는데 낯설고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물론 지금은 마음 나누기가 제일 좋습니다. 한번 두번 조금씩 하다 보니 희미하게나마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자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법당에 다니니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회에 배운 데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좋아하던 술도 줄이지 말고 ‘아예 딱 끊어버리자’ 마음을 먹었더니 딱 끊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단주를 시작했습니다.

9-10차 천일결사(앞줄 맨왼쪽 남상원 님)
▲ 9-10차 천일결사(앞줄 맨왼쪽 남상원 님)

조금씩 머리를 조아리며 낮추어보자

술 끊는 일보다 오히려 친구들과 선배들 그리고 직장동료들이 매일 술 마시자는 연락이 와서 피하느라 오히려 그게 더 힘들었습니다. 때마침 9-8차 천일결사 입재를 했습니다. 매일 108배 수행을 꾸준히 빼먹지 않고 하였습니다. ‘조금씩 머리를 조아리며 낮추어보자’하면서 수행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깨달음의 장>이란 것을 계속 얘기하길래 호기심이 생겨 자의반 타의반으로 갔습니다.

내 마음의 안식처를 찾다

〈깨달음의 장〉에 가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고 나밖에 모르고 살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다 부질없고 다 놓아버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금 지난 후에는 〈바라지장〉이란 것이 궁금해서 가보니, 잘 쓰이고 편히 쉴 수 있고 마음 편히 지낼 곳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같이 돕는 이로 일하던 도반들의 마음나누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했던 일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덤덤히 말해주었습니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JTS 거리모금
▲ JTS 거리모금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

모든 일은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었더라도 꾸준한 수행을 통해 이겨낸 도반들을 보며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JTS거리모금과 불교대학 홍보를 하면서는 분별심을 내는 내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하던지 나는 내가 맡은 소임을 하면서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은 그런 마음이니 그리 알면 되겠다.’ 하고 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소중한 인연

어느덧 가을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얼떨결에 가을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분들을 과연 잘 모실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내 생각일 뿐 이것 또한 내가 갖고 있는 분별심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분들과 저와의 인연이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지만 한 분 한 분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배우고 느꼈던 것을 불교대학 도반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안내자 역할을 잘해나가면서 해답을 찾아나가자는 마음으로 함께 꾸준히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어지럽고 힘들어서 우연히 정토회에 들어왔는데 시키는대로 가르쳐 주는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발심행자가 되었습니다. 어디까지 흘러갈지 어떤 곳에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도착하는 그날까지 꾸준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심행자의 서약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어제대로 좋았고 오늘은 오늘이라서 좋습니다. 살아가는 의미를 너무 부여하지 않고 조용히 들뜨지 않도록 수행자로서 삶을 여여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수행자란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마음에 괴로움이 없고 마음에 미움이 없고 마음에 슬픔이 없는 상태의 사람입니다.” 지도법사님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경주남산순례(가운데 앞줄 남상원 님)
▲ 경주남산순례(가운데 앞줄 남상원 님)


남상원 님의 수행담을 듣고 ‘우리들 사는 모습이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진솔하게 나눠준 수행 이야기가 제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함께 동행하는 도반이어서 감사합니다. ‘도반이 전부’라고 한 말이 떠올라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글_남상원(인천정토회 송도법당), 황정의 희망리포터(인천정토회 송도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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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경

가정은 화목해졌는지 궁금합니다

2021-01-25 10:07:35

무지랭이

*^^*

2020-02-26 11:05:21

황소연

어제는 어제여서 좋고 오늘은 오늘이여서 좋다는 말에 모든게 다 들어있네요(_)

2020-02-09 14: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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