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하남법당
부총무 3년을 회향하며

강승연 님은 하남 법당 부총무 소임 3년 마치고 올해 초 회향했습니다. 신생 법당인 하남 법당이 개원하여 지금 이렇게 탄탄하게 자리 잡기까지, 하남 법당의 기틀을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한 강승연 님. 여러 번의 위기 속에서도 무사히 부총무 3년을 회향하게 되어 감사하고 감동적이라는 강승연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봄불교대학 수행 맛보기중. 아래줄 가운데가 강승연 님
▲ 봄불교대학 수행 맛보기중. 아래줄 가운데가 강승연 님

분당에서 하남으로

2011년 분당에서 불교대학에 입학해 쉼 없이 봉사를 해오다가 2016년 하남 법당 불사 담당을 맡으면서 부총무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분당에서 하남까지 먼 거리를 다니면서 소임을 하자니 아득하고 부담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정토회에 와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스스로 ‘남들보다 부지런하지 못하고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라는 나에 대한 상(想)이 있었습니다. 또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나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업식도 있었습니다.

부총무 소임을 해나가는 것은 이런 나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나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소임을 통해 이런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용기를 냈습니다. 괴로울 때마다 수행으로 극복하면서 모든 것이 나를 고집하는 잘난 척하는 마음이었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남 법당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뒷줄 제일 왼쪽이 강승연 님
▲ 하남 법당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뒷줄 제일 왼쪽이 강승연 님

자식은 모든 욕심을 내려놓게 한 경계

소임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시련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시련은 애들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가족들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정토회 봉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남편의 저항이었습니다. 남편의 반대는 총무 소임을 받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받아들였지만, 고3 아들의 방황은 저를 참 힘들게 했습니다.

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지를 못해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학교에 안 가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겠다는 이유는 있었지만, 학교에 안 가는 것도, 혼자 공부한다고 독서실에 콕 박혀 있는 것도, 하루의 반 이상을 잠으로 채우는 것도 모두 불안하고 화가 났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건 ‘엄마가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않아서, 먹을거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서 아이가 저러나!’ 하는 자책감이었습니다.

학교 갈 시간이 지났는데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깨우고 깨우다가 포기하고 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스님의 법문을 잡고 아이를 기다려주자고 수 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번번이 무너지는 마음이 가장 큰 장애였습니다.

저에게 자식은 모든 욕심을 내려놓게 하는 경계였습니다. 아들에게 과하게 욕심을 부린 과보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아들은 21살 최연소로 깨달음의 장1도 다녀오고, 군 생활도 잘하고 있습니다. 어엿하게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잔소리의 백해무익함을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아들이 어떤 길을 가든지 지켜봐 주고 응원하리라 생각합니다.

고마운 선배 도반들과 함께. 뒷줄 왼쪽이 강승연 님
▲ 고마운 선배 도반들과 함께. 뒷줄 왼쪽이 강승연 님

몸이 아프면 아픈 데로 수행하면 된다

두 번째 시련은 건강 문제입니다. 20대 이후 직장생활과 결혼, 육아를 하면서 무릎과 허리통증 등의 근 골격 계통이 약해져 치료를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정토회 입학하여 공부하고 봉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바로 좌식으로 앉아서 공부하고 장시간 회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절은 허리와 무릎을 아껴가며 살살했지만, 소임을 하는 동안 허리디스크가 발병하고 말았습니다. 두 달 병가를 내고 복귀했지만, 또다시 뒤로 넘어지는 사고로 이석증2이 발병했습니다. 어지럼증과 계속되는 두통으로 수개월을 고생하다가 또 두 달간 병가를 냈습니다.

그때 저는 병을 핑계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도망갈 수가 없었습니다. 정토회 입학 후 8년 동안 꾸준히 공부하고 봉사한 공덕인지 제 마음은 알게 모르게 이슬비처럼 법의 가르침과 수행의 맛에 젖어 있었습니다. 병가를 내고 집에서 치료하면서 비록 몸은 편하고 여유로워 좋았지만,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봉사할 때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도 마음이 뿌듯하고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자신만만했는데 말입니다.

그럴 때 법사님과 선배 도반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몸이 아프면 아픈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그리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 옆에 있는 도반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그것은 상대를 잘 쓰이게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숙이고 싶지 않은 나를 내려놓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힘들어도 회향하는 그 날까지 가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말씀이고 고마운 도반입니다.

하남 법당 파이팅! 아랫줄 가운데가 강승연 님
▲ 하남 법당 파이팅! 아랫줄 가운데가 강승연 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는 말씀처럼

작년에 친정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시고 올해에 시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일도 있었습니다. 친정은 형제가 많아 크게 영향은 없었지만, 시아버지의 암 선고는 맏며느리인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 건강 상태도 안 좋고 소임도 있고 하니 평택에 있는 시아버님을 모시고 오기도 어려웠고, 시아버님도 원하시지 않아 평택에 있는 병원을 오가며 다녀야 하는데, 소임으로 법당도 오가야 하니 하루하루가 염려스러웠습니다. 무사히 3년 소임을 마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다행히 시아버님의 투병 기간은 길지 않았고 편안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수행자라는 것이 감사했고, 순리대로 풀어나갈 수 있게 지혜를 준 이 공부가 참 고마웠습니다.

통일의병활동,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강승연 님
▲ 통일의병활동,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강승연 님

소임이 놀이, 법당이 놀이터

내 마음에 여러 가지 장애가 있으니 소임 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도반 한 분 한 분이 귀하게 여겨졌고 같이 봉사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그분들을 잘 쓰이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총무가 되어야겠다, 내가 모자라니 능력 있는 도반들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소임을 가볍게 해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소임은 수행의 방편일 뿐, 나는 이 소임을 통해 나를 보고 알아가며 지혜를 깨달아 얻고 싶었습니다. 소임이 일이 되지 않고 스승님 말씀처럼 ‘놀이’가 될 수 있게 법당이 놀이터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놀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나에게도 좋고 지켜보는 도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총무 소임은 많은 수행이 필요하고, 또 수행이 잘 되는 소임임이 분명합니다. 3년을 회향하며 함께한 도반들의 얼굴이 스쳐 갑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함께 웃고 떠들며 즐겁게 수행 봉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의견충돌로 내 업식을 보게 한 도반도 참 고맙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총무 3년을 회향한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 법당의 총책임자인 부총무라는 큰 소임을 내려놓으면서도 모든 게 함께한 도반님들 덕분이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는 강승연 님. 리포터인 저도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총무님과 함께했기에 더욱더 섭섭하면서도 감동적인 인터뷰였습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늘 하남 법당을 위해 마음 쓰고 총무라는 큰 소임을 가볍고 즐겁게 맡았기에 지금의 하남 법당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큰 역할과 쓰임으로 어디서나 막힘없이 나아갈 강승연 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글_신정아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하남법당)
편집_서병훈(강원경기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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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연화

여린듯 소녀처럼 이쁘게만 보이던 보살님..
그속에 곧은 중심과 순수한 마음이 부드러운카리스마로 저에게 남아있습니다.
변치않는 순수함과 순리대로 따르는 지혜로움으로 더 많은곳에서 행복을 전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2020-01-15 15:20:29

향적

아름답고 담백한 삶이 내게 많은것을 느끼게 한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1-15 09: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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