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주1일봉사
서초법당, 삼인 삼색 공양간 이야기

법당의 모든 일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이루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대중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공양간1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공간입니다. 누가 대중의 공양을 책임지고 운영을 하는지, 그리고 정성이 가득한 공양물의 비법까지 ‘우리 법당 바로 알기’를 위해 밀착 취재를 해 보았습니다

서초법당 공양간에 ‘주 1일 봉사’ 가 도입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전에는 공양주 한 분이 담당을 맡아 공양간의 모든 일을 책임을 지고 운영했었지만, 지금은 요일 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요일에 책임자가 되어 공양간을 운영합니다.

요일 담당들은 매주 회의를 하고, 그날그날 공양간에서의 일을 공유합니다. 새로운 메뉴, 대중의 반응 등에 관한 점을 공유하고 문제점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개선하면서 체계를 견고히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의 모든 일은 수행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공양간에서도 먼저 봉사자들이 모여 공양간 안내문을 읽고 나누기를 한 후, 메뉴에 대한 설명 그리고 봉사자별 일 나누기하면서 시작을 합니다.

공양간은 새벽에 공동체부터 저녁 팀까지 각각의 시간 때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해야 하므로 식자재 구매부터 시작해 음식물 쓰레기, 사용하는 물의 양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봉사자들이 공양간 안내문을 읽고 마음나누기를 한다.
▲ 봉사자들이 공양간 안내문을 읽고 마음나누기를 한다.

공양 음식을 만드는 원칙

환경을 실천하는 정토회에서 ‘쓰레기 없는 공양간’을 만들기 위해서 철저하게 계획, 관리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0(zero)’으로 하기 위해 재료는 다듬을 때부터 껍질 채 먹도록 준비하고, 시든 야채 부분도 썩지 않았으면 사용합니다. 딱딱한 심지나 야채 꼭지 부분만 남기고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용을 합니다. 부득이하게 나온 쓰레기는 잘게 다져서 퇴비화를 시키고 지렁이 밥으로 활용합니다.

위와 같이 시작부터 끝까지 관리하기에 100인분 준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500g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늘 연구합니다. 공양간에서는 물도 아껴 씁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공양을 준비해야 하는 바쁜 와중에도 재료를 씻는 물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그 물을 모아 마지막 바닥 청소에 사용합니다.

공양간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은 파, 마늘, 부추와 같은 오신채와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볶는 음식을 하는 경우에 기름을 쓰게 되면 설거지 하는데 물을 많이 낭비해서 기름보다는 자체 수분을 이용해 음식을 만듭니다.

일지 쓰기를 철저히 해서 그날그날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의 재고를 확인하고 대중 공양에 사용할 양을 예측합니다. 요일별 반찬은 겹치지 않도록 하고, 계획에 없는 대중들이 주시는 음식물 보시도 받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2찬 1국를 기본으로 해서 음식을 준비합니다. 식자재는 경상남도 두북에서 농사지어서 올라오는 것들을 먼저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제철의 저렴한 재료들을 구해서 정갈하게 공양을 만들어 냅니다. 요일마다 공양하는 이들이 달라지는데, 화요일과 목요일은 불교대학 수업이 있어서 불교대 학생들이 많고, 수요법회가 있는 날이면 노보살님들을 고려해서 되도록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만듭니다.

오늘의 요리, 나물 반찬, 샐러드
▲ 오늘의 요리, 나물 반찬, 샐러드

시간대별 공양간의 이모저모

점심 공양을 중심으로 시간대별 공양간의 이모저모를 취재해보았습니다. ‘요일 담당’은 사전 준비 시간, 공양 시간, 공양 후 마무리 시간을 잘 분배해서 책임을 집니다.

점심 공양은 대략 11시 45분부터 시작되어 12시 30분 사이입니다. 10시부터 사전 준비를 시작합니다. 요일 참여 봉사자들이 모여 간단한 회의를 하고 그날 준비할 음식의 레시피2를 전달받고 그에 따라서 각자 일감을 나누어 공양 준비를 시작합니다.

준비 단계 10시 – 11시 45분

봉사자들이 모여 각자 일감을 나눕니다. 쌀 씻고 밥을 짓는 사람, 재료를 다듬고 요리할 사람 등 각 봉사자에게 골고루 일감을 나누는 회의가 끝나면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일하는 동안에는 각자 맡을 일을 집중해서 수행합니다. 대화는 줄이고 필요한 말만 합니다.

쌀 씻은 물로 EM으로 만들거나 설거지에 사용하도록 한곳에 모아 두고, 식자재를 씻은 물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바닥 청소할 때 사용합니다. 식자재가 버려지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 음식이 거의 만들어질 때쯤에 맞춰 탁자와 방석 등을 깔고 대중이 편하게 공양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가지런히 음식을 담고 공용 소통 방에 남길 사진을 찍은 후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마음으로 대중을 맞을 준비를 정갈하게 합니다.

세심하게 살펴가며 공양을 준비합니다
▲ 세심하게 살펴가며 공양을 준비합니다

공양 시작 11시 45- 12시 30분

공양하는 대중들의 반응에서 혹시 불편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핍니다. 음식의 양은 적당한지, 공평하게 음식이 돌아갔는지 살피고, 부족한 경우에는 재빨리 음식을 더 만들어 냅니다. 그마저도 부족한 경우에는 대체할 수 있는 여분의 음식을 냅니다.

점심 공양 시작, 대중이 음식을 담고 있다.
▲ 점심 공양 시작, 대중이 음식을 담고 있다.

마무리 단계 뒷정리 12시 30분 -2시

대중이 사용한 식기를 정리하고 행주, 수저, 젓가락 등을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다음 사람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제 자리에 놓습니다. 나온 쓰레기양은 측정해서 정리, 기록하고 마음 나누기를 하고 공양간 소임을 마무리 합니다. 마무리를 하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삼인 삼색, 왼쪽부터 박수은, 이정남, 정준숙님
▲ 삼인 삼색, 왼쪽부터 박수은, 이정남, 정준숙님

3인 3색 일일 담당자들의 마음

각자 색다른 요리법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양간을 책임지는 요일 담당자 세 분을 만났습니다. 봉사 하면서 지켜본 마음, 메뉴를 정하는 기준 등 3인 3색 요일 담당자들의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이정남 님(월, 화, 수요일 담당, 공양간 총괄)

공양간 총괄 이정남 님은 이름난 호텔 일식 요리사 출신입니다. 직업이었던 일을 봉사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2018년부터 공양간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호텔과 공양간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같으나, 기준이 달라서 부딪힘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음식에 사용하는 재료를 다듬는 기준, 시간이 지나간 음식에 대한 기준이 매우 달라 혼란스러웠습니다.

공양간 일을 하면서 생긴 새로운 기준을 직업적으로 생긴 기존의 틀과 바꾸는 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도움이 되었던 것도 있습니다. 재료의 궁합, 맛을 상상해서 “장아찌를 샐러드처럼 내면 어떨까?” 또는 “파프리카를 구워내는 것을 고추로 대체해서 해보면서 어떨까?” 하면서 실험적인 공양 음식을 내었는데 대중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같은 재료로도 양념에 변화를 주거나 재료에 열을 달리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분별심으로 아주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걸리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봉사자 한 분, 한 분은 모두 다릅니다. 공양간 봉사는 그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세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상대에게 “이렇게 좀 해주세요” 하고 가볍게 말하는 지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박수은 (목요일 공양간 담당)

예전에 다니던 사찰 공양간에서 설거지 배식 봉사를 했던 경험이 인연이 되어서 공양간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목요 담당으로 공양간을 책임지면서 가장 정성을 들이는 부분은 새로운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일입니다. 평소에도 식당에 가면 새로운 음식이 있을 때 눈여겨보고 조리법을 물어봐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동안은 늘 가족이 대상이 되었는데 이제 공양하시는 대중들로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 제게는 놀이입니다.

공양간 봉사를 하는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가 밥물을 잘 맞추고 밥을 잘한다고 늘 칭찬을 들어서 쌀은 무조건 제가 직접 씻고 짓습니다. 그러던 중 콩가루를 넣어 밥을 하면 맛있겠다 싶어서 실험 했는데, 쌀과 콩이 입자가 다르고 물의 순환이 안 돼서 밑에는 콩가루가 눌어붙고 밥은 하나도 안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목요일은 불교대학 수업이 있어서 많은 대중이 와서 공양 하는데 얼른 다른 곳으로 옮겨서 죽을 만들어 내었는데 불교대 학생들이 콩죽이 맛있었다고 해서 위기를 간신히 넘겼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공양간에서 자만하면 안되는구나!

공양간은 나 혼자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고 저녁부, 지장부, 주간부,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어서 제자리에 물건이 없으면 안 됩니다. 수행처라는 생각으로 사용하던 그릇과 도구는 늘 제자리에 두어서 누가 와도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놓치면 공간이 쉽게 엉망이 됩니다. 공양간은 하나부터 열까지 매 순간순간 깨어 있어야 하는 좋은 수행처이고 물 한 방울 쌀 한 톨도 소중하게 여기게 해 주는 좋은 공간입니다.

정준숙 (금요일 공양간 담당)

2014년 봄불교대학에 다닐 때에 공양간 봉사를 잠시 했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공양간 봉사가 '요일제 봉사제'로 바뀌면서 작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한 음식만 해왔고 대중을 상대로 음식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음식의 양을 맞추는 것이 처음에는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봉사자들과 마음을 합쳐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해나가니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샘솟아 새로운 요리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저는 평일의 마지막 금요일을 책임지기에 무조건 음식을 안 남겨야 한다는 의지로 음식을 만듭니다.

남은 재료를 섞어서 조림요리를 주로 합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인기 좋은 '두부 버섯조림'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금요일에는 휴일이 시작되는 요일이기도 하니 참나물, 비름나물 등이 들어간 '전'을 별미로 내놓기도 합니다. 내가 음식을 만드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될 때에는 ‘내가 한 것이 다 옳은 것이 아니었구나’도 깨닫습니다. 그러니 공양간은 저에게 좋은 수행처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드시게 하고 싶어서 먼저 오신 대중에게 많은 양을 권하다 음식이 모자라서 나중에 오신 분들이 못 먹게 되는 난감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개인적인 욕심을 누르고 골고루 음식이 대중에게 가도록 신경을 씁니다.

처음에는 새 밥을 해놓으면 기다렸다가 새 밥만 골라서 드시는 분, 맛있는 음식을 혼자 많이 가져가는 분들에게 분별심이 많이 났습니다. 그러나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공양간 일을 하다 보니 집안일은 쉬운 죽 먹기로 쉬워지고 재미난 일이 되었고, 일상 생활에서도 무언가 좋아서 확 달려드는 마음을 내려놓는 평정심도 생겼습니다.

공양간 봉사자로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공양간은 음식 잘하고 칼질 잘하는 사람만 봉사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가 봉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양간'입니다. 평범한 식자재인 콩나물이 샐러드로 재탄생하는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고, 제한된 시간에 음식을 집중해서 만들어야 하니 따로 명상하지 않아도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서 비우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수행처가 되어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양간의 비밀 조리법를 하나를 공개해드립니다.

두부 버섯조림

두부 버섯조림
▲ 두부 버섯조림

다시마 동고버섯으로 육수를 만들어 둔다.
버섯은 종류는 상관없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두고 두부는 5*6으로 썰어둔다

양념장)

1)고춧가루 매실액 조선간장 진간장 후추를 적당 양을 섞어서 만들어둔다
2)육수를 만들고 남은 버섯과 다시마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썰어둔다
3)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버섯을 깔고 두부를 얹고 다시마를 올린 후 양념장을 두르고 은근한 불에 졸여준다.
4)국물이 생기면 두부에 국물을 끼얹어주면서 두부를 졸여준다.
5)완성되면 깨소금으로 마무리한다


서초법당은 공동체 부터 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공양간도 항상 북적입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수행하며 공양을 준비하는지 이번 기사로 소개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공양간의 다양한 음식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서초법당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기획.취재.글_서달감(서울제주지부 전문기자단)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1. 공양간 수행과 생명공경 정신이 깃든 공간으로 정토법당 대중들의 안정적인 식생활을 보장하는 곳입니다. 공양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수행입니다. 정토회 공양간은 생태적이고 소박한 밥상을 지향합니다. 공양간 봉사자들은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과 환경을 살릴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합니다. 

  2. 요리방법 설명서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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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저도 주1일 공양간 봉사 하고 싶어요. 어디에 문의를 해야하나요?

2020-04-22 18:44:36

손승희

동짓날 이정남보살님께서 더 드셔라 많이 드셔라 바삐 움직이며 봉사하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즐겁게 임하는 모습이 모범이뎝니다. 감사합니다

2020-03-31 23:49:46

김순영

박가은님을 공양간에서 만났을때 엄청 기뻤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챙겨주지만 따뜻한 눈빛과 정성가득 미소가 먼곳에서 한국을 찾은 피로감을 싹 다 없애주었습니다. 공양간에서 봉사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20-02-13 0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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