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문경공동체
'공동체의 날'을 아시나요?

문경수련원은 수행공동체이며 24시간을 수행자로 생활하는 곳입니다. 매일 바쁜 이 문경공동체에 한 달에 한 번씩 구성원이 다 함께 모여서 공동체의 정체성을 다지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매월 둘째 주 월요일에 진행하는 ‘공동체의 날’입니다.(서울공동체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공동체의 날 오전에는 포살을 하고 오후에는 생활의 발견과 울력을 합니다. 오늘은 이 날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0월 공동체의 날 수확한 수세미를 들고 찍은 사진
▲ 10월 공동체의 날 수확한 수세미를 들고 찍은 사진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는 시간, 포살

승가의 청정함은 승가 구성원의 몸과 마음이 청정함을 말합니다. 포살은 스스로 허물이 있다고 자각하면 대중들에게 드러내어 뉘우치고 다짐하는 참회의 시간이자 수행자로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수행법회 때 2달에 한 번 정회원을 대상으로 포살이 이루어지는데 18계본으로 진행하지만, 공동체는 40계본으로 합니다. 지난 한 달 동안 40계본 중 지키지 않은 계율에 대해 참회할 계본이 있으면 체크를 하고 지도법사님의 40계본 낭독에 따라 세 번 절을 합니다. 40계본은 불교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5가지 계율인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음주, 불망어와 8재계인 사치와 향락을 즐기지 않기, 높은 자리에 앉지 않기, 때 아닌 때 먹지 않기 그리고 음식, 잠, 몸, 일 등에 관한 내용입니다. 참회 후에는 모둠별로 포살 나누기를 하고 앞으로 한 달간 중점적으로 실천해 볼 계율을 정합니다.

공동체에서 40계본 중 가장 많이 참회하는 계본은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입니다. 공동체에는 젊은이의 비율이 타 법당에 비해 높습니다. 마음대로 살아온 습관과 달리 계율과 규칙을 지키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에서 불편함과 억압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욕구를 풀 수 있는 데는 먹는 것이라, 때일 때 많이 먹기도 합니다. 또한 때 아닐 때 먹을 수 있는 유혹에 넘어가, 맛에 탐닉했다거나 때 아닐 때 먹은 것에 대해 참회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까지 계율을 지키는 이유는, 개인으로서는 개인의 욕구를 넘어섬으로써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단체로서는 공동체가 오래 유지되기 위함입니다. 공동체 생활에서는 공동체 규칙에 맞게끔 살아가도록 엄격하게 적용해야, 공동체의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공양을 대중들에게 올립니다

수련원에는 오래된 법사단과 실무자, 상근자, 백일출가와 행자 대학원 행자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살림팀, 수련팀, 연수원팀, 행자원팀 네 개의 부서로 나눕니다. 공동체의 날에는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대중들에게 공양을 올리는데, 좀 특별한 메뉴를 하기도 합니다. 김말이 튀김처럼 손이 많이 가서 자주 해 먹기 힘든 음식이나, 스파게티(같이 소스가 필요한 음식은 간혹 보시해주는 분들이 있기에 잘 보관했다가 전 대중이 함께 공양할 수 있는 공동체 날에 합니다)나 국수 등 평소에는 잘 만들어 먹기 힘든 음식을 만듭니다. 잔칫집 분위기가 나면서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선정하느라 레시피를 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올라오면 잔뜩 기대했던 마음에 아쉬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고, 다른 부서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하려고 경쟁심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팀별로 공양을 지으면서 단합도 하고, 음식을 잘하는 살림팀이나 법사단에서 공양을 하는 날이면 대중들이 잔뜩 기대에 부풀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법사님들이 공양하는 날이면 법사님들도 신이 나서 대중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먹이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감동이 일고 공양도 더 맛있습니다.
 

신축 요사채 화단을 어떻게 가꿀지 논의하는 모습
▲ 신축 요사채 화단을 어떻게 가꿀지 논의하는 모습

모둠별로 구역을 맡아 화단 정비하다가 찍은 사진
▲ 모둠별로 구역을 맡아 화단 정비하다가 찍은 사진

연구하고 실천하는 시간, 생활의 발견

생활의 발견 시간에는 공동체 생활에 대해 되돌아보고 주제를 정하여 연구하고 실천하는 시간입니다. 도량을 가꾸며 비나 눈이 올 것을 대비해서 준비하는 도량정비, 쓰레기 분리수거나 재활용에 관한 내용, 개인 사물함이나 공동사용 공간의 정리정돈, 에너지 절약, 월동준비 등 각 때에 필요한 사항에 맞게 정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함께 연구하고 나누기를 합니다.

생활의 발견 진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생활의 발견 기획단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주제를 정한 다음, 어떤 내용으로 진행할지 그리고 여는 공연과 여는 말씀, 닫는 말씀은 누가할지 정합니다. 담당자는 PPT와 사회자 멘트를 만들고, 당일 진행을 맡습니다. 여는 공연으로는 백일출가를 마치고 새롭게 입재한 행자들이 하기도 하고 행자대학원 입학이나 해외학기를 마치고 돌아온 행자들이 깜짝 공연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전 대중들이 가볍게 몸풀기 춤을 추며 쌓였던 피로를 풀기도 합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각 모둠별로 회의한 내용을 발표하는데 법사단이나 실무자 모둠에서는 안정적인 의견이, 백일출가 모둠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의견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행자들의 발표를 듣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지난 가을에는, 새로 지은 신축 요사채의 화단이 삭막한 느낌이 있어, 화단 정비를 하였습니다. 모둠별로 한 구획씩 맡아 화단을 정리하고, 꽃을 심었습니다. 지리산 수련원에서 받은 씨앗도 심고, 수련원 길가에 피어있던 꽃들을 옮겨심기도 했습니다. 백일홍, 꽃양귀비. 황색 코스모스, 국화, 자주달개비, 한련화, 낮달맞이꽃 등 각자 좋아하는 꽃을 심으면서 어느 모둠이 더 반듯하게 잘 심는지 경쟁도 하며 옮겨온 모종이 다칠세라 조심조심 정성껏 화단을 가꾸었습니다. 여름에는 알록달록 꽃들이 활짝 피어 청정당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절로 미소짓게 했습니다. 휑하기만 하던 건물에 꽃밭을 만드니 생기가 돌았습니다.

배추를 심고  해충방지용 한랭사를 치고 나서
▲ 배추를 심고 해충방지용 한랭사를 치고 나서

공동체 날의 하이라이트, 울력

생활의 발견이 끝나면 잠시 휴식을 하고 전 대중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울력 시간을 갖습니다. 많은 손이 필요하거나 평소 챙기지 못했던 창고 정리나 잡초 뽑기, 고추 닦기 등 다양한 울력을 계절에 맞게 진행합니다. 각 부서에서는 일감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담당자에게 미리 일감 요청을 합니다.

수확기 때나 농번기 때는 농사일에 자주 배정됩니다. 8월에는 고라니 밭에서 다 같이 김장배추와 열무씨앗을 심었고 11월에는 그 배추를 수확하고 김장을 담갔습니다. 들깨밭에서 들깨심기나 감자나 고구마 수확을 하기도 합니다. 법사님들과 함께 전 대중이 울력을 할 때면 놀이를 하는 것 같아 마냥 신이 납니다. 울력 중간마다 다 함께 먹는 참 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다 함께 모여서 으쌰으쌰 하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솟고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일하고 나면 힘들 것 같은데 함께 하는 울력은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울력이 끝나고 나면 다 같이 마음나누기를 합니다. 지리산에 계신 여광 법사님, 봉화에 계시는 희광 법사님도 공동체의 날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오십니다. 평소에 듣기 힘들었던 법사님들의 나누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수련원에서 법사님들과 함께 지내지만, 법사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에 울력하는 모습에서도 울력 후 마무리 하는 모습에서도 나누기에서도 수행자의 마음 씀이나 마음 밭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 맛에 공동체 날은 공동체 성원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새로운 활력이 됩니다.

한랭사 속에서 가득 자란 배추
▲ 한랭사 속에서 가득 자란 배추

11월 수확한 김장배추
▲ 11월 수확한 김장배추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각자의 다양한 개성이 모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여, 허물을 뛰어넘어 청정을, 대립을 뛰어넘어 화합을, 분별을 뛰어넘어 포용을 이루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날은 매월 한 번, 다 함께 공동체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날입니다. 더욱더 많은 분들이 공동체의 날에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글_최미정 (문경공동체)
정리_이승민 희망리포터 (문경공동체)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4

0/200

세며화

공동체가 이렇게 운영되는지 글로나마 알게 해주셔서 감사? 밖에서 봐서 그런가요? 재밌어 보입니다

2020-01-10 16:48:45

큰바다

배추가 참 싱싱하네요..ㅎㅎ

2020-01-08 16:21:55

무량덕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생활의 발견 참 좋아 보입니다. 행자님들 화이팅 입니다

2020-01-08 15: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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